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5.06.06

pkblog_body_ㅡㄴ.jpg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사고 시원한 얼음 물도 산다. 달릴 곳이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는 골목에 주차하고 평소 바라만 봤던 언덕길을 올랐다. 길은 점점 높아지고 익숙한 듯 아닌 듯한 골목을 지나니 미타사, 절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아카시아 향기가 온 산을 휘어 감는다. 오기 잘했다. 투덜대는 아들을 달래며 정상을 향해 오른다. 목표는 팔각정. 집 베란다에서 보이던 그 팔각정에 직접 가보는 거다.

 

오르고 또 오르기를 10여 분쯤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왼편에 검은색 철조망이 보인다. 울타리는 이중으로 되어 있고 튼튼해 보인다. 넘어보려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는 높고 견고한 울타리. 저 건너는 대체 어떤 곳일까. 한참을 울타리를 따라 오르니 이젠 울타리도 나와 같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정말로 팔각정 정상까지 울타리는 나를 따라왔다. 울타리 안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안내판도 없고, 보이는 거라곤 산불 조심 안내판 뿐. 그런데 초소처럼 생긴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 설마 우리 교회 울타리? 진짜? 설마! 그 설마가 궁금해서 구역장님에게 전화를 건다.


! 진짜?

울타리가 있었구나. 이럴 수가. 교회로 들어오는 길은 정문을 지나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 늘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던 문, 일단 들어서면 숲으로 싸여 있는 넓은 공원 같은 우리 교회, 누구나 들어오는 편안한 동산이라 생각했는데 울타리가 있었다. 몰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교회를 둘러싼 곳곳의 초소에서 밤마다 목사님들이 기도하신다더니 진짜 그랬구나. 그래서 정문에서도 밤새 잠들지 않고 지키는구나. 우리가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 그 무언가로부터 단단히 지킴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a0001tc002.jpg

 

그런데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교회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려 본다. 늘 기도할 때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던 분을 떠올린다. 매주 목요일마다 구국(救國)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은가. 나라를 지키고 교회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기도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성도는 지킬 것이 많다. 믿음도 지켜야 된다고 하셨지... 작은 답을 찾은 듯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주문진에 갔다. 늘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울타리가 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초록 울타리. 주문진 교회의 초록 정문이 열리면 마치 왕의 별장으로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에덴동산이 펼쳐진다. 깨끗하고 싱그러우며 늘 태양이 비치는 위엄 있는 장소. 그런데 아이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집인 듯, 왕의 자녀들이 가진 당당함으로 이곳을 누린다. 에덴동산이 아담의 고향이듯, 주문진에 가면 집에 돌아온 듯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곳도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다.

 

주문진 교회 정원에서 살아 뛰노는 것 같은 동물상들과 아름다운 나무들, 그리고 그 안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만들어 울타리를 치신 구별된 장소가 연상된다. 그뿐인가.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는 에덴동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생명의 젖줄과 같다. 울타리 안은 폐쇄된 장소 같은데 여기서 흘러나온 물은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적신다. 신비롭고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다.

 

때론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할 때도 있다. 이중 삼중 예배의 울타리와 넘치는 봉사의 울타리. 그런데 그 안이 보호와 생명의 발원지임을 울타리 밖으로 나오니 보인다. 평강 동산의 울타리 안에도 생명수가 흐른다. 구속사 말씀이 발원하여 온 동산을 적시고 있다. 이제 물은 곧 콸콸 흘러넘칠 것이다. 그때까지 더욱 내 마음을 지키고 말씀을 지켜야겠다.

 

-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정성껏 나무를 심고 만드신 구별된 장소입니다. 에덴이라는 큰 지역에 그 지역 어느 한 부분에 울타리를 쳤어요. 동쪽. 에덴동산은 네 근원의 강이 발원하는 곳입니다. 구속사 시리즈 전체가 에덴동산 물이 나오듯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급하게 빠르게 흘러넘쳐서 5대양 6대주를 적시고 전 세계 열방에 가득하게 적셔서 하나님 앞에 영광 돌리는 우리 평강제일교회 성도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하겠습니다. (20121125일 주일 설교 )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TaRLTXVhQGHJyIVu14fsWx8fFQl.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6

#150. 부끄럽지 않은 등재 file

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2018-02-14 529
65

#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

 
2015-10-17 529
64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528
63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5
62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2016-10-23 525
61

#144. +1_ 홍명진 file

1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수 계산에서의 1을 더하는 것 말고도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려면 24시간이 필요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려면 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데도 12...

 
2018-01-24 523
60

#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2017-12-01 520
59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20
58

#134.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_ 강명선 file

우리 아빠는 참 복도 많다. 아내를 잘 만났다. 별로 잘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는 아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은데 환갑이 지난 지금도 아빠 곁에 있다. 옆에 꼭 붙어있다. 7남...

 
2017-10-27 519
57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18
56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2015-10-03 513
55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12
54

#36. 바벨 _ 최주영 file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

 
2015-10-31 508
»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08
52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2015-12-12 507
51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503
50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3
49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48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502
47

#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495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