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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변덕스러워진 내 모습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의 조건으로 충분합니다.

 

올해는 제게 처음인 것들이 참 많습니다. 평강에세이의 필진이 된 것도 처음이고, 직장도 처음, 7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헵시바를 졸업해 새로운 기관의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로워 누구나 버겁게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각도를 달리하면 모든 처음은 처음이 아니기도 합니다. 무지개 스펙트럼같이 경계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 부분일 뿐이지요.

 

저를 예로 들면 글을 쓰는 활동을 하다 보니 에세이를 쓸 기회와 닿았고, 원하던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관련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청년 1부를 졸업하니 청년 2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하던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뿐입니다.

 

그것을 겸허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구속역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진만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계를 거듭할수록 더 확고한 믿음과 말씀에 대한 확신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사실도 압니다.

 

그런데 한 단계를 지나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재고 따집니다. 마치 유년부에서 초등부에 올라갈 때는 아무 생각 없는데, 성인이 돼 기관을 옮길 때는 처음이랍시고 말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인간적인 기준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겠지요.

 

감사하게도 저는 지난 연말,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갈 방법을 한 친구를 통해 배우게 돼 현재 고민 없이 하나님 일에 전진 중입니다.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누군가 헵시바를 졸업하는 제 친구에게 "청년 2부 갈 거야? 거기 어떤데?”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제 친구는 하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들었는지 "난 아무 생각 없어. 그냥 가는 거야라고 답했습니다.

 

무심한 듯 간결했던 친구의 대답은 결국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해? 하나님이 보내시니까 가는 거지였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답은 참 간결한데 늘 부족한 사람은 복잡하고 유별난 걱정으로 사서 고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새롭게 맡기신 일들에 대해 유난스럽게 걱정하지 않고 겸허히 걸어 나가고자 합니다. 모든 평강제일교회 성도님들도 하나님께서 만세전부터 예비하신 다음 단계에 자연스럽게, 의연하게, 당차게 전진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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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0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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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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