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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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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회사도 CSR 하시지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요즘 가장 핫한 단어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격식은 한 수 접고 공통적인 고민거리에 집중한다. “올해 연봉협상하셨습니까?” 이맘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네, 저희는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렇게 답하는 CEO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몇 퍼센트나 올려주셨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인상폭을 답변한 CEO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 수치가 너무 낮으면 인색한 CEO로, 너무 높으면 협상을 잘 못하는 CEO로 비칠까 싶은 노파심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그냥 평년치 정도 인상했습니다.”라고 답하고 만다. 어떤 답을 들을지 뻔히 알면서도 모두들 궁금해하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로 인해 느끼는 중압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연봉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연봉의 인상폭은 협상의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연봉협상에 임하는 직원들의 유형은 직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신의 전년도 성과는 물론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定性的)인 노력에 대한 세부자료까지 작성해서 협상에 임하는 주도면밀형,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연봉도 올라야 한다는 막무가내형, 객관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소통불가형. 그러나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따로 있다. “그냥 알아서 주십시오”하는 무대책형. 협상에 임하는 방법이 어떻든 테이블에 앉아있는 양측의 입장은 대립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BSC(Balanced Score Card)를 그 기준으로 사용한다. BSC는 1992년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공동 개발한 관리기법으로 기업의 사명과 전략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측정 지표이다. BSC는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성장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조직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평가관리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재무적 관점은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을, 고객 관점은 신제품 출시 여부나 고객만족도를, 내부 프로세스 관점은 채권/재고 회전율을, 학습/성장 관점은 직원들의 역량개발 혹은 핵심인재의 확보 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이러한 성과 지표는 회사 전체, 사업부, 팀, 개인 차원으로 세분화되고 연말에 집계된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관리해 온 성과 지표의 달성률이 기준이 되면 연봉협상은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연봉협상을 앞두고 회사 전체와 사업부, 팀, 그리고 개인의 BSC 취합 결과를 검토하면서, 내 신앙생활에도 BSC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기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당장 신앙생활을 네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신앙생활의 재무적인 관점은 무엇일까? 헌금? 전도? 그렇다면 고객 관점은? 일단 내 고객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했다.

테이블을 만들다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방법이야 어떻든 나는 신앙인으로서, 교구 총무로서, 장로로서 한 해 동안 마땅히 지키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성과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 왔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런 목표들은 내 머릿속 한편 구석에 대략적으로만 존재할 뿐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일단 적어 내려갔다. 막상 정리해보니 성과 지표로 책정해서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적어 내려간 성과 지표를 놓고 2014년 한 해의 신앙생활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만약 내가 이걸 들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면’… 

다행히도(?)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신앙생활의 결과와 열매를 놓고 매년 하나님을 대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한 번은 그런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는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없는 엄정한 심판의 자리다.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로 올 한 해 신앙의 성과 지표를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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