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등록일

2016.09.2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MV6SQSVuwBf7adQuyQJGQ6LUvRsV.jpg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0%로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마지막엔 폐기처분 되거나 무게로 달아 헐값에 처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최신 제품이야말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것이 된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최신 제품을 구매하여 자랑을 하고, 실속 있는 사람들이나 돈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2차, 3차 시장에 가서 싼 가격에 유행이 지난 제품을 구매한다. 유행이 지났다는 것은 그 제품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시간이 흐름을 역행하여 값이 매겨지는 것들이 있다.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단골로 등장하듯, 소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오래되고 낡을수록 값이 올라간다. 이는 재건축 이후 얻게 될 기대수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애매하게 10년, 20년 된 아파트보다 30년 넘어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오래되고 낡았지만 오히려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골동품’의 경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은 천 원, 만 원짜리 우표를 구매하지만, 이것이 시간이 흘러 오래되면 될수록 액면가 이상의 대접을 받게 된다.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 시간이 아주 오래되어 ‘희소성’을 갖게 되거나 과거 역사를 설명하는 증거물이 될 때, 심지어 ‘보물’ 대접을 받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한 케이스다. 물건과 달리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한다. 그러므로 그 가치가 상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점에 이르면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점점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에겐 예외가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그 사람의 발자취는 시간이 가도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준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이 세상을 작별해도 ‘역사’라는 시간의 무대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후대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초청되어 시간을 뛰어넘는 교제와 만남이 이루어진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베리트 신학대학원에서 주최한 소아시아 지역 성지 답사를 다녀왔다. 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이나 에베소와 같은 고대 도시 터. 그리스에서 만난 고린도, 빌립보 등의 도시, 그리고 로마를 답사하면서 맞닥뜨린 것은 엄청난 시간의 가치였다. 로마 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콜로세움의 위용과 성 베드로 성당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품들. 모두가 2천 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낸 위대한 용사들이었다. 제아무리 최신 시설과 첨단 제품들이 편리하고 값어치가 있다 해도 천 년,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위대한 용사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속도감 있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나라에서 시간이 멈춰 서서 2천 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적들을 볼 때마다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지만, 아주 오래된 것은 가장 값진 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시간’이라고 하는 연단을 통과한 것들이 갖는 아주 값비싼 값어치. 그것은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자기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시간이라는 장벽을 뚫고 일관된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 온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이어져온 것이다. 잠깐 발을 들여놨다 빼는 것은 이 거대한 시간의 물결 속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다음 세대에 바통을 넘겨줄 때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며 시간은 역사가 된다. 그 역사 속에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길 때 구원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시험은 ‘시간’을 통과하는 것이다. 순간은 내 꾀로 어떻게 모면해볼 수 있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내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진실된 사람, 역사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열매를 맺은 사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이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WyhValbf3RQkohG478CW3F66bprU.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75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39
174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68
173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4
172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1
171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86
170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6
169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2
168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5
167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15
166

#141. 12월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 _ 이원재 file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

 
2017-12-26 417
165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19
164

#85. 3대 영(靈)양소 _ 박승현 file

# 천고마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이 찌고 있는지?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식욕이 증가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져 기분 조절, 식욕, 수면 ...

 
2016-10-31 420
163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25
162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25
161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444
160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5
159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46
158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48
157

#149. 나와 당신의 슈퍼 히어로 file

‘2030 청년세대 15만 명이 직접 선정한 영웅들이 직접 멘토링을 한다’는 내용의 종편방송 커머셜을 호기심 기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쟁쟁한 인물(‘영웅’들이라 해야겠습니다만)들이 출연하는 포럼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고 피와 살이 되는...

 
2018-02-14 451
156

#148.'그뤠잇!' or '스튜핏!' file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는 세상이다. 대통령뿐인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자신을 따르는 계층을 지배하는 존재는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있다. 요즘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은 ‘워너원’,...

 
2018-02-14 45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