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11.27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mDaNKjmgJ9ZtPdxISHPvTIkCw9G.jpg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년 6개월 중 2년에 다다른 날이었습니다. 초겨울, 첫눈인지 눈이 보슬보슬 내리는 새벽 5시 10분 출근시간, 늦지 않으려고 75mile(약 12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점심까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이른 새벽, 120km 속도로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미끄러지는데 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박으려고 했습니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더니 차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았습니다. 돌다가 5차로 끝 오른쪽 벽을 박으려는 순간 다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순간 차는 540°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돌면서 지난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지난주 교통사고로 다른 유학생이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나도 죽는구나." 그렇게 체념을 했습니다. 그렇게 돌다가 차는 멈췄고 눈을 뜬 순간, 저는 살아있었습니다. 감사와 함께 눈물이 울컥, 제 온 눈을 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았고 한없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가장 두려운 건 그때의 기억, 살려주심, 감사함이 나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잊혀져가고, 내가 그랬던 적이 있었는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눈길에 과속도 합니다. 그건 아마도 기억을 기록하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기억이 오래갈 줄 알았고, 그 시절의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고, 바빠서 일기로 담아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잊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그루터기 리더 모임을 통해 말씀과 신앙의 전수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왜 모세가 그토록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절한 마음으로 증거의 노래를 만들고(신 32:1-47) 온 힘을 쏟았는가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리도 "얼마나 중요한 건데,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구속사가 걸린 일인데 당연히 기억하겠지!"라고 생각해도 방금 한 일도 기억 못할 때면 "정말 잊혀진다는 것은 쉽구나..."라며 탄식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받을 새 생명들과 후손들을 위해 다시 기록해야 합니다. 우리는 말씀으로 훈련받은 '개인 기록사'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말씀을 필기하는데 단련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귀중한 말씀이더라도 기록이 없으면 잊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율법을 잊혀지지 않은 돌판에 기록하게 하셨고(출 24:12) 그 말씀이 대대손손 전해져야 함을 바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의 대가 끊어지지 않음을 구속사 족보를 통해 증거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말씀의 대물림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까? 새노래의 자격자입니까? 그렇다면 신실하게 기록하여야 합니다.

그 말씀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기록계에서 자료들을 모으는 것을 Stocking(쌓기)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냥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입니다. 자료들이 한 곳에 모여져야만 그 자료들이 연결성, 계속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빈틈이 없고 빠짐이 없지만 이 자료들이 개인소유물로 전락해버리면 생명력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하여 온 말씀을 한 힘으로 모아야 할 것입니다. 목적은 단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구속사의 유업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내 것이 아닌 새생명들과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그들은 말씀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자료들이 한 곳에 모여지면 사용자에 따라 이해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에스라는 하나님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였습니다(느 8:8). 시대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전자책은 증강현실(AR)에서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의 형태로 진보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종이책을 읽지 않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오래 기억되는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1차 사용자의 기록물은 2차 사용자가 필요한 형태의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변형 가능한 포맷으로 수집,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형태로 전환 가능하게 아카이빙(Achiving, 기록보관) 되어야만 합니다.

기록과 보존, 말씀의 전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쉽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역사는 틈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1999년 사순절에 원로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고난주간 때 마지막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금년만큼은 내가 한 말씀도 놓치지 않고, 내가 필기해 녹음을 해서 내 가정에 가보 제 1호. 재산목록에 어떠한 논밭, 돈보다 어떠한 기업보다 이것이 하늘나라에서 큰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 가보를 전해줘야겠다.” 우리는 말씀을 “가보 제1호”로 여기고 말씀의 기록 관리와 계승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겠습니다.

정말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교만함을 버립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우리의 기억은 모두 잊혀집니다. 새로운 생명을 받은 것, 고난 속에서 나를 위로하신 일, 나를 구원하시고 살려주심, 매일의 감사함 모든 게 다 잊혀집니다. 그리고 저는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pkblog_wrLJS_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46

#86. 에노스, 너무나 에노스적인 _ 하찬영 file

‘그렇다고 그가 수천억 대의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하거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혁명적인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돈에 눈이 먼 탐욕스런 인간은 아니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하는 위대한 혁명가는 더더욱 아니다. 이래저...

 
2016-11-08 494
45

#142. 워라밸(Work & Life Balance) _ 박승현 file

해마다 이맘 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거나 다가올 새해를 내다보는 다양한 단어가 등장한다. 올 해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가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했다면, 2018년 트렌드 전망에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과 삶의 균형...

 
2017-12-26 492
44

#40. 당신 생각 _ 강명선 file

당신 생각 가을에는 커피가 더 맛있어진다. 따듯한 커피를 마실 때 그 진향 향기도 함께 마시게 되어 커피의 맛을 두 배로 누리는 기분이다. 여름에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목과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대신 그 향기는 사라진다. 나름 커피 애호가인 나는 오...

 
2015-11-29 488
43

#33. 15분 만에 요리가 안 나오는 이유 _ 지근욱 file

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

 
2015-10-10 488
42

#55. 십자가를 생각하며 _ 김형주 file

고난주간 속에는 예수님의 33년 전 생애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을 약속받는 확실한 증거가 예수님의 부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 죄악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측량하기 ...

 
2016-03-26 480
41

#46. 3일마다 가스불에 앉기 _ 지근욱 file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차에서 원로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다. 설교 때마다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몇 가지 비유가 있다. 예전에는 '또 저 말씀하시는구나...' 하며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아래 말씀은 그중 하나다. "죄...

 
2016-01-16 478
40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77
39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476
38

#29. 여름의 당부 _ 강명선 file

녀석을 발견한 것은 교회 에담 식당 앞 주차장 부근이었다. 감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굴러떨어져 있던 그 녀석. 그 작고 앙증맞은 녀석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발걸음을 멈췄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그 철...

 
2015-09-06 473
37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473
36

#78. 신은 죽었다고? _ 강명선 file

쌀쌀한 여름밤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을 향해 걷던 길이었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4학년 2 학기를 맞은 아들에게 새 학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나는 못생겼어. 나는 ...

 
2016-09-18 472
35

#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 _ 김영호 file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 시골집의 향기였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빌라와 ...

 
2017-09-19 470
34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469
33

#81. 사랑에 대하여 _ 홍미례 file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

 
2016-10-04 468
32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468
31

#38. 인재의 기준 _ 김태훈 file

"정규직, 주 5일 근무, 4대 보험, 연차휴가" 구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채용정보 사이트의 내용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 정도는 일반적인 조건이고 더 괜찮다 싶은 회사는 리스트가 길어진다. 건강검진, 가족보험, 사내 동호회, 회사 ...

 
2015-11-14 467
30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463
29

#93. 마감하는 인생 _ 강명선 file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근사하게 2016년의 마지막 평강 에세이를 이만 총총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지금 나는 또 마감에 몰려있다. 매번 밀리는 싸움이다. 때론 넉넉히 이기고 싶은데 늘 내가 수세에 몰...

 
2016-12-26 463
28

#71. 사드 단상 _ 송인호 file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면, 7월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63주년이 되는 달이다. 전쟁 통에 태어나거나, 해방 전후 태어난 분들도 이제 어언 70대에 도달하셨고 헤어진 이산가족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사랑 웅변대...

 
2016-07-18 463
27

#51. 2월이 존재하는 이유 _ 강명선 file

요즘 달력을 자주 본다. 2월이기 때문인가. 겨울이 지겨워서 빨리 이별하고 싶어지는 달이다. 나는 마침 이른 봄방학을 맞이하여 한 달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불안과 염려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아주 묘한 ...

 
2016-02-20 46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