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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6.11.12
무덤의 돌을 치우라는 예수의 말씀을 듣고 마르다가 반문한다.
'주님, 그가 죽은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납니다.'
렘브란트는 배경을 어둡게 처리했다. 동굴 무덤 안에 눕혀 둔 석관 뚜껑이 열렸다. 예수는 맨발로 무덤 뚜껑을 밟고 섰다. 빛은 왼쪽에서 비쳐든다. 산 자와 죽은 자는 빛과 어둠의 경계로 구분되었다. 예수가 치켜 올린 팔의 명령을 좇아서 나사로가 상체를 일으킨다.
상체의 힘겨운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나사로의 표정에서 삶의 징후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의 무게를 털어 내는 일이 그리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눈은 아직 빛을 얻지 못했다. 렘브란트는 삶과 죽음을 빛과 어둠의 수사학으로 덧칠해 두었다.
▶ 렘브란트,<나사로의 부활>,1630년 무렵, 69.2x81.5cm,카운티 미술관,로스앤젤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