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03.20


pkblog_body_54.jpg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밖 세상을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담을 담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삶의 경계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시원스러운가?
28년간이나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던 5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무너진 날, 1989년 11월 9일의 감격은 전 세계인에게 선사한 하나님의 축복의 이벤트였다. 그 무너진 장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장벽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그러나 거대한 장벽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가 30년 가까이 돼가지만 여전히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마음에는 콘크리트 장벽이 있던 곳에 경제력의 격차와 편견이라는 담을 대신 쌓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동독 출신을 바라보는 서독 출신들의 편견.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로 서독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독 사람들. 서로를 향해 이처럼 편견으로 비난할 때 각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벽이 점점 높이 세워지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맨 몸뚱어리 하나로 수천 년 켜켜이 쌓아 올린 분열과 편견과 증오의 담을 홀로 부수느라고. 얼마나 간절히, 얼마나 과감히 자신의 몸을 내리쳐 세상의 담을 허물려 하셨는지, 땅이 진동하여 바위가 터지고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둘로 찢어지고 말았다. 2천 년 동안 절대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던 지성소가 열렸고, 영혼을 가두어 무지의 감옥으로 이끌던 육체를 깨뜨려 부활의 새 생명을 선물로 주셨다. 사도바울은 이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다”(엡 2:14-15)고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 주님에게 참으로 멋진 별칭을 붙여주었다. 화평케 하는 자요 화목의 사도, 예수 그리스도!
 
민족과 민족이 하나 되고 국가와 국가가 화해하며, 집단과 집단이 진정 화합하는 것도 사실은 나와 너의 화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르틴 부버는 그의 저서 ‘나와 너’에서 하나님(너)과 나와의 하나됨의 관계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관계이며 구원으로 보았다. 사람은 ‘나’를 중심으로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인 ‘너’로 존중하지 않고 ‘그것’(it)으로 대하려 한다. 사람을 ‘그것’으로 대하는 자는 상대를 오로지 대상으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자다. 이들 사이에는 결코 허물 수 없는 강력하고도 견고한 담이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인류 역사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 수많은 차별과 학대와 억압과 파괴와 죽음을 가져온 원인이었다.

 

38선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38선보다 더 견고하고 강력한 아집과 이기심과 욕망의 담을 발견한다. 38선으로도 모라랐는지 동서(영호남)로 갈라지고, 학연과 지연으로 갈라지고, 빈부의 정도에 따라 유유상종하며 수많은 담을 쌓고 선을 그으며 서로와 서로를 구분 짓고 편을 가르는 세상! 주님께서 ‘십자가’로 힘겹게 이루신 담장 없는 세상, ‘나와 그것’으로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만드신 그 십자가의 위력, 당신의 육체를 과감히 던지신 그 용기와 희생을 우리는 어찌 이처럼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가!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아 기름으로 반죽하여 ‘한 덩어리’로 하나님께 드렸던 소제를 생각해 보라. 나와 너 사이에 막힌 담이 있다면 어찌 한 덩어리 반죽이 가능하겠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 지극히 거룩한 그 소제물은 이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으로 막힌 담을 허물고 나 자신을 희생하여 ‘고운 가루’로 만들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순절의 절정인 고난 주간을 앞두고 우리 주님의 발자취를 묵상하면서 세상의 그 거대한 편견과 교만과 탐욕의 벽에,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당신의 온몸이 으깨지고 바스러질 때까지 던져 담을 허무시는 그 처절한 모습을 발견한다. 2천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막힌 담과 마주하시며, 십자가에 당신의 온몸을 내어맡기듯 오직 당신의 육체 하나로 무너뜨리는 주님을 본다. 

십자가의 망치로 내 속에 있는 담을 먼저 허물고, 말씀의 맷돌 들어 고운 가루 될 때까지 갈고 갈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형상으로 빚어지는 교회, 그런 평강제일교회는 담이 없는 교회다. 둘로 갈라섰던 서로가 이제 하나 되어 화목의 직분을 감당하는 교회, 그것이 사도바울이 그리고 있는 천국의 모습이요, 우리 주님이 영원히 왕 노릇하는 하나님 나라다.

 

 

ac348b7e523a7e6d1744c0fbecdacdb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26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129
25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1192
24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219
23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222
22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228
2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40
20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263
19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280
18

#153. 하늘에 펼쳐진 약속 file

“주님께 나아가네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모두 드러나네 마음의 소원들이 나의 뜻과 다르네 주님의 생각하심은 드넓은 광야로 인도하네 새로운 길 여시네 두려움 속에 한걸음 딛네 담대함 주시는 하나님 강한 손으로 주 날 붙드네 ...

 
2018-03-17 1298
17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306
16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370
15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388
14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7
13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33
12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475
11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558
10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611
9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708
8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09
7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60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