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8.11.10

pkblog_body173.jpg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이었다. 그래서 라디오 DJ들을 포함한 청취자들이 자신의 주위에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느꼈던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또 어느 날은 욥기를 읽고 있었다. 욥기 초반에, 특히 3장을 보면 욥이 탄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심정을 묘사하는 구절들이 이어서 나오는데, 그 구절들을 보고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의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남아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었더라면, 그 밤이 적막하였었더라면, 그 가운데서 즐거운 소리가 일어나지 말았었더라면’ 이런 식의 묘사가 이어지는데, 탄식을 묘사한 이 문장들이 때때로 우리가 슬픔에 잠길 때의 심정을 표현한 것 같아서 괜히 위로가 되면서도 깊은 절망 속, 누군가에게 탄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저 생각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생활하는 곳이 바뀌고, 환경이 변해가며 계속 드는 생각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표현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좋으면 좋다고 해야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 일에서든 사람관계에서든 표현은 어쨌든 중요하다. 그러나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사랑해’라거나 ‘힘들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표현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나에게 그만큼 표현을 해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스스로 마음을 접고 뒤돌아 걷게 되는데, 나를 실제로 좋아하든 아니든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꽤나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겠노라 다시 다짐하게 된다.


마음을 스스로 접고 돌아가는 행동이 누군가는 도망가는 것,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주위에서 하나님을 잠시 떠났던 그 시간이 죄송해서 기도하기가 두렵다, 의지하기 죄송하다는 말들을 듣는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나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만난 하나님은, 내가 죄송하고 두려워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그럴 때에 더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더 기쁘게 여기시는 것 같다.


사람보다도 하나님께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하나님께 위로를 구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그 무엇보다 ‘용기’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은 내가 상처 받을까 두려워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하고 힘들다는 말도 하기 꺼려하는 사람이다. 그럴 때에 조금 조금 더 하나님께 한 가지씩 톡톡 털어놓는 사람이 되겠다고 오늘도 우선, 생각부터 해본다. 


mjhong_에세이소개.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6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33
5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7
4

#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7512
»

#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919
2

#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3429
1

#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2596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