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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대목인 12월인데 음식점들은 예년에 비해 너무나 한산하다고 울상이다. 경기 침체에김영란법과 뒤숭숭한 시국상황까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예전의 연말 분위기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회사도 연말 송년회를 평년에 비해 많이 간소하게 치렀다. 비용 문제라기보다는 지금은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를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예년과 같은 특별한 송년회 이벤트를 내심 기다려 온 직원들에게는 많이 미안했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결단을 내렸다.

90년대 중반 내가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대부분의 연말 모임은 흥청망청 그 자체였다. 지난 한해 동안의 후회스러운 모든 일을 다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취지의 망년회는 결국 지나친 과음으로 그날의 후회스러운 일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불상사로 이어지기 다반사였다.

그때에 비해 한 해를 마감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성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의 양심에 후회 없는 연말을 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때가 있었다.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적정한 밸런스를 가지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처음에는 둘 다 가능하다고 믿었고 둘 다 열심히(?) 하려고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어차피 좋은 목적을 위한 것이니 사회에서 어떻게든 열심히 잘해서 그 결과물을 하나님의 선한 사업에 잘 사용하면 된다고 나 자신을 계속 설득했고 몇 년간은 그렇게 신앙의 양심에 후회스러운 결산을 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은 그 밸런스를 잃기 시작했고 그릇된 수단을 정당화하려고 내세웠던 목적까지 망각해 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 후 비로소 나의 양다리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도바울은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한 라오디게아 교회를 내 입에서 토하여 내치리라고 책망하였다. 나는 2016년을 마감하면서 예전의 뼈아픈 교훈을 망각하고 사회생활을 잘 해야 한다는 핑계 하에 미적지근한 신앙의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두려운 마음으로 결산에 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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