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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마련인데,  나 같은 싱글 아재, 독신 남성에게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지는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떻게 되세요?”부터 시작되는데, “결혼 안 하셨어요??”에서 정점을 찍고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로 마무리된다. 이 비극적인 삼단 콤보 질문의 마지막에서 나는 아재 개그를 날리며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해 봤지만 되려 서로 더 무안해져 지금은 그냥 방긋 웃음을 날리는데 그러면 묻는 이도 나이가 그렇게 많으셨냐며, 어려 보인다고 말하고는 상황은 종료된다.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는 “취미가 뭐예요?” 혹은 “시간 나면 뭐 하시나요?” 뭐 대충 이런 종류의 질문들을 받곤 했는데 그러면 나는, ‘한 대에 수 십억 원하는 슈퍼 카를 튜닝하거나, 오래되고 구하기 힘든 빈티지 와인 컬렉션이 저의 취미입니다’(는 아니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조그마한 소리로 자신 없게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게 취미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뭐 근사하고 로맨틱한 대답을 원했던 이들은 이내 실망한 기색이고, ‘그런 것은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요’ 하고 한심하다는 듯 한 반응도 있었다. 그러면 또 아재 개그를 날려 상황을 무마시킬까 하다가(참! 그때는 아재가 아니었다) 그냥 꾹 참고 웃는다(나의 유머는 보통 상황을 더 악화 시킨다, 정말이다.) 


너무 재미없는 사람으로만 보일까 봐 다음에 누가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까 잠시 심각하게 고민해봤지만, ‘나는 생긴 것이 웃기게 생겼으니 됐지 않은가!’ 하며 바로 그만뒀다(근데 왠지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그나마 생각나는 것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과 조깅하는 것 외에는 달리 취미라 할만한 것도 없었다. 아무튼 내 대답은 여러모로 상대를 맥 빠지게 한 듯하다. 

  

대학 다닐 때 전공이 디자인이었던 탓에 내 주위에는 항상 개성 넘치고 독특한 아이들이 참 많았고, 그들에 비해 나는 옷차림도 생김새도 그리고 시간 날 때 하는 일도 참 평범하고 소박했다. 

한 친구 녀석은 개성 넘치고 튀어야 살아남는 취업 경쟁에서 취미를 독서라고 했다간 쳐다보지도 않을 거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는데, 만약 “제가 요즘 요트를 타는데요. 참 재미있군요. 하하하!” 아니면 “음, 전 제가 먹을 유기농 치즈를 직접 만든답니다. 와인과 같이 먹으면 참 훌륭하지요.” 이렇게 대답했다면 사람들은 좋아했을까? 아마 다음에 요트 타러 같이 가자는 둥, 자기도 가르쳐 달라는 둥 하며 귀찮게 했을 거다. 요트는 번거롭고 치즈는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원로 목사님의 구속사 시리즈가 출간된 이후로 나의 평범하고 소박한 취미는 빛을 발한 것 같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이해 못 하겠지만 세련된 아이들이 화려하고 독특한 취미로 시간을 보내며 밖에서 사냥을 했을 동안 나는 장막에서 차분히 나의 즐거운 취미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요트를 타려고 날씨에 예민하지 않아도 되고 치즈의 발효 상태를 확인하느라 밤 잠을 설칠 이유도 없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세계 최초로 선포된 말씀, 구속사 시리즈를 읽는 것이 저의 취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의 근사하고 또 근사한 취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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