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3PWNmWWv5lkc4nHyl.jpg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하고 싶어서 던진 떡밥 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먹고살기 힘들고 근심되는 나이에, 꿈을 자랑하고 싶은 남편이 신선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아무튼, 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남편은 어려서부터 중학교 야구부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꾸다, 고등학교 때는 미술, 그러다 군악대를 거쳐 홍대 밴드의 베이스기타리스트가 되었을 때 나를 만났다. 그 후 음악을 그만두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낚시에 푹 빠져서는 자신은 나중에 어부가 되겠다고 하더니, 배를 사겠다고 해서 내 입이 벌어지게 했다. 나는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우리 집 냉동실에는 서해에서 잡은 자연산 우럭, 주꾸미, 여수 앞바다까지 가서 잡은 문어들이 문을 열 때마다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기타를 구매하고 앰프까지 사서 집에 두고는 거실에서 똑같은 곡을 계속 딩가딩가 거린다. 밴드가 필요 없이 혼자서 하는 기타 곡이라는데 일 년 후 거리에서 공연하는 버스킹도 하겠다고 한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퇴근 후 집에만 오면, 기타를 잡고 음악 같은데 아직 음악 같지 않은 음악을 연주하는 남편. 새로운 꿈 덕분에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리 집에 기타가 세 대가 되던 날. 그는 새로운 꿈 선포식을 하기 위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질문을 던졌다. 너는 꿈이 뭐냐고.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해줬다. “음.....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는 거.” 남편이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현모양처가 되어 보고는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을 거 같기는 했다. 나의 대답이 허술한지,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자랑이 1절. 2절. 3절. 4절 계속되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나는 진짜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했다. 나는 별로 이제는 되고 싶은 게 없는데. 근데 뭔가가 되어야 그게 꿈인가?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은 있지만, 내가 이 나이에 꼭 되고 싶거나 해내고 말겠다는 꿈은 없었다. 어느 정도 하고 싶고, 궁금했던 일들은 이미 호기심이라는 달란트로 많이 경험해본 것 같다.

  

그 답을 몇 주간 곰곰 생각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이제는 내 꿈 말고, 하나님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다. 내 꿈보다 더 근사하고 완벽하고 선하신,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다. 그러면 나를 향하신 아버지의 꿈이 뭘까?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소망을 두고 계실까? 성도는 80세도 청춘이라고 하셨으니, 앞으로 내 눈은 더 침침해지고, 모리아 계단을 오르며 더 헉헉거리겠지만, 아버지는 나를 향한 당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작정하고 계획해서 사는 하루보다, 당신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하루를 살게 도와달라는 기도가 나온다. 갑자기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하신 주님의 기도가 떠오른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를 온전히 신뢰하셨구나. 온전히 아버지를 의지하셨구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의 삶이 참으로 보잘 것 없어서 나 스스로 보기에도 한심하고 답답하지만, 나는 나의 삶이 아버지의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는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답해본다.

당신의 구속사를 전하는 사람. 당신이 보내주시는 열방의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람. 당신의 행하신 일들과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당신이 약속하신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서 당신이 입혀주신 흰옷을 입고, 아버지에게 인사드리러 가고 싶다고. 아담 할아버지도 만나고 에스겔 성전도 구경하고, 다시 둘러앉아서 끝내지 못한 구속사 공부도 하고 싶다고.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3wtCCebaYOqFvjo9pbzyQ.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86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4
85

#24. 황금종 아래에서 (holyday vs holiday) _ 홍미례 file

일 년 중 상반기를 결산하고 나면 하계대성회에 초점을 맞추고 일정을 잡습니다. 하계대성회는 상반기 평가를 통해 하반기에 부족한 것을 채우는 동시에 혁신을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휴가의 정점이지만 ...

 
2015-07-25 570
84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8
83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5
82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4
81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2015-07-11 564
80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563
79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57
7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3
77

#146. 하나님의 나라 file

“2018년은 별로예요. 왜냐하면 18이 있잖아요.” 새 해 첫 어린이예배에 참가한 꼬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럴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도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 나 역시 17이...

 
2018-01-30 551
76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49
75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48
74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7
73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5
72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4
»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2
70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39
69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4
68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3
67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531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