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등록일

2016.04.10

pkblog_body_57.jpg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지. 내부에 씨를 뿌려, 차근차근 성공의 그 날을 노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에도 나온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암튼.. 그래서 이 늦은 밤, 몇 가지 전략을 한번 꾸며본다.


이 넘의 교회는 그렇게 이단이라고 몰아쳐도 꿋꿋이 새벽마다 모이고, 집회마다 모이고, 게다가 요즘은 청년연합예배까지 만들었다. 질색이다. 그 날이 올수록 모이기를 더디해야 하는데 왜들 이러는가. 그간 배운 가르침을 잊을 때도 되지 않았나? 잊을만 하면, 노트 꺼내 보고, 녹취록 보고, 이제는 없어진 ‘카세트 테이프’라는 것까지 듣고 정말 재수 없는 성도들이다. 

 

14년 12월 17일이, 이제 어언 2년이 가까이 오는데 의심과 불신의 독초가 자랄만 하다가도 뽑히고.. 당췌 자라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오류동 산 동네에 와서, 다 쓰러져가는 부대 막사 개조해서 성전을 짓더니, 너무 아름다운 평강의 동산이 되었다. 2007년부터는 구속사시리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고갱이다)를 그렇게 배워대더니, 전 성도가 어린아이까지 줄줄 외고 다닌다. 재수없다. 어린 아이들은 사상과 이념이 아직 채 여물지 않았으니, 백지 상태로 자유롭게 크도록 놔둬야 한다고, 그리 미혹시켰건만, 들은 척도 안 하고,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그리 성경과 구속사시리즈를 외워댄다. 이봐! 그만 좀 해!


불평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는다. 정말 재수없다. 불평은 또 다른 불평을 낳고, 원망은 또 다른 원망을 낳는다. 마침내 그 불평과 원망이 습관이 되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습관이겠는가. 그것도 모르고… 왜 이리 작업봉사가 많은지. 왜 소각장은 내가 치워야 하는지. 왜 식당에서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지. 성전은 왜 이리 넓어서 매주 청소해야 하는지. 졸립고 힘든데 초소철야까지 해야 하는지. 성전 문지기가 아름다운 사명이라고? 재수없다. 불평할 게 한 두 개가 아닌데 말이다. 편하고 편하게 생활하면 되는데, 그 놈의 공부에, 세미나에, 게다가 무섭게스리 사관학교까지.. 아 정말 재수 없다.


그래도 약한 고리가 좀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가인과 아벨에게서 시작된 미움의 역사처럼. 조짐이 좀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사랑으로 하나되어 2배 부흥하는 교회?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어다. 아니 성도들끼리 좀 미워하고 다투고, 중보기도 따위 때려치우고, 구속사의 전진 같은 어려운 생각 접어두고 투닥투닥 하며 살아야지. 처음 온 사람? 신경 쓸 여가가 어딨나,. 내 코가 석자지. 그렇지, 그래야 인간적이지. 당췌 인간적인 맛이 없는 성도들이다.


진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그 분이 교회에 안 계시(는 거 같지만.. 내 눈엔.. 그래도 많이 무섭다.. 아이고..)는데 왜 이리 성도들은 그 분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애쓰는가. 그거 지키면 밥이 나오나.. 이봐 이봐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마. 성실? 진실? 이런 거 구태의연한 거야.


아무튼 포기하지 않으련다. 수천년 싸워왔는데, 오늘 내일 낙심할 필요 있나. 왠지 그 날이 가까이 오는 거 같아 더욱 무서워지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 교회, 이 동산에 어둠의 씨를 맘껏 뿌려 보련다. 방심하고 있어 봐라.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7PS9eECNwdQt73tAJUg8T7iNI8qv.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75

#102.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_ 정유진 file

아뿔싸, 또 코가 꿰었다! 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 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 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

 
2017-03-03 652
74

#103. 사순절 그리고 갱신 _ 이장식 file

날씨가 풀리고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니 그제야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엄동설한 얼어붙었던 대지는 녹고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이 열린 마음을 갖게 됩니다. 모든 만물이 눈을 뜨고 기...

 
2017-03-08 453
73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2
72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6
71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5
70

#107. 거지같은 인생 _ 김진영 file

“한국의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기준이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

 
2017-04-06 653
69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498
68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2017-04-25 669
67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25
66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461
65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465
64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25
63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3
62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2
61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46
60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780
59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74
58

#119. 거절 감정 _ 박남선 file

8개월 이상 준비한 프로젝트가 결국 상사로부터 최종 반려를 당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생겨난 실망감으로, 그와 유사한 프로젝트라면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 짝사랑하던 이성 친구에게 고백을 했지만, 그 결과 이성 친구까지 잃어...

 
2017-07-05 815
57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35
56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16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