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pkblog_body_56.jpg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니다. 말씀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필연적으로 파생된 문학이 출연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구조의 중앙 꼭짓점에는 하나님의 몫, 섭리가 있습니다.


저자의 몫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쓰는 것입니다. 아는 것을 쓰는 것입니다. 들은 것을 쓰는 것, 받은 것을 쓰는 것, 또한 전해야 할 것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사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쓰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자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글을 쫓아가며 쓰는 부류와 글이 쫓아와 써지는 부류입니다. 전자는 다수이고 후자는 소수이며 희귀성을 띱니다.


독자의 몫은 읽는 것이겠지요. 읽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체화 시키는 것, 독자의 몫입니다. 읽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습니다. 문자를 읽히기만 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보는 행위를 독서라고 한다면 곤란하겠지요. 읽는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인데 이해한다는 것은 신뢰한다는 것과 같은 맥이라고 봐야겠습니다. 행복한 독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좋은 책을 알아보는 것과 훌륭한 저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몫은......그것은 하나님만 아십니다. 제가 아는 것은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과 한 사람이 그 책을 쓰고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사람은 읽음으로써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희귀한 저자를 택하여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계시하고 독자를 뽑아 읽히고 깨닫게 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 오직 하나님만이 가능케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유일한 텍스트를 찾으셨습니까? 개인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책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그 책을 평생토록 진지하게 읽어야겠군요. 내 인생의 빛이 된 책이라면 타인의 인생에 등불이 되도록 날개를 달아 전해야겠군요. 삶이 뒤집히는 텍스트를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삶을 살아드리지 못한 것, 심장이 아릿하지요


좋은 책은 거울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비춥니다. 거울 속에는 나와 인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서사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책은 일을 합니다. 퍼즐을 맞추듯이 서사의 뼈대를 하나하나 뽑아내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트라이앵글 구조를 지닌 책이 지닌 몫입니다. 우리는 어느 몫에 해당됩니까. 저자와 하나님의 몫이 실린 책이 일하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의미 있는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까.

 

희귀하고 좋은 텍스트의 큰 특징은 독자들이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떡과 같은 선물입니다. 에녹은 일생 365년 중 18% 정도인 65년간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 65년은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 몸부림하는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었다 해도 하늘이 내린 선물은 변함없으니 낙심치 맙시다.


생각은 왜 하고 말은 왜 하고 글은 왜 씁니까. 생명 죽은 것이 생각이요, 생각 죽은 것이 말이요, 말 죽은 것이 글입니다(참평안 특별호Ⅱ 중에서). 글마저 죽는다면, 글마저 믿지 못한다면 길이 없습니다. 글 그 이하로는 더 이상 하나님이 낮아지실 공간도 시간도 차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글, 지금 여기에서는 돌아서서도 멈춰 서서도 안 됩니다.

 

4월이라 그런가요. 꽃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군요. 저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책을 들고 전도하러 나가야겠습니다. 함께 가시려는지요.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UXdc6Zb2ZySQS9zv61XBU3Ot5aZ.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75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39
174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68
173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4
172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1
171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86
170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6
169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2
168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5
167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15
166

#141. 12월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 _ 이원재 file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

 
2017-12-26 417
165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19
164

#85. 3대 영(靈)양소 _ 박승현 file

# 천고마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이 찌고 있는지?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식욕이 증가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져 기분 조절, 식욕, 수면 ...

 
2016-10-31 420
163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25
162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25
»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444
160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5
159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46
158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48
157

#149. 나와 당신의 슈퍼 히어로 file

‘2030 청년세대 15만 명이 직접 선정한 영웅들이 직접 멘토링을 한다’는 내용의 종편방송 커머셜을 호기심 기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쟁쟁한 인물(‘영웅’들이라 해야겠습니다만)들이 출연하는 포럼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고 피와 살이 되는...

 
2018-02-14 451
156

#148.'그뤠잇!' or '스튜핏!' file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는 세상이다. 대통령뿐인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자신을 따르는 계층을 지배하는 존재는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있다. 요즘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은 ‘워너원’,...

 
2018-02-14 45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