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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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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지금보다 ‘두 배’로 속을 썩인다면 어떨까? 부모 중 열에 아홉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속 앓아 드러누울지도 모른다. 

인터넷 검색창에 ‘두 배’를 집어넣어보았다. 컴퓨터에서 튀어나온 결과들은 “작은 집 두 배로 넓게 쓰는 인테리어”, “좁은 집을 두 배로 활용하는 수납”,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두 배 일하고 열 배 행복하자” 등등이었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정리해보면, 좁은 집이라도 잡다한 것들을 버리고 정돈하면 두 배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과 같은 삶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을 앗아가는 습관을 변화시켜 생활의 혁명을 이루자, 열정적인 삶을 통한 성공이 가져오는 행복을 누리자는 식이다. 이를테면 질적인 변화를 말하고자 할 때 ‘두 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두 배’를 정량적(定量的)이 아닌 정성적(定性的)으로 이해하는 것이 성경적으로도 옳은 해석 아닐까? 이삭은 1년 농사해서 백배나 축복을 받았는데(창 26:12), 무려 30년 동안 극심한 고난을 받은 욥은 고작 두 배의 축복(욥 42:10) 밖에 못 받았다니 말이다.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다시 얻은 소유는 그전 것의 갑절이요, 같은 수의 자녀를 새로 낳았지만 욥의 심장 속에 이미 자식들이 있기에 이 역시 갑절의 자녀를 얻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고난 전에 70년을 살고 고난 후에 140년을 살았으니 장수의 축복도 갑절로 받았다. 30년의 지옥 같은 고난 후에 누린 이러한 ‘두 배’는 욥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으며 소중한 행복이었을까? 140년은 결코 시들지 않는 절대적인 기쁨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30년을 견뎌낸 욥의 인내와 신앙의 강도를 가리켜 원로목사님은 “생명 바쳐 충성”이라고 표현하신 것 같다. 마지막 병상의 고통 속에서 이것을 생각하셨을까? “내 존재가 녹슬어 없어지느니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는 것이 더욱 행복합니다”라며 웨슬리와 함께 18세기 영국교회를 살린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의 삶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닐까.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생명 바쳐”의 실존적인 삶이, 거기에 담긴 무게가 느껴진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띄우는 사랑 고백. 김진호의 “가족사진” 노래만 가슴 뭉클하게 들려온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
꽃 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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