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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차에서 원로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다. 설교 때마다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몇 가지 비유가 있다. 예전에는 '또 저 말씀하시는구나...' 하며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아래 말씀은 그중 하나다.

"죄 지으면 무섭습니다. 요한계시록 20장 15절에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은 유황불에 들어갑니다. 여러분들이 가스 불에 앉을 수 있습니까? 불에 데는 순간 얼마나 아픕니까. 유황불에 들어가서 죽으면 그것도 복입니다. 그런데 죽지 않습니다. 세세무궁토록 고난받는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습니다"(2011년 10월 23일 설교 '더 나은 본향을 향하여'中)

비유는 말씀을 깨닫게 하기 위해 설명하는 낮은 단계다. 오죽 깨닫지 못했어야 가스레인지 불을 켜 놓고 앉아보라는 말씀으로 유황불못을 설명하셨을까! 그것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약한 가스불이지만, 인간은 1초도 견디지 못한다. 생각만 해도 뜨겁고 끔찍한 일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정말 가스 불 체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또 그런 육신의 자극을 통해 죄가 사해 지거나, 회개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기본이다. 죄는 예수님의 보혈로 깨끗함을 받고, 회개의 능력은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로 주어진다. 

새해 계획이 작심 3일을 지나 15일이 지나고 있다. 결연한 의지로 세운 운동 목표, 외국어 공부, 금연과 금주, 다이어트는 새해 계획의 단골손님이다. 성도들은 새벽기도, 가정예배, 성경과 구속사 읽기 목표까지 다짐한다. 세상 목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삶이 윤택해지고, 건강도 좋아진다. 개인의 신앙 목표도 다짐한 대로 준행하면 '내 영혼이 잘 됨같이 범사가 잘 되는 복'을 약속하셨다. 다만, 무서운 것은 습관적인 말씀과 기도생활, 습관적인 교회생활을 하며,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다. 두려운 것은 외식과 거짓이 체화되어 감에도 각성하지 못할 때이다. 한심한 것은 원망과 불신의 장작불에 나방처럼 정신없이 뛰어들 때다. 이런 습관적이고 한심한 내 모습을 느낄 때면, 신앙 작심이 흐지부지되는 3일마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따뜻함과 약간(?) 뜨거움의 경계선에서 손바닥이라도 쬐고 싶다. 지옥 유황불못의 간접 체험으로 각성 효과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하나님께 임대 받은 2016년을 보름이나 소비했다. 말씀으로 명령할 때 깨닫고 순종하는 인격적인 성도로서 1년 365일 말씀의 하나님과 동행할지, 매번 목표 달성에 실패하여 작심 3일마다 가스 불 근처에서 서성이며 영적 무식함을 드러낼지, 죄가 죄인 줄도 모르는 영적 문둥병에 걸려 임대 받은 시간을 허비할지…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2016년 12월 31일 내가 서 있는 자리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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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1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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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노스, 너무나 에노스적인 _ 하찬영 file

‘그렇다고 그가 수천억 대의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하거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혁명적인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돈에 눈이 먼 탐욕스런 인간은 아니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하는 위대한 혁명가는 더더욱 아니다. 이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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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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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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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4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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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워라밸(Work & Life Balance) _ 박승현 file

해마다 이맘 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거나 다가올 새해를 내다보는 다양한 단어가 등장한다. 올 해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가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했다면, 2018년 트렌드 전망에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과 삶의 균형...

 
2017-12-26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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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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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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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5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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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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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치 _ 홍미례 file

현세는 그야말로 교환가치의 시대입니다. 내가 소유하거나 내가 관계를 맺으려는 물건 혹은 사람이 얼마만 한 교환가치가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지요. 가치를 재는 척도가 그만큼 피상적이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테면 ...

 
2015-10-24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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