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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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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테는 5월의 눈부신 태양과 대지 아래서 넘쳐 터지는 가슴의 행복과 환희를 주체 못하고 청춘의 사랑을 노래하였습니다. 

같은 푸르름을 풀어놓았지만 9월과 그 느낌이 다른 것은 5월이 소생과 성장의 경계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죽음의 겨울을 지나고 소생은 하였는데 그 탄생의 봄길 끝에서 꽃샘추위에 어찌할 바 모르던 대자연이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는 불멸의 여정의 경계를 힘차게 행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혜의 왕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만물과 인생을 통찰하며 이러한 대자연의 불멸의 모습은 사람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만물의 피곤함이며, 사람의 어떤 탁월한 성취조차도 세대가 반복되는 불멸의 시간 속에서 이전 세대조차 기억 못하는 절망스러운 헛된 수고일 뿐이라고 애통해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살아있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미국 캘리포니아 화이트 산에 있는 브릿슬콘 소나무로 수령(樹齡)이 약 4천800년을 넘는다고 합니다. 노아 시대에 태어나 인간 군상의 타락상을 지켜보며 대홍수 심판까지 견뎌낸 장수 나무인 셈입니다. 인류의 평균 수명을 살펴보면 예수님 당시에는 약 28세, 19세기 초까지도 약 35세에 불과했는데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현재 약 67세에 이르고 2050년에는 약 150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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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수의 기쁨도 잠시요, 우울한 소식은 일정 수준의 나이를 넘기면서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병치레와 암, 치매 등의 중증 질환으로 죽음을 기다리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현생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어 브릿슬콘 소나무처럼 불멸이라 느낄 만큼 오래 산다고 할 때 ‘영생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과 ‘암 투병과 무기력으로 죽음을 앞둔 고통의 시간’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길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영속성이 새 생명의 잉태를 통해 이어지는 것처럼 사람도 자식이나 이후 세대를 통한 대물림으로 영생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중학교 생물 시간이 가장 흥미진진했습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명체의 복잡한 작동 메커니즘이 물질의 화학작용으로 설명되는 것이 신기했고, 동물(특히 포유류)이나 사람이나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인간의 죽음도 동물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자연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유사성을 갖고도 왜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아주 다른 탁월한 특징들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쌓여갔습니다. 진화냐 창조냐 하는 논쟁 자체도 ‘인간이니까’ 가능한 발상이요, 진화론으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뇌가 없으면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가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었지만 그렇게 마음에서 나오는 수많은 가치들이 동물이나 자연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이유에 대해서는 물질적인 혹은 과학적인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DNA를 통해 부모의 형질이 전달되었다고 부모의 가치관이나 의식 혹은 신앙이 전달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문화나 세태를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독립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아무리 자식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부모라 한들 그 자식은 자기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물론 자녀가 치부와 오점 많은 부모와 똑같지 않다는 것은 큰 다행입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찌라. 해 아래는 새것이 없다”라고 탄식한 솔로몬이 깨달아보니 지금 있는 것이 옛적에도 있었고, 장래에 있을 것도 이미 옛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라도 더 할 수도 없고 덜 할 수도 없는, 하나님의 행하시는 모든 것이 영원히 있음에 대한 반증이라 깨달은 솔로몬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음을 고백하였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제때에 알맞게 맞아들어가도록 만드셨으므로, 사람은 사는 동안에 기뻐하고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며 사람마다 수고한 보람으로 즐겁게 지내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불멸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살아있는 동안 때에 맞게 그 수고를 다하는 보람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천하 범사에 기한이 있고 하나님은 모든 목적이 이룰 때를 정하시고 때를 따라 다 아름답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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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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