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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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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최종 심사에 사용될 내용이 필요하니, 프로필과 업적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종 사기라 생각하며 무시하고 바로 지웠는데, 며칠이 지나자 마감 날짜까지 찍어서 연신 독촉(?)메일을 보내온다. 계속 관심을 보이니 궁금하기도 해서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는데, 11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란다. 각 분야별로 매년 세계적 인물 5만여명을 선정, 프로필과 업적을 등재하고 있다고 한다.

 

알고 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메일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이미 마음이 기울어져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의심이 들지 않는 완벽한 초대장처럼 보였다. 이상한 점이라고는 하나 뿐이었다. ”근데 왜 내가? 갑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새 링크된 URL을 클릭하고 있었다. 혹시 돈이 드는 것은 아닐까 했지만, 안내에는 인명사전 책이나 기념품을 강매하지는 않는다고 하니 더욱 안심이 됐다. 열심히 내 이력을 적었다. 논문, 수상실적, 특허… 대단한 것들인 양 부풀려가며 적었다. 하지만 이내 곧 그만뒀다. 양심이 손을 들었다. 이 정도로 인명 사전에 등재 된다면 개인과 나라를 망신시키는 것이라고. 갑작스레 민망해져 급히 창을 닫았다.

 

이날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스스로 높아지고자 급급했던 나 자신에 대해 고찰했다. 가인 족보의 에녹부터 시작해서 니므롯과 바벨탑, 그리고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등 이런저런 성경 속 교훈들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하나님 나라의 인명사전 – 생명책 – 에 이르렀다. 신앙 이력을 생각하려니 훨씬 더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신앙을 오로지 공과(功過)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전부가 아니겠지만, 어느샌가 머리가 커져버린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임에는 틀림없었다. 그저 부끄러운 등재(?)만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짐했다.

 

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 위키백과에 적어놓은 누군가의 글에 따르면 – 요즘의 ‘마르퀴즈 후즈 후’는 지난 명성을 점점 잃어간다 했다. 명판과 책자, 기념품 구입을 유도하며 상업성으로 기울었고, 이곳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출판사들이 발행하는 인명사전 역시, 역사적 인물을 정리하는 공익적인 목적의 자료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개인들의 허영심을 이용하는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순간, 그 때 내 양심에 고마워했다.

나는 그저 올해도 뿌린 대로 거두게 하시는 정직한 아버지의 영을 의지하며 파이팅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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