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75
등록일

2015.03.21

pkblog_body_kim.jpg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회사도 CSR 하시지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요즘 가장 핫한 단어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격식은 한 수 접고 공통적인 고민거리에 집중한다. “올해 연봉협상하셨습니까?” 이맘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네, 저희는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렇게 답하는 CEO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몇 퍼센트나 올려주셨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인상폭을 답변한 CEO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 수치가 너무 낮으면 인색한 CEO로, 너무 높으면 협상을 잘 못하는 CEO로 비칠까 싶은 노파심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그냥 평년치 정도 인상했습니다.”라고 답하고 만다. 어떤 답을 들을지 뻔히 알면서도 모두들 궁금해하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로 인해 느끼는 중압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연봉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연봉의 인상폭은 협상의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연봉협상에 임하는 직원들의 유형은 직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신의 전년도 성과는 물론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定性的)인 노력에 대한 세부자료까지 작성해서 협상에 임하는 주도면밀형,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연봉도 올라야 한다는 막무가내형, 객관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소통불가형. 그러나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따로 있다. “그냥 알아서 주십시오”하는 무대책형. 협상에 임하는 방법이 어떻든 테이블에 앉아있는 양측의 입장은 대립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BSC(Balanced Score Card)를 그 기준으로 사용한다. BSC는 1992년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공동 개발한 관리기법으로 기업의 사명과 전략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측정 지표이다. BSC는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성장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조직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평가관리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재무적 관점은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을, 고객 관점은 신제품 출시 여부나 고객만족도를, 내부 프로세스 관점은 채권/재고 회전율을, 학습/성장 관점은 직원들의 역량개발 혹은 핵심인재의 확보 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이러한 성과 지표는 회사 전체, 사업부, 팀, 개인 차원으로 세분화되고 연말에 집계된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관리해 온 성과 지표의 달성률이 기준이 되면 연봉협상은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연봉협상을 앞두고 회사 전체와 사업부, 팀, 그리고 개인의 BSC 취합 결과를 검토하면서, 내 신앙생활에도 BSC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기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당장 신앙생활을 네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신앙생활의 재무적인 관점은 무엇일까? 헌금? 전도? 그렇다면 고객 관점은? 일단 내 고객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했다.

테이블을 만들다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방법이야 어떻든 나는 신앙인으로서, 교구 총무로서, 장로로서 한 해 동안 마땅히 지키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성과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 왔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런 목표들은 내 머릿속 한편 구석에 대략적으로만 존재할 뿐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일단 적어 내려갔다. 막상 정리해보니 성과 지표로 책정해서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적어 내려간 성과 지표를 놓고 2014년 한 해의 신앙생활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만약 내가 이걸 들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면’… 

다행히도(?)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신앙생활의 결과와 열매를 놓고 매년 하나님을 대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한 번은 그런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는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없는 엄정한 심판의 자리다.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로 올 한 해 신앙의 성과 지표를 점검해 본다.



f11f1815c9ece57a58a00542fd1f2cc3.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75

#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2095
174

#175.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file

휘선 박아브라함 목사님의 오디오 설교를 듣다가 이 말씀이 나의 뇌리를 스치며 굉장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게 살라고 할 때 ‘천년만년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생각...

 
2018-12-08 2653
173

#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2927
172

#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426
171

#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3789
170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208
169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227
168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266
167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405
166

#167. The Judas Tree file

가룟 유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로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매어 자살한 제자. 성경은 그가 스스로 목을 매고 몸이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유다가 나무에 목...

 
2018-09-01 2104
165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020
164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107
163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026
162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104
161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994
160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134
159

#160. 말씀하시는 하나님 file

엄마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40여년이 됐습니다. 그냥 엄마 손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어디 가나보다 하던 시절이 있었고, 교회가라는 엄마의 말이 그냥 싫어서 일부러 교회 안갈 건수를 만들던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교회를 다닌 연...

 
2018-06-09 1216
158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553
157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289
156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029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