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06.05

pkblog_body65.jpg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을 넘나들며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런, 운전자가 졸고 있구나라고 판단이 섰다. 바로 그 순간.

 

커다란 덩치의 화물차가 4차선에서 갑자기 1차선 중앙분리대를 향해 돌진한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상상이 교차했다. ‘드디어 사고가 나는구나.’ ‘사고가 나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내가 저 화물차 혹은 화물차에서 떨어지는 짐들을 피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룸미러를 통해 내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아마도 0.5초가 되지 않는 찰나였다.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2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느낌과 비슷한 전율이 올랐다.

 

그 큰 차가 중앙분리대에 거의 다다를 때 즈음, 화물차의 운전자가 정신을 차렸나 보다. 급하게 핸들을 돌렸는지 차선을 사선으로 달리던 차는 다시 정면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차의 중심을 잡더니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변경해 갓길로 가려는 듯 보였다. 나는 이때다 싶어 그 문제의 화물차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추월을 해서 다시는 만나기 싫다는 속도로 냅다 달려서 집으로 오는 길을 재촉했다.

 

바로 눈앞에서 대형 사고가 날 뻔한 장면을 목격한 뒤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미국 팝가수 캐리 언더우드 Carrie Underwood가 부른 'Jesus Take the Wheel'이란 곡이다. 캐리 언더우드는 전 세계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이끌었던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4의 우승자이다. 시골의 평범한 여대생이던 그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고, 2005년 발표한 데뷔 앨범 ‘Some Hearts’는 약 7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번에 최고의 컨트리 여가수의 반열에 오른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하는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캐리 언더우드의 성공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다.

 

방송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후 첫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이 앞에 소개한 ‘Jesus Take the Wheel’이다. 이 노래는 6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면서 데뷔 앨범이 크게 성공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열광하며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Jesus take the wheel 예수님 운전대를 잡아주세요

Take it from my hands 제 손에서부터 맡아주세요

Cause I can't do this on my own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을 제가 할 수 없기 때문이죠

I'm letting go 저는 손을 놓습니다

So give me one more chance 그러니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세요

To save me from this road I'm on 제가 지금 있는 이 길목에서 저를 구해주세요

Jesus take the wheel 예수님 운전대를 잡아주세요

 

예수님께 내 인생의 운전대를 맡긴다는 고백의 노래가 CCM 가수가 아닌 대중가수에 의해 불리어지고, 일반 대중음악 차트에서 오랜 기간 1위를 하며, 수 백 만장 음반이 팔리는 저들 문화의 기독교적 바탕과 뿌리가 무척 부럽기도 하다.

 

거룩한 성의를 입고 성전에서 부르는 성가가 있듯이, 그저 일상생활에서 청소하며 운전하며 흥얼거릴 수 있는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노래가 우리에게도 많았으면 좋겠다. 기독교 채널이 아닌 TV에서도 예수님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노래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대형사고 일보 직전의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예수님이 우리 인생의 운전대를 잡아주셨구나라고 고백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듯 말이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eALgrY6vo78XpQSGQ.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66

#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2597
165

#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3431
164

#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920
163

#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7513
162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7
161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33
160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475
159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611
158

#167. The Judas Tree file

가룟 유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로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매어 자살한 제자. 성경은 그가 스스로 목을 매고 몸이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유다가 나무에 목...

 
2018-09-01 2357
157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223
156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306
155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228
154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263
153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1192
152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390
151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708
150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558
149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219
148

#156. 이길 밖에는 대안이 없어요? file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가 심심치 않게 주어집니다. 혈압이 높으니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선택이고, 종합 검진을 받고, 아찔한 숫자들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자, 운...

 
2018-04-14 589
147

#155. 습관은 반복이다! 경건을 연습하라! file

‘아차! 밤늦게 군것질 안하기로 했었지...’ 결심한 것이 생각났을 때 나는 이미 초코파이 두 개에, 고구마 한 개, 하루 견과 3일치에다 사탕을 5개나 까먹고, 과자 봉지가 반 이상 줄고 있을 쯤 이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훨씬 넘어 11시가 다되어가고 있는데...

 
2018-04-02 1088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