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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구멍가게에 들러 껌 한 통 사는 일도 마치 평생 살 집을 구입하는 것 마냥 한참을 고민하고 서있는 남자,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숫자가 언제 없어지나 초 단위로 확인하고 답으로 달랑 보내온 동그라미 두 개에 말은 못하고 밤잠을 설치는 그런 남자, 어제 했던 말에 혹시나 실수는 없었는지 그대로 복기하며 두고두고 후회하는 그런 소심한 남자, 상냥한 바람이 기분 좋은 6월, 소심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날 운명의 쌍둥이자리의 그 남자는 자신이 그렇게 대범하고 간 큰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심각한 남남 분열과 갈등,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속도로 바뀌는 예측불허의 심각한 상황 속 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는데도, 무관심으로 외면하고, 피곤하다고 기도를 미루고 또 미루었던, 제가 그토록 대범한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여러 교역자분들과 성도님들이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의 위협 속 파키스탄 선교 여정을 강행하는 여정 중에서도 기도하지 않고, 직원으로서의 맡은 업무, 자신의 사명에 대해 깊은 고민과 반성 없이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겨우 했던 제가 집에 배달된 가구에 난 스크래치를 보며 열변을 토하며 ‘욱’하는 제가 그런 뜨거운 열정의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 성실과 정직으로 충성하겠다는 뜨거운 다짐은 다 잊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배는 고픈지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시간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능동적인 마인드로 발 뻗고 편히 자는

제가 이렇게 간 큰 사나이였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종려주일로 시작되는 고난의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하실 수난과 고통, 골고다 십자가 위의 죽음까지 모든 것을 감당하려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당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와 만족을 위해 왕이라고 소리치며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마음은 무겁고 가던 길을 돌아가며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천 근 만 근 무거운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을 알 길이 없는 수많은 인파 속, 열렬히 평강의 왕! 이라고 외치며 서있는 낯익은 얼굴, 부끄러운 제 얼굴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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