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ndbE2gfFANhwGbDu61tRAm4Ma.jpg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구멍가게에 들러 껌 한 통 사는 일도 마치 평생 살 집을 구입하는 것 마냥 한참을 고민하고 서있는 남자,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숫자가 언제 없어지나 초 단위로 확인하고 답으로 달랑 보내온 동그라미 두 개에 말은 못하고 밤잠을 설치는 그런 남자, 어제 했던 말에 혹시나 실수는 없었는지 그대로 복기하며 두고두고 후회하는 그런 소심한 남자, 상냥한 바람이 기분 좋은 6월, 소심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날 운명의 쌍둥이자리의 그 남자는 자신이 그렇게 대범하고 간 큰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심각한 남남 분열과 갈등,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속도로 바뀌는 예측불허의 심각한 상황 속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는데도, 무관심으로 외면하고, 피곤하다고 기도를 미루고 또 미루었던, 제가 그토록 대범한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여러 교역자분들과 성도님들이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의 위협 속 파키스탄 선교 여정을 강행하는 여정 중에서도 기도하지 않고, 직원으로서의 맡은 업무, 자신의 사명에 대해 깊은 고민과 반성 없이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겨우 했던 제가 집에 배달된 가구에 난 스크래치를 보며 열변을 토하며 ‘욱’하는 제가 그런 뜨거운 열정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 성실과 정직으로 충성하겠다는 뜨거운 다짐은 다 잊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배는 고픈지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시간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능동적인 마인드로 발 뻗고 편히 자는

제가 이렇게 간 큰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종려주일로 시작되는 고난의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하실 수난과 고통, 골고다 십자가 위의 죽음까지 모든 것을 감당하려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당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 왕이라고 소리치며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마음은 무겁고 가던 길을 돌아가며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천 근 만 근 무거운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을 알 길이 없는 수많은 인파 속, 열렬히 평강의 왕! 이라고 외치며 서있는 낯익은 얼굴, 부끄러운 제 얼굴이 보입니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OCRTbhsuTl5WHUjmNP3wA3pO3B2N5.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46

#151. 감사와 사명 file

사명使命, 부릴 사使 목숨 명命, 국어사전에서는 '맡겨진 임무'라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이 땅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존재 이유를 설명 할 수 있는 단어인 셈입니다. 아마도 이 사명이 가장 중요시되는 직업은 ...

 
2018-02-25 684
45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89
44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2015-03-13 698
43

#52. 청년이여 일어나라 _ 원재웅 file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이후로 고도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

 
2016-02-27 701
42

#87.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뒤를 따르는 첫발걸음 _ 박다애 file

8월이면 매 년 돌아오는 청년1부 헵시바 정기총회가 이번 연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39대 임원단을 마무리하며 잠시 바빴던 교회생활이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4부 청년연합예배...

 
2016-11-14 702
41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21
40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2015-07-04 727
39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2015-03-13 732
38

#27. 칭찬과 감사 _ 김태훈 file

이번 달부터 사내 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칭찬합시다'라는 방이 새로 개설되었다. 서로 칭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회사가 많이 바뀌었다는 성공사례를 들은 한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하였는데 심심찮게 칭찬글과 댓글이 달리고 있다. 업무를 잘 처리한...

 
2015-08-22 735
37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741
36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7
35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3
34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2015-03-14 756
33

#54. 막힌 담을 허물고 _ 홍봉준 file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

 
2016-03-20 809
32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826
31

#61. 어머니의 기도 _ 박남선 file

새벽 어스름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저의 하루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고백 소리를 들으며 시작됩니다. 따뜻한 아침상을 정성스레 차려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표현도 없이 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자리에...

 
2016-05-08 867
30

#77. 지리산 기도처를 다녀오며 _ 김태훈 file

“총무님, 도착하셨나요?” “예, 저는 좀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디쯤 오셨어요?” “지금 두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혹시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버스 못 떠나게 꽉 잡고 계세요” “네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천천히 오시라고는 ...

 
2016-09-05 902
29

#30. 포기하면 편해 _ 김범열 file

"아저씨, 아직 멀었어요? 저 늦었는데 내비 찍고 가시죠?" "내가 이 동네 지리는 잘 안다니까. 내비 보다 내가 나아요!" 간혹 택시를 타 보면, 멀쩡하게만 잘 달려있는 내비게이션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 기사님들이 있습니다. 운전 경력이 오랜 택시 ...

 
2015-09-18 988
28

#155. 습관은 반복이다! 경건을 연습하라! file

‘아차! 밤늦게 군것질 안하기로 했었지...’ 결심한 것이 생각났을 때 나는 이미 초코파이 두 개에, 고구마 한 개, 하루 견과 3일치에다 사탕을 5개나 까먹고, 과자 봉지가 반 이상 줄고 있을 쯤 이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훨씬 넘어 11시가 다되어가고 있는데...

 
2018-04-02 1089
27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105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