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열지 않음

글 수 181
등록일

2018.11.24

pkblog_body174.jpg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기운에 숙연해질 정도다. 순간 문득 내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게 이상야릇하다. 분명 직장생활을 하던 나였는데, 나는 영어 선생님이 되어 중간고사 감독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의 10년을 직장에서 그 이후 7년을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보내던 시기였다. 그 이상한 자리에서 나는 특이한 학급 표어를 보았다.

 

“나도 쓸모가 있다.”


이 학급 교어를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왠지 큰 위안이 되는 글이었다. 맞아, 우리는 다 쓸모가 있어. 누가 꼭 말해주었으면 하는 글을, 이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볼 수 있다니, 이 학급은 왠지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다.


 “나도 쓸모가 있을 텐데...”


분주하던 일상이 모두 쓸려 내려가고 남은 것은 시간뿐인 계절이 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사회는 나를 무용지물로 보는 것 같은 시기였다. 내가 가장 바쁜 날은 오직 주일. 주일에만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빴다. 하나님만 나를 사용해주시는 구나. 기쁘면서도 울적한 느낌은 나를 자꾸 돌아보게 했다. 하나님 나를 왜 부르셨어요? 나를 왜 태어나게 하셨어요?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나를 어디다 쓰 실 건데요? 다 같은 질문이었다.


 

나에겐 타고난 재능 같은 건 없었다. 딱히 떠오르는 잘 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세상은 경력자를 뽑는데, 교회는 신입도 환영. 이런 나도 교회에서는 쓸모가 있었다. 노래도 못하는데 성가대에 뚝하니 세워준다. 악보의 콩나물을 보고 노래하는 게 아니라, 옆 사람의 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는데도 나는 그 자리에 서있다. 그래서 성가대가 좋았다. 나 같은 사람도 노래할 수 있게 해주다니. 나 같은 사람이 하나님께 드리는 노래를 한다니. 찬양이 시작할 때 마다 늘 먼저 소리를 낼까봐, 박치인 내가 얼마나 떠는지 아무도 모를 꺼다. 요셉 선교회 성가대에서 쓸모없는 자를 쓸모 있다 해주시는 은혜를 입고, 그에 용기를 얻어 지금은 실로 성가대에서 찬양을 한다. 이번에는 영어다. 영어 가사로 찬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사를 틀릴까봐 악보에서 눈을 땔 수가 없다. 인원은 왜 이리 적은지. 내가 노래 못하는 거 딱 티가 나는 인원이다. 어떤 날은 소프라노가 2명, 3명. 성가대 찬양의 마지막 소절은 언제나 저 높은 곳에서 내 마지막 호흡을 가져가려고 작정한 음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 마지막 소절을 부르다 김빠진 소리도 내고, 삑사리도 내고 민망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으면 내 심장이 얼마나 쿵쿵 뛰는지 손도 함께 떨린다.



하나님은 참 이상한 분이시다. 잘 못하는 사람을 모아다 즐겨 사용하신다. 그래서 내가 드릴 수 있는 감사는 출석을 하는 거다. 허락하신 그 자리를, 나를 사용해주시는 그 자리에 서는 거. 그게 감사고 그게 기쁨이다. 그래... 난 뭘 그만두는 것도 잘 못하는구나. 쓸모없는 것 같은 나도 쓸모 있다 인정해주시는 하나님의 나라가 좋다. 그래서 나는 참평안지 기자로, 문화예술인선교회 봉사자로, 실로선교회 성가대로, 하캄 영어선생님으로 쓰임 받고 있다, 내년에는 5대교구 구역장이라는 새로운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5대 교구에서 “나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출석을 다짐해본다.

 


우리를 쓸모 있다 하신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눈에는 우리 모두가 “여호와이레”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만세전에 쓰시려고 작정하여 때가 차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불러주신 아버지. 그래서 돌멩이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시는 그분의 능력을 믿고, 굴러가 보련다. 아버지! 저 굴러가요~



pkblog_body_ㅡ강명선.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81

[참평안_에세이] 가정예배로 인생의 발을 모으신 아빠를 기억하며

가정예배로 인생의 발을 모으신 아빠를 기억하며 “야! 가정예배 드리면 가정 살아나는데 왜 안 드려!!!” 원로 목사님의 말씀 한마디에 그해 너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 가정은 ‘그래, 시작해 보자’ 다짐하고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했...

 
180

[참평안_인터뷰] 극소수의 사람들 - 류선영 미(美) 육군 중령의 대령 진급식

극소수의 사람들 류선영 미(美) 육군 중령의 대령 진급식 48만 명 중 3,000명, 0.6%. 현재 미국 육군 중 대령의 숫자이다. 이 중에서 여군에, 아시아계의 숫자로는 50명이 못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 10,000분의 1이다. 한국계는 남녀 통틀어 현...

 
179

[참평안_인터뷰] 신앙의 시작점에서 다시 찾은 비전과 사명

신앙의 시작점에서 다시 찾은 비전과 사명 고등부 교사가 된 이유 : 손명호 교사 안녕하세요. 고등부 한소리를 졸업한지 7년 만에 다시 돌아와 올해로 5년째 고등부 교사로 봉사하고있는 손명호 입니다. 현재는 한소리 1학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봉사...

 
178

[참평안_인터뷰] 언제까지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을 것인가? - 강희승 신임 전도사 이야기

언제까지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을 것인가? 강희승 신임 전도사 이야기 2025년도 교육 전도사로 새롭게 임명된 강희승 전도사는 청년 1부 <헵시바 선교회>와 청년2부 <그루터기 선교회>에서 회장을 지냈고 2020~2024년 중등부 교사로 봉사해 왔습니다. ...

 
177

[참평안_인터뷰] ‘실패 속에서 발견한 겸손의 첫 걸음’ 멈추지 않기를… - 2025년 신입 전도사 ‘백은석’ 인터뷰

‘실패 속에서 발견한 겸손의 첫 걸음’ 멈추지 않기를… 2025년 신입 전도사 ‘백은석’ 인터뷰 ‘누가 이런 시대에 새로운 교역자로 서겠는가?’ 혼란이 지속되고 날로 각박해져 가는 시대를 살면서 교회 전반에 깔린 정서 가운데 하나가 아닐는지. 그러나 ...

 
176

[참평안_에세이] 기도문

기도문 어느 청각 장애인이 인공와우 수술 후 70년 만에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스토리의 영상을 시청했다. 수술 후 ‘소리’라는 음은 들을 수 있지만 그 언어를 이해하는 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성경책을 열독하는 어느 분...

 
175

[참평안_에세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시는 아버지 - 인도네시아 성도들의 평강 연수원 투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시는 아버지 인도네시아 성도들의 평강 연수원 투어 여느 때와 같이 주일 2부 예배를 드리러 모리아 성전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누군가 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뒤돌아보니 유근영 전도사님께서 나를 부...

 
174

[참평안_인터뷰]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신앙 전투사’ - 엄마 정경선 권사의 81년, 신앙의 동지 외동딸 최현 권사의 55년 이야기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신앙 전투사’ 엄마 정경선 권사의 81년, 신앙의 동지 외동딸 최현 권사의 55년 이야기 말씀을 처음 만난 때 친정 엄마 정경선 권사의 고향은 전남 강진입니다. 친정 오빠의 잦은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외조모께서 전북 이...

 
173

[참평안_에세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나님 대학교 졸업 후 입대해 올해로 13년째 군(軍) 복무 중입니다. 부대 내 사고 예방, 수사, 군 기강 확립 활동, 특수임무대 운용 등의 역할을 하는 군사경찰(Military Police), 옛날로는 헌병(憲兵)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

 
172

[참평안_인터뷰] 부산 은혜교회 성도들의 여주 하계 대성회

부산 은혜교회 성도들의 여주 하계 대성회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평강 성도들의 ‘초막절’인 2023년 하계 대성회. 국내와 해외의 형제교회 성도들이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 모인 가운데, 부산 은혜교회(담임 유화창 목사)에서는 출석인원 200여 명의 성도 중 ...

 
171

[참평안_인터뷰] “구속사 말씀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습니다” - 필리핀에서 온 허버트 루자노(P.Herbert Luzano) 목사, 마닐라 BTS교회(Brethrens & the Saints Church)

“구속사 말씀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허버트 루자노(P.Herbert Luzano) 목사 마닐라 BTS교회(Brethrens & the Saints Church)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저는 미국 조지아 횃불언약교회(담임 에릭 버튼 목사)에서 매주 금요일...

 
170

[참평안_인터뷰]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 구속사 - 김미경 부산하늘문교회 사모師母

제 인생에 있어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는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남편(장민석 목사)이 구속사 시리즈 제6권「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 출판기념 예배에 다녀온 후의 일이었습니다. 가까이는 남편의 자형이신 류남철 목사님(부산 세계로교회)의 ...

 
169

[참평안_인터뷰] 류선(Ryu Sun) 주한미군 중령의 신앙과 삶 file

나는 박 아브라함 목사님이 뿌리신 씨앗의 열매일 뿐입니다. 류선 주한미군 중령의 신앙과 삶 최근 조선일보와 국방일보 등 국내 언론들과 미 육군 홈페이지에 한 미군 중령의 스토리가 잇따라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한국계 주한미군인 류선(Ryu Sun) 중령이다...

 
168

[참평안_인터뷰]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file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3년 만에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서 하계대성회가 개최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하늘길을 뚫고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4개 국가에서 총 39명의 해외 성도와 교역자가 평강제일교회와 여주 평강제일연수...

 
167

[참평안 인터뷰] 내 연기의 힘은 신앙에서 나온다_‘대세 배우’ 최영준 file

내 연기의 힘은 신앙에서 나온다 ‘대세 배우’ 최영준 최영준은 방송가의 대세 배우다. 메가 히트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빈센조’에 잇따라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장안의 화제였던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혼전 임신을 한 고등학생 딸을 둔 아...

 
166

[평강인터뷰]참평안_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file

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평강제일교회는 설립자인 휘선 박윤식 목사의 가르침에 따라 수십 년 동안 목요 구국(救國)예배를 드리고, 모든 공적 예배에서는 나라와 민족을 첫 번째 기도 제목으로 삼고 기도하는 교회다. 나라 사랑의 달 6월을 맞아 “부름 받은 ...

 
165

[참평안_에세이] “뭐든지 붙이는 손이 되게 해 주세요” _신상례 권사 file

“뭐든지 붙이는 손이 되게 해 주세요” 신상례 권사 2017년 1월 즈음 교회 마르다 식당에서 일하는 중이었어요. 된장, 간장을 담그려고 그동안 안 쓰고 있었던 빈 항아리들을 닦고 있었죠. 수돗물을 틀어놨는데 누가 방향을 틀다가 호스를 놓친 거예요. 갑자...

 
164

[참평안_에세이] ‘참 평강의 어르신’ 안성억 목사님_고재분 전도사 file

‘참 평강의 어르신’ 안성억 목사님 _고재분 전도사_ 안성억 목사님은 1976년에 평강제일교회에 등록하셨고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에 나는 그분을 뵐 때마다 그리고 소천하신 그분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지금도, 언제나 ‘평강’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

 
163

[참평안_인터뷰] 휘선을 기념하는 사람들(6) file

휘선暉宣을 기념하는 사람들 박중광 장로 #수문장 #대통령_경호관 #진짜_사나이 #이는_닦고_왔니 #복장_검열관 2021년은 평강제일교회 설립자이자 구속사 시리즈 저자인 휘선(暉宣) 박윤식 목사님의 천국 입성 7주년이다. ‘참평안’은 자신의 삶으로 휘선을 ...

 
162

[참평안_인터뷰] “구속사 시리즈 전파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_게리 챔벌린 국제 CLC 신임 대표 file

“구속사 시리즈 전파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 게리 챔벌린 국제 CLC 신임 대표 세계적인 기독교 도서 출판, 보급 기구인 기독교문서선교회(Christian Literature Crusade, 이하 ‘CLC’)의 신임 국제 대표로 게리 챔벌린(Gary Chamberlin)이 지난 10월 29일 선...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