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5.09.26

untitled.png

특정 브랜드의 SNS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지만, 카카오톡을 위시한 여러 SNS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지대하다. 단순한 문자 메시지, 1:1 대화에서 벗어나 일대다의 전달이나 多對多의 회의까지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그뿐인가, 선물도 하고 결제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 링크된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의 세계로 마구 헤엄쳐 들어갈 수도 있다. 모바일 세계를 일반인에게 그야말로 활짝 열어젖힌 격이다. 

그런데 이 카톡(모든 SNS를 통칭하여 편의상 카톡이라 불러보자)의 활용도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말씀 노트 역시 카톡을 통해 많은 분량이 실시간으로 유통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배나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도 설교 내용을 글로나마 접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주고받는 동영상 용량의 제한이 없는 특정 SNS(텔레그램 등)로 갑자기 성도님들의 가입이 러시를 이루는 일도 목격된다. 그뿐이랴. 밴드를 통해 중소규모의 모임 공지가 더욱 활발해지기도 하니, 이야말로 SNS를 이용한 선교가 아니런가. 활용층도 단지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장년층까지도 위에 언급한 기능들을 너무나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계시며, 심지어 가정의 대소사도 카톡방을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지난 선거 당시, 예상과 달리 진보진영이 SNS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듯하다. 

120621_4fe28bc32c154.jpg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사용할 때 겪게 되는 다양한 부작용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딱 두 가지만 짚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는 바로 '1'이다. 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의 '1'이 없어지지 않을 때의 조바심, 초조, 불안, 더 나아가 분노까지... 모두가 느껴본 경험이 있으리라. 카카오톡이 앗아간 일대일 대화의 조급성과 폭력적인 상호 작용기제의 심리적 부작용이라고 이를 수 있겠다.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왜 안 보는 거지, 왜 확인을 안 하는 거지... ' 
그러나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권면하고 서로 사랑해 보았는가 생각해 보면 참 겸연쩍기 그지없다. 기도가 카톡 메시지라면(그냥 비유다),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가 카톡을 접속하기 전에 이미 읽으셔서 '1'이 뜰 사이조차 없으리라.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의 활용을 넘어선 過用이다. 세태가 변하여 남녀 간의 이별도 카카오톡으로, 이혼 통지까지도 카카오톡으로 한다지만 카카오톡으로 전하지 말아야 할 내용은 우리의 상식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경험으로, 카카오톡이 우리 공동체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중립적 단어를 일부러 골라 썼다)을 끼쳤는지 목도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 전달하는 카톡의 기능이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잘 쓰인 적이 있었으랴. 참으로 '가상하고', '놀랍고', '은혜로운' 카톡의 사용을 목도한 몇 개월이었지 싶다. 

'1'이 안 없어진다고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는 의연한 소통을 해 보자. 공동체의 은혜로운 화합을 가로막는 과용에서 벗어나 보자.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지만, 다시 돌이킬 필요 없는 경험도 있으리라. 자기가 토한 음식에서 뒹구는 어리석음을 짐승만 범하는 것은 아닐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카톡을 쓰지만, 반성할 뿐이다. 기도할 뿐이다.


1bd9f8ec46bddfc11fb3d585dbd2f9ed.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86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3
85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570
84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7
83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5
82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564
81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563
80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2
79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57
7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2
77

#146. 하나님의 나라 file

“2018년은 별로예요. 왜냐하면 18이 있잖아요.” 새 해 첫 어린이예배에 참가한 꼬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럴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도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 나 역시 17이...

 
2018-01-30 551
76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49
75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47
74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5
73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4
72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4
71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2
70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37
69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3
68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1
67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531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