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등록일

2018.07.28

ESSAY165_body.jpg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을 걸어갑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끝도 없이 이어진 행렬들 속에서 힘들어도 쉴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앞으로는 홍해가 가로 막고 있다고 하고 또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애굽 군대가 우리를 죽이려 쫓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군대. 이대로 가다간 바다에 다 빠져 죽거나, 애굽 사람들 칼에 다 죽는 상황입니다. 당장에 소중한 우리 부모와 자식들, 남편 혹은 아내, 그리고 소꿉친구들과 생이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과연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다 다릅니다. 각자 개개인이 자라온 환경이나, 겪었던 일들, 만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다르기에 작은 일에도 생각이 100%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어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하물며 사람끼리도 이러한데,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는 오죽할까요.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사람이 강아지를 키울 때를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살이 많이 찌면 건강도 안 좋아지고, 몸도 둔해진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간식도 덜 주게 되고, 강아지가 힘들어해도 데리고 나가서 운동을 시킵니다. 그런데 아마 강아지는 그런 것은 모를 겁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겠죠. '왜 갑자기 우리 주인님이 잘 주던 간식도 안주고, 땀 흘리게 만들면서 나를 힘들게 하지?',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거야'. 그것은 바로 강아지가 사람의 계획을 정확히 살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보이던 간식들이 없어지고, 자기를 계속 뛰고 힘들게 만드는 그 어려움만 생각 할뿐, 그 행위 안에 담긴 주인의 의도를 강아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가끔 '우리의 영적인 건강과 성장을 위하여' 강아지의 주인처럼 '고난'을 주시기도 합니다.



애굽에서 나올 때는 나를 위하여 여러 재앙들을 내려 주셨습니다. 수많은 핍박을 받은 그 애굽 땅을 떠나올 때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축복이란 축복은 다 나에게 내려주신 것 같았고, 매 순간들이 따뜻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날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매일이 행복할 것 같았던 순간들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죠. 다시금 하나님께서는 애굽 왕의 마음을 살기 넘치게 하시고, 모든 마음과 상황들을 급변하게 만드셔서 나의 모든 행복들을 다 앗아가셨습니다. 이전처럼 순간순간 마음 졸이며 가던 길을 걸어가야 했고, 앞도 뒤도 막힌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어둠속을 홀로 걸어가게 하셨습니다. 내 앞으로는 도저히 헤엄쳐 건널 수 없는 홍해가 놓여있었으며 내 뒤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칼을 든 애굽 군대가 나를 쫓아왔습니다. 절벽 끝에 서있는 나에게 의지할 곳은 하나 없었고, 잡아주는 손도 하나 없었으며 이 순간이 내가 사는 날들 중에 마지막 순간이 되어도 아무런 이상할 것이 없는 순간들에 놓이게 하셨습니다. 왜 나를 자꾸만 돌려서 건널 수 없는 바다 앞으로 가게 하셨으며, 왜 내가 이길 수 없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서 나를 좇게 만드는지 원망만 가득했습니다.



사람은 나약하고, 저 또한 사람이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믿음이 흔들리고, 생각과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이전에 애굽에서 나올 때 나에게 보여주신 그 모든 기사이적들은 한순간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내가 애굽에서 나올 때 나의 힘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여 내셔서 나온 것을 분명 체험했기에, 우리는 결국 내 자신과, 앞뒤에 있는 우리들에게 소리쳐 알려주어야 합니다. "애굽에서 나올 때 우리 함께 겪었지 아니했느냐. 저들의 집에는 어둠이 있었지만, 우리네 집에는 빛이 있었지 않았느냐. 저들의 장자들은 다 죽었지만, 우리의 장자들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 믿고 나아가자, 함께 믿으며 나아가자!"고 말입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이 내 생각이나 계획과는 달라 모든 상황들이 힘들고, 지치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나의 방법이 하나님의 방법과는 전혀 다르기에, 힘 없는 나의 방법보다는 나를 지으신 하나님의 방법을 믿고 순종할 때에, 내 힘으로는 절대 건널 수 없을 것만 같던 홍해를 열어주시고, 내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애굽 군대를 수장시키는 그 기적을 다시금 목도 하며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힘입어 더욱 힘 있게, 더욱 큰 확신을 가지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하나님의 방법이 우리의 방법이 될 때, 고난이 축복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로요.




에세이소개.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75

#01. 금순이를 찾아서 _ 지근욱 file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

 
2015-03-12 614
174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2015-03-13 729
173

#03. 슬픔의 절정에 춤을 준비하는 사람들 _ 홍미례 file

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2015-03-13 644
172

#04. 두 배 _ 최주영 file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지금보다 ‘두 배’로 속을 썩인다면 어떨까? 부모 중 열에 아홉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

 
2015-03-13 576
171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2015-03-13 696
170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2015-03-14 753
169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14
168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823
167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6
166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099
165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29
164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597
163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3
162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646
161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466
160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1
159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05
158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49
157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470
156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0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