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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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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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고 근사하게 2016년의 마지막 평강 에세이를 이만 총총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지금 나는 또 마감에 몰려있다. 매번 밀리는 싸움이다. 때론 넉넉히 이기고 싶은데 늘 내가 수세에 몰린다. 한 해를 돌이켜보니 늘 ‘마감’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우리 교회 월간지인 [참평안]지에서 기자로 봉사하고 있다.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내가 [참평안]에 부름받은 계기는 2007년에 발간된 [창세기의 족보]를 읽고 쓴 에세이가 요셉선교회 주보에 실리면서 당시 요셉선교회 회장님이던 우리 참평안팀 호대장의 레이다에 잡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호대장이 누구인지는 교회 장로님 중에 호씨 성을 가진 일 잘 시키시는 분을 추측하면 맞을 것 같다. 당시 [참평안]지가 호대장호로 개편되면서 새 일꾼을 모으던 차였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 같은 사람에게 [참평안]호에 탑승 허가를 해주었을까? 당시 나는 기자에게 요구되는 정보력이라는 것이 없었다. 1년 차 새신자였던 나에게 누구를 인터뷰하라고 하면 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누가 목사님이고 누가 전도사님인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태였다. 아는 건 없고 궁금한 건 많고. 그래서 나는 잘 들었다. 인터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왜 그런 일들을 하셨는지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신명기 32:7절의 말씀처럼 어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러자 히브리서 12장 1절에 나오는 구름같이 허다한 구속사의 증인들을 만나는 기쁨이 찾아와서 매달 쫓아오는 마감의 공포를 이겨내게 했다. 그때도 직장 다니느라, 아이 키우느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참평안]을 통해 찾아온 만남은 부담 가운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마감의 부담은 어디다 던져 버리고 기쁨만 취할 수는 없었다. 잘 듣고 나면 들은 만큼 글로 써야 한다는 부담에 눌리기 시작하면서, [참평안]에서 도망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100번은 했는데, 단 한 번도 호대장 앞에서 말로 꺼낼 용기가 없었다. 때로는 내 수준에는 너무 부담스런 기사를 쓰라고 할 때 면전에서 크게 반항도 못 했다. 기사 주제가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뭐 하라고 시킨 건지 이해도 못한 기자들이 회의가 끝나면 함께 모여 웅성웅성 거리며, 지금 뭘 취재하라고 한 거냐며 서로에게 통역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한 선배 기자가 일사각오 순교정신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각오로 참평안을 관두겠다고 했다가 눈앞에서 깨지는 걸 봐서 나는 입을 꽉 다물었다.(내가 소심해서 크게 놀랐을 수도 있다.) 그 선배는 나중에 육아휴직으로 임시 휴직을 누렸다.

많은 기자들이 왔다가 갔다. 군대도 가고, 해외도 가고, 시집도 가고, 직장에도 가고 다들 명백한 휴직의 사유가 있었는데 나는 없었다. 한 달만 쉬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 기사가 배당 안 되면 얼마나 마음 편할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한 일이 없는 [참평안]지를 보는 게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 왠지 한 달 내내 아무 일도 안 한 사람 같아서.

곰곰 생각해본다. 나는 왜 이런 마감 인생을 지금까지 하고 있을까? 나의 미덕은 ‘인내’였나. 아니면 나를 쓰시는 분의 미덕이 ‘인내’였나.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쓰라고 하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강에세이를 쓸 때마다, 겉모양은 내가 바동거리며 쓰는 것 같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글이 나타나게 된 것은 마감을 알리는 가라사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평강제일교회 에메트 인터넷선교회 민OO입니다. 강명선님의 평강에세이 원고 마감이 오늘로 다가왔음을 안내드립니다.”라고 띵동 띵동 두 번 울리며, 카카오톡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동시에 알려주는 요청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다.

그런데 [참평안]에서도 못해봤던 말을 [평강에세이]팀에 했다. 저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둘게요. 순순히 접수해준다. 이렇게 쉬워도 되나? 아. 필자가 많구나. 시원섭섭하면서 마음이 편하다. 쭉 편하면 좋은데 걸리는 것도 있다. 이게 내 글인가? 내가 보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생각한 나의 글인가? 나의 삶의 역사인가? 아니었다. 나의 에세이지만 개인의 삶에 역사하신 구속 사건이었다. [참평안]지도 그랬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어느 순간 [참평안]의 월 마감에 내몰리는 상황에 익숙해졌다. 세상일은 익숙해지면 지겨워져야 한다. 그런데 [참평안] 일은 절대 지겨운 적이 없었다. 늘 놀라움의 기록들이었다. 나는 [참평안]을 통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절대 만날 일이 없는 유명한 가수, 배우, 예술가, 목회자, 장성들부터 국적을 초월한 세계 각국의 구속사의 증인들을 만났다. 대다수가 나와는 초면인 사람들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구속사의 주제 아래 이야기꽃을 피우고 헤어짐을 아쉬워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식을 나 혼자만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독자도 똑같이 읽고 감동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마감을 하게 된다.

내가 기록하는 일은 하나님의 구속사다.  [참평안] 12월 호가 마감하면 바로 1월 호 기획회의. 그리고 1월 초에 2월 호를 기획해봤자 2월 호에 나가는 기사는 회의에서 나온 기사와 다른 것이 뻔하다. 뻔한 건 늘 우리 인간의 생각이고, 신비롭고 오묘한 구속사의 사건들이 다음 달에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참평안]은 기자의 능력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호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구속사의 서기관이라고. 그래서 그분이 [참평안]에 꼭 기록되기를 원하시는 사건에 우리의 눈과 초점이 맞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직접 만나서 보고 들은 기쁨과 감격을 글로 어떻게 다 옮길 수 있을까? 요한복음 21장 25절 말씀처럼 그분의 행하신 구속사를 다 기록하려면 이 세상이라도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참평안]을 통해 읽는 요약된 기사를 통해 읽는 이가 생명을 얻기를, ‘참평안’을 얻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2017년에도 평강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이유는 나에게 역사하시는 개인의 구속사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구속사가 완성되는 날 나는 이 마감하는 인생에 사표를 낼 것이다. 아버지께서 완성하시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함께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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