글 수 175
등록일

2015.06.06

pkblog_body_ㅡㄴ.jpg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사고 시원한 얼음 물도 산다. 달릴 곳이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는 골목에 주차하고 평소 바라만 봤던 언덕길을 올랐다. 길은 점점 높아지고 익숙한 듯 아닌 듯한 골목을 지나니 미타사, 절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아카시아 향기가 온 산을 휘어 감는다. 오기 잘했다. 투덜대는 아들을 달래며 정상을 향해 오른다. 목표는 팔각정. 집 베란다에서 보이던 그 팔각정에 직접 가보는 거다.

 

오르고 또 오르기를 10여 분쯤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왼편에 검은색 철조망이 보인다. 울타리는 이중으로 되어 있고 튼튼해 보인다. 넘어보려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는 높고 견고한 울타리. 저 건너는 대체 어떤 곳일까. 한참을 울타리를 따라 오르니 이젠 울타리도 나와 같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정말로 팔각정 정상까지 울타리는 나를 따라왔다. 울타리 안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안내판도 없고, 보이는 거라곤 산불 조심 안내판 뿐. 그런데 초소처럼 생긴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 설마 우리 교회 울타리? 진짜? 설마! 그 설마가 궁금해서 구역장님에게 전화를 건다.


! 진짜?

울타리가 있었구나. 이럴 수가. 교회로 들어오는 길은 정문을 지나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 늘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던 문, 일단 들어서면 숲으로 싸여 있는 넓은 공원 같은 우리 교회, 누구나 들어오는 편안한 동산이라 생각했는데 울타리가 있었다. 몰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교회를 둘러싼 곳곳의 초소에서 밤마다 목사님들이 기도하신다더니 진짜 그랬구나. 그래서 정문에서도 밤새 잠들지 않고 지키는구나. 우리가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 그 무언가로부터 단단히 지킴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a0001tc002.jpg

 

그런데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교회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려 본다. 늘 기도할 때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던 분을 떠올린다. 매주 목요일마다 구국(救國)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은가. 나라를 지키고 교회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기도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성도는 지킬 것이 많다. 믿음도 지켜야 된다고 하셨지... 작은 답을 찾은 듯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주문진에 갔다. 늘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울타리가 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초록 울타리. 주문진 교회의 초록 정문이 열리면 마치 왕의 별장으로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에덴동산이 펼쳐진다. 깨끗하고 싱그러우며 늘 태양이 비치는 위엄 있는 장소. 그런데 아이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집인 듯, 왕의 자녀들이 가진 당당함으로 이곳을 누린다. 에덴동산이 아담의 고향이듯, 주문진에 가면 집에 돌아온 듯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곳도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다.

 

주문진 교회 정원에서 살아 뛰노는 것 같은 동물상들과 아름다운 나무들, 그리고 그 안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만들어 울타리를 치신 구별된 장소가 연상된다. 그뿐인가.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는 에덴동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생명의 젖줄과 같다. 울타리 안은 폐쇄된 장소 같은데 여기서 흘러나온 물은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적신다. 신비롭고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다.

 

때론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할 때도 있다. 이중 삼중 예배의 울타리와 넘치는 봉사의 울타리. 그런데 그 안이 보호와 생명의 발원지임을 울타리 밖으로 나오니 보인다. 평강 동산의 울타리 안에도 생명수가 흐른다. 구속사 말씀이 발원하여 온 동산을 적시고 있다. 이제 물은 곧 콸콸 흘러넘칠 것이다. 그때까지 더욱 내 마음을 지키고 말씀을 지켜야겠다.

 

-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정성껏 나무를 심고 만드신 구별된 장소입니다. 에덴이라는 큰 지역에 그 지역 어느 한 부분에 울타리를 쳤어요. 동쪽. 에덴동산은 네 근원의 강이 발원하는 곳입니다. 구속사 시리즈 전체가 에덴동산 물이 나오듯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급하게 빠르게 흘러넘쳐서 5대양 6대주를 적시고 전 세계 열방에 가득하게 적셔서 하나님 앞에 영광 돌리는 우리 평강제일교회 성도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하겠습니다. (20121125일 주일 설교 )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TaRLTXVhQGHJyIVu14fsWx8fFQl.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75

#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2567
174

#175.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file

휘선 박아브라함 목사님의 오디오 설교를 듣다가 이 말씀이 나의 뇌리를 스치며 굉장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게 살라고 할 때 ‘천년만년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생각...

 
2018-12-08 3294
173

#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3400
172

#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887
171

#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7400
170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18
169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23
168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461
167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598
166

#167. The Judas Tree file

가룟 유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로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매어 자살한 제자. 성경은 그가 스스로 목을 매고 몸이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유다가 나무에 목...

 
2018-09-01 2335
165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213
164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293
163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218
162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250
161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1180
160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367
159

#160. 말씀하시는 하나님 file

엄마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40여년이 됐습니다. 그냥 엄마 손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어디 가나보다 하던 시절이 있었고, 교회가라는 엄마의 말이 그냥 싫어서 일부러 교회 안갈 건수를 만들던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교회를 다닌 연...

 
2018-06-09 1374
158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699
157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542
156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206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