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된 다윗의 여정은 '고난과 인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집안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막내로서 목동 신세로 내던져진 다윗의 삶. 골리앗을 무찌르고 잠시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10년간의 더 큰 고난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윗은 알았을까? 도피 기간 중에 당한 고난이 드디어 끝나고 왕이 되어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싶은 순간, 고통의 싹은 내부로부터 움트고 있었다. 아들들의 반역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아버지이자 왕의 참담한 가슴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대표작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20년 고난의 여정을 통해 인생 자체가 고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고난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삶이 인생의 본질임을 노래하였다. 고난과 싸우다 싸우다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오디세우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독려하였다. 「참고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이보다 더한 고통도 참고 견디어 오지 않았는가!」 

낙엽이 지고 겨울의 찬바람이 귓전을 빨갛게 물들일 때 평강의 성도라면 12월 17일이 마음에 떠오르게 된다. 원로목사님의 천국 입성으로 휑해진 마음 한구석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더욱 힘들었던 2015년 한 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는 지금 현재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한 것들도 많이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도 우리는 늘 의미 있는 열매를 결실하곤 했다. 그 열매가 오늘 우리를 가능케 해준 은혜의 디딤돌이 되지 않았는가! 

인생은 흔히 말하듯 '고난이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작은 파도가 오는가 싶으면 그 뒤에 훨씬 큰 파도가 밀려온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밀려와 나를 흔적조차 없이 쓸어갈 것 같던 파도도 전진한만큼 후퇴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파도를 두려워하는 것은, 파도는 물러날 때도 전진하며 움직이기에 그 물러섬을 여전히 나를 향해 공격해 오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는 자가 결국 절망의 파도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WATERHOUSE_-_Ulises_y_las_Sirenas_(National_Gallery_of_Victoria,_Melbourne,_1891.jpg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면서 바다의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 배가 난파당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노를 젓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사이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몸을 끈으로 돛대에 묶은 채 항해하여 고비를 벗어났다. 파도의 위험보다 요정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훨씬 더 치명적임을 일깨워주는 일화이다. 이는 일찍이 이스라엘 백성들도 광야에서 겪은 바 있다. 척박한 땅 광야의 환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는 섞여 사는 무리였다. 그들의 원망과 불평의 소리는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백성들의 마음을 미혹시켜, 모세에게 저항하고 하나님께 반기를 들게 하였다. 광야의 항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척박한 환경도, 물과 양식이 없음도 아니고 이처럼 사람들의 귀를 통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모세가 아무리 율법의 밀랍으로 그들의 귀를 막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마음으로 들으며 가던 길 멈추지 않게 해도 원망과 불평의 사이렌, 온갖 욕망의 분출구가 된 그들의 소리는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만 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라는 문구에 마음을 연다.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눅 21:19)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음성이 세상의 소리,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며 노 젓는 선원들의 귀를 막아주는 신령한 밀랍이 될 것이다.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가져올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벧전 1:13)라고 외치는 베드로의 음성을 마음에 새기자. 욕심의 소리, 세속의 소리에 귀 막고 오직 말씀의 기둥에 나를 묶어 놓은 자만이 욕망의 파도가 울부짖는 광야를 무사히 건너 소원의 항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그때까지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ac348b7e523a7e6d1744c0fbecdacdb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55

#107. 거지같은 인생 _ 김진영 file

“한국의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기준이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

 
2017-04-06 653
54

#45. 좌충우돌 오류동 정착기 _ 하찬영 file

"쓰레기 봉투가 없네, 마트 좀 다녀올래? 의자 옆에 바지랑 셔츠 다려놓았으니 넥타이랑 챙기고" 그는 그레이 컬러의 수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습니다. 마트에 갈 때는 어떤 타이가 어울릴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가 가장 아끼는 타이를 집어 듭니다. 시...

 
2016-01-09 659
53

#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

 
2015-11-22 666
52

#152. 본(本)이 되어야... file

구속사 시리즈 10권을 통해 사관학교를 등록하고 환경과 여건에 맞는 많은 반들을 수강하고 있다. 10권 “하나님 나라의 완성 10대 허락과 10대 명령”을 통해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 아브라함의 생애, 복의 근원. 그것은, 본(本...

 
2018-03-03 666
51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2017-04-25 669
50

#151. 감사와 사명 file

사명使命, 부릴 사使 목숨 명命, 국어사전에서는 '맡겨진 임무'라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이 땅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존재 이유를 설명 할 수 있는 단어인 셈입니다. 아마도 이 사명이 가장 중요시되는 직업은 ...

 
2018-02-25 684
49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87
48

#95. 오늘 하루 어땠나요? _ 이승옥 file

갑자기 누가 나에게 “오늘 하루 어땠나요?”라고 물으면... 난 뭐라고 답할까? 1. “그럭저럭이요.”- 정말 성의 없고 무책임한 말인 듯... 2. “어제랑 같아요.” - 오늘을 생각하기 싫은 게으른 대답인 듯... 3. “힘들었어요.” -...

 
2017-01-08 689
47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2015-03-13 696
46

#87.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뒤를 따르는 첫발걸음 _ 박다애 file

8월이면 매 년 돌아오는 청년1부 헵시바 정기총회가 이번 연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39대 임원단을 마무리하며 잠시 바빴던 교회생활이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4부 청년연합예배...

 
2016-11-14 698
45

#52. 청년이여 일어나라 _ 원재웅 file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이후로 고도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

 
2016-02-27 701
44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14
43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2015-07-04 721
42

#27. 칭찬과 감사 _ 김태훈 file

이번 달부터 사내 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칭찬합시다'라는 방이 새로 개설되었다. 서로 칭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회사가 많이 바뀌었다는 성공사례를 들은 한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하였는데 심심찮게 칭찬글과 댓글이 달리고 있다. 업무를 잘 처리한...

 
2015-08-22 728
41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2015-03-13 729
40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734
39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6
38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1
37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2015-03-14 753
36

#54. 막힌 담을 허물고 _ 홍봉준 file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

 
2016-03-20 805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