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75
등록일

2016.12.2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bd8nzFJ4pnLNWRI4jGUN.jpg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근사하게 2016년의 마지막 평강 에세이를 이만 총총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지금 나는 또 마감에 몰려있다. 매번 밀리는 싸움이다. 때론 넉넉히 이기고 싶은데 늘 내가 수세에 몰린다. 한 해를 돌이켜보니 늘 ‘마감’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우리 교회 월간지인 [참평안]지에서 기자로 봉사하고 있다.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내가 [참평안]에 부름받은 계기는 2007년에 발간된 [창세기의 족보]를 읽고 쓴 에세이가 요셉선교회 주보에 실리면서 당시 요셉선교회 회장님이던 우리 참평안팀 호대장의 레이다에 잡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호대장이 누구인지는 교회 장로님 중에 호씨 성을 가진 일 잘 시키시는 분을 추측하면 맞을 것 같다. 당시 [참평안]지가 호대장호로 개편되면서 새 일꾼을 모으던 차였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 같은 사람에게 [참평안]호에 탑승 허가를 해주었을까? 당시 나는 기자에게 요구되는 정보력이라는 것이 없었다. 1년 차 새신자였던 나에게 누구를 인터뷰하라고 하면 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누가 목사님이고 누가 전도사님인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태였다. 아는 건 없고 궁금한 건 많고. 그래서 나는 잘 들었다. 인터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왜 그런 일들을 하셨는지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신명기 32:7절의 말씀처럼 어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러자 히브리서 12장 1절에 나오는 구름같이 허다한 구속사의 증인들을 만나는 기쁨이 찾아와서 매달 쫓아오는 마감의 공포를 이겨내게 했다. 그때도 직장 다니느라, 아이 키우느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참평안]을 통해 찾아온 만남은 부담 가운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마감의 부담은 어디다 던져 버리고 기쁨만 취할 수는 없었다. 잘 듣고 나면 들은 만큼 글로 써야 한다는 부담에 눌리기 시작하면서, [참평안]에서 도망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100번은 했는데, 단 한 번도 호대장 앞에서 말로 꺼낼 용기가 없었다. 때로는 내 수준에는 너무 부담스런 기사를 쓰라고 할 때 면전에서 크게 반항도 못 했다. 기사 주제가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뭐 하라고 시킨 건지 이해도 못한 기자들이 회의가 끝나면 함께 모여 웅성웅성 거리며, 지금 뭘 취재하라고 한 거냐며 서로에게 통역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한 선배 기자가 일사각오 순교정신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각오로 참평안을 관두겠다고 했다가 눈앞에서 깨지는 걸 봐서 나는 입을 꽉 다물었다.(내가 소심해서 크게 놀랐을 수도 있다.) 그 선배는 나중에 육아휴직으로 임시 휴직을 누렸다.

많은 기자들이 왔다가 갔다. 군대도 가고, 해외도 가고, 시집도 가고, 직장에도 가고 다들 명백한 휴직의 사유가 있었는데 나는 없었다. 한 달만 쉬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기사가 배당 안 되면 얼마나 마음 편할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한 일이 없는 [참평안]지를 보는 게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 왠지 한 달 내내 아무 일도 안 한 사람 같아서.

곰곰 생각해본다. 나는 왜 이런 마감 인생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까? 나의 미덕은 ‘인내’였나. 아니면 나를 쓰시는 분의 미덕이 ‘인내’였나.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쓰라고 하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강에세이를 쓸 때마다, 겉모양은 내가 바동거리며 쓰는 것 같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글이 나타나게 된 것은 마감을 알리는 가라사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평강제일교회 에메트 인터넷선교회 민OO입니다. 강명선님의 평강에세이 원고 마감이 오늘로 다가왔음을 안내드립니다.”라고 띵동 띵동 두 번 울리며, 카카오톡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동시에 알려주는 요청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다.

그런데 [참평안]에서도 못해봤던 말을 [평강에세이]팀에 했다. 저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둘게요. 순순히 접수해준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아. 필자가 많구나. 시원섭섭하면서 마음이 편하다. 쭉 편하면 좋은데 걸리는 것도 있다. 이게 내 글인가? 내가 보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생각한 나의 글인가? 나의 삶의 역사인가? 아니었다. 나의 에세이지만 개인의 삶에 역사하신 구속 사건이었다. [참평안]지도 그랬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어느 순간 [참평안]의 월 마감에 내몰리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세상일은 익숙해지면 지겨워져야 한다. 그런데 [참평안] 일은 절대 지겨운 적이 없었다. 늘 놀라움의 기록들이었다. 나는 [참평안]을 통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절대 만날 일이 없는 유명한 가수, 배우, 예술가, 목회자, 장성들부터 국적을 초월한 세계 각국의 구속사의 증인들을 만났다. 대다수가 나와는 초면인 사람들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구속사의 주제 아래 이야기꽃을 피우고 헤어짐을 아쉬워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식을 나 혼자만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독자도 똑같이 읽고 감동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마감을 하게 된다.

내가 기록하는 일은 하나님의 구속사다.  [참평안] 12월 호가 마감하면 바로 1월 호 기획회의. 그리고 1월 초에 2월 호를 기획해봤자 2월 호에 나가는 기사는 회의에서 나온 기사와 다른 것이 뻔하다. 뻔한 건 늘 우리 인간의 생각이고, 신비롭고 오묘한 구속사의 사건들이 다음 달에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참평안]은 기자의 능력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호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구속사의 서기관이라고. 그래서 그분이 [참평안]에 꼭 기록되기를 원하시는 사건에 우리의 눈과 초점이 맞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직접 만나서 보고 들은 기쁨과 감격을 글로 어떻게 다 옮길 수 있을까? 요한복음 21장 25절 말씀처럼 그분의 행하신 구속사를 다 기록하려면 이 세상이라도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참평안]을 통해 읽는 요약된 기사를 통해 읽는 이가 생명을 얻기를, ‘참평안’을 얻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2017년에도 평강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이유는 나에게 역사하시는 개인의 구속사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구속사가 완성되는 날 나는 이 마감하는 인생에 사표를 낼 것이다. 아버지께서 완성하시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가기.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8dQf5OnFYW7MKWEFxs5BilhA3py.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75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97118
174

#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2826
173

#175.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file

휘선 박아브라함 목사님의 오디오 설교를 듣다가 이 말씀이 나의 뇌리를 스치며 굉장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만년 살면 뭐합니까, 만년 살다 죽을 텐데….’ 사람들은 가장 행복하게 살라고 할 때 ‘천년만년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생각...

 
2018-12-08 2548
172

#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2538
171

#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319
170

#167. The Judas Tree file

가룟 유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로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매어 자살한 제자. 성경은 그가 스스로 목을 매고 몸이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유다가 나무에 목...

 
2018-09-01 2005
169

#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1987
168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729
167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509
166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349
165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243
164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207
163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178
162

#153. 하늘에 펼쳐진 약속 file

“주님께 나아가네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모두 드러나네 마음의 소원들이 나의 뜻과 다르네 주님의 생각하심은 드넓은 광야로 인도하네 새로운 길 여시네 두려움 속에 한걸음 딛네 담대함 주시는 하나님 강한 손으로 주 날 붙드네 ...

 
2018-03-17 1154
161

#160. 말씀하시는 하나님 file

엄마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40여년이 됐습니다. 그냥 엄마 손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어디 가나보다 하던 시절이 있었고, 교회가라는 엄마의 말이 그냥 싫어서 일부러 교회 안갈 건수를 만들던 질풍노도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교회를 다닌 연...

 
2018-06-09 1148
160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124
159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113
158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088
157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070
156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057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