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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독교 사상을 관통하여 글을 뽑아내기 때문이기도 하고 뭔가에 꽂히면 좀체 바꾸지 못하는 제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그를 좋아하다 보니 러시아에 가보고 싶고 그가 살면서 집필하던 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를 개조한 도선생 박물관에 하루 종일 고요히 머물고 싶어집니다. 그의 책을 읽다가 표지 날개에 실린 깍두기만한 사진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의 책들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독파하는 기쁨이란...... 이런 모든 것이 다른 시공을 살던 그를 살아있게 하고  만남과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존재가 결정된다는 그의 의견에 변함없이 공감하게 됩니다. 
 
 어떤 분이 구속사를 읽고 놀라운 감동을 받았는데 저자이신 원로목사님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에 무척 가슴을 애달아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만나 악수하고, 기도 부탁을 드리고, 눈빛을 나누고, 대화를 나눈 사람이 너무 부럽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구속사 시리즈를 다 구해서 읽고 저자께서 기도하셨다던 산기도처를 오르고 저자의 숨결과 흔적을 찾아 연수원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열정이 고맙고 콧날이 시큰했는데 얼마 안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아니 살아있는 그와 만나고 있구나. 조금 더 지나니까 만나서 두툼한 손을 잡아보고 깊은 눈을 마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면서 그 사람의 순수함에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읽으셔야 했던 이유, 3년 6개월 7일을 부르짖어 받은 말씀을 50년이나 저장하였다 쓰신 이유, 오직 예수님과 말씀에 모든 것을 바쳐버린 삶의 이유에 대해. 존재의 결정 때문이 아니었을까......짐작해 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고 생을 출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창조주였고 구세주였습니다. 존재의 결정 때문에 죽음 당하시고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동시대에 살며 울려 나오는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말씀을 들은 적이 없지만 기록된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믿고 사랑합니다. 구속사의 저자는 보통 사람이 뭔가를 읽고 수를 세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의 성경읽기에 몰입하셨고 고립 가운데 오랜 시간 기도하셨고 칡넝쿨에 글을 쓰셨습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예수님 생애의 무늬와 향기와 촉감을 다 보고 맡고 만지고, 보혈에 싸인 영원한 생명과 죽지 않는 영혼과 깨닫는 영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뜻과 변치 않는 마음을 살과 뼈에 새겨 넣으셨겠지요. 그런 과정은 도저히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구속사만이 오롯이 대변합니다. 저자의 존재 결정과 삶이 옳았다는 것을.

 여전히 읽는 것에도 쓰는 것에도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집니다. 태양은 저렇게 강렬한데 저는 오슬오슬 추울 정도의 서러움을 낱낱이 느낍니다. 존재의 결정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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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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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

 
2015-10-17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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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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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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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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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_ 홍명진 file

1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수 계산에서의 1을 더하는 것 말고도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려면 24시간이 필요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려면 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데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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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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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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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503
50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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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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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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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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