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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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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권한 이 영화를 두고 SNS 상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학생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플렛처 교수의 교육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교육학적 접근, ‘음악의 가치는 속도(영화 속에 나오는 더블 타임 스윙 주법을 의미)에 있지 않으며 연주자는 기능인이 아니다’라는 음악학적 접근, ‘두 돌아이(?)의 만남은 어떤 SF 영화보다도 스릴 넘친다’라는 정신분석학적 접근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감상평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도 저들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도록 몰두해 본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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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는 드럼을 연주하다가 손에서 피가 흐르면 얼음물에 손을 담가 그 찢어지는 고통을 달래가며 다시 스틱을 잡고, 최고의 밴드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며, 가족의 치부까지 들먹이며 폭언을 쏟아내는 플렛처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교통사고의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까지 무대에 오른다. 광기 어린 두 주인공의 행보를 보면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점점 본인 역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하여 그토록 갈망했고 노력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요즘 초중고생들의 희망 직업 1순위가 연예인이란다. 보기에는 화려할지 몰라도 그 실상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것쯤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알 수 있는데도 그렇단다. 1명의 스타가 탄생하려면 1만 명의 탈락자가 있다는데도 그렇단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 정확히는 가수 지망생들은 정작 본인의 꿈은 연예인이 아니라 음악인이란다. 백보 양보해서 훌륭한 음악인이 되면 어찌할 건지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를 하겠단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어진 사회 구조 때문인지 의사, 변호사도 먹고살기 힘들어진 세상이 되어서인지 신분 상승의 방법으로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 그럴 땐,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기도 한다. 범인(凡人) 중에서 살짝 돋보이는 작은 재능이나 미모로, 날고 기는 프로 세계에서 버틴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가수 이전에, 대학에서 실용음악 보컬 전공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수년간 입학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의 어느 대학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의 경쟁률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2015년 대학 입학시험에서 6명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에 응시한 인원은 자그마치 1175명이었고 이들을 심사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수년 동안 피 나는 노력 끝에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또다시 수년 동안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 최고가 되기 위하여 땀을 흘린다. 아마도 수백 시간, 수천 시간을 노래 연습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오디션’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한다. 오디션은 이들에게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다. 변호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사법고시와도 같고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선거와도 같은 의미이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산을 넘은 자들은 신분상승을 이루게 된다. 물론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습벌레가 되어서 살았던 그 삶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오디션에 반드시 통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절대 포기 못하는 신분 상승이 있다.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는 신분 상승이다(고전15:53). 이 비현실적이며 역대 최고의 신분 상승에 성공하려면 거쳐야 하는 오디션이 있으니 보좌 앞 생명책 앞에서 이루어지는 단판 승부의 오디션이다(계20:12). 우리는 이 오디션에 통과하기 위하여 오늘도 연습에 매진한다.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을 사는 연습이다. 이 연습을 하려면 많은 좋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썩어가는 나무 사이에 맨손으로 역청을 발라가던 노아처럼, 아들에게 칼을 겨눴던 아브라함처럼, 전 재산을 날려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던 욥처럼, 모든 특권을 버리고 천막을 꿰매는 삶을 택한 바울처럼 말이다. 

플렛처에게 인정받기 위해 손에 피가 나도록 드럼을 두들긴 앤드류처럼, 나도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 내게 다가올 인생 최후의 오디션을 충실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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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4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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