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untitled.png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의 도약! 그것도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일궈낸 성과라는 측면에서 더욱 뜻깊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도약한 유일한 나라' 등 해방 후 70년간 걸어온 대한민국의 발자취는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이와 유사한 성과를 보인 나라는 이스라엘 외에는 없어 보인다. 400년간의 애굽 생활을 제외하고라도 이스라엘은 기원전 586년에 바빌로니아 제국의 느부갓네살 왕에게 패하여 포로로 끌려간 지 70년 만에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의 칙령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해방 후 우리나라처럼 바로 주권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고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36년간의 압제 후 지금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는 작금의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두 세대가 넘는 70년 동안의 포로생활은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였겠지만 포로 귀환 세대의 지도자들은 무너진 민족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였다. 1차 포로 귀환기의 지도자인 스룹바벨과 여호수아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성전 건축이었다. 도중에 16년간이나 중단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학개나 스가랴 선지자 등의 메시지를 통해 돌이킨 이스라엘 백성들은 합심하여 4년 5개월 만에 성전 건축의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뒤이은 2차 포로기의 지도자였던 에스라는 제사장과 레위인 등 성전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귀환하여 성전의 기능인 예배의 회복에 주력하였다. 끝으로 3차 귀환의 지도자인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을 52일 만에 재건하고 학사 에스라와 함께 종교개혁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하여 초막절을 지키는 등 하나님께 예배하는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의 정체성과 역사적 발자취를 다시 잇는 데 성공하였다.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개혁은 두 가지 핵심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첫째는 절기의 회복과 말씀의 강론이었고, 둘째는 이방 여자와 통혼한 가정의 회복이었다. 특히 두 번째 개혁 정책은 이미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강제 이혼 정책'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매우 비인격적인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로 귀환기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고육책을 밀어붙인 것은 하나님의 선민으로서의 성결성을 회복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는 것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ezra-reads-the-law.jpg


해방 후 우리나라도 즉시 주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남과 북이 각각 미국과 소련으로 분정(分政) 된 상태에서 3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주권국가를 수립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소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였지만 친일파의 저항과 반공세력으로 친일파를 등용한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와해되고 말았다. 그 결과, 한국의 경제발전과 부흥의 이면에 친일세력이 여전히 기득권 세력으로 득세하게 되는 아픔이 현존하게 된 것이다. 600억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가 등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조국 독립에 헌신했던 집안의 상당수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부끄러운 현실 속에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반면, 매국노의 후손들은 엄청난 부동산과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스룹바벨이나 에스라, 느헤미야 등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 수립을 진두지휘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찌 되었을까?


그들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고 정체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였을 것이다. 이방 여인과 통혼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이혼을 강제할 정도로 강경한 개혁 정책을 추진한 것을 볼 때, 건국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경제부흥뿐 아니라 삶의 방향,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다져놓았을 것이다. 그들의 개혁이 성전 건축과 성벽 재건 등 외형적 성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지만 정작 그들의 초점은 영적 부흥운동에 맞춰져있었다. 말씀의 강론과 절기의 준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의 회복이 포로 귀환기 개혁 운동의 핵심이었다. 그 정신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어떤 부흥도, 어떤 열매도 모래 위에 세운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광복 70년의 대한민국. 외형적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도성장과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방향과 내용이 과연 올바른가 할 때 고개를 젓는 사람은 꽤 되는 것 같다. 배부른 돼지보다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원하는 것이 사람이듯, 광복 70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해방을 맞이한 이스라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참된 부흥이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호의 방향이 무엇인지 성경에서 답을 찾고 하나님께 묻는 영적 지혜가 필요할 때다. 


49d996ecc366a852641620449aa999c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35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74
134

#46. 3일마다 가스불에 앉기 _ 지근욱 file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차에서 원로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다. 설교 때마다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몇 가지 비유가 있다. 예전에는 '또 저 말씀하시는구나...' 하며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아래 말씀은 그중 하나다. "죄...

 
2016-01-16 478
133

#55. 십자가를 생각하며 _ 김형주 file

고난주간 속에는 예수님의 33년 전 생애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을 약속받는 확실한 증거가 예수님의 부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 죄악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측량하기 ...

 
2016-03-26 479
132

#33. 15분 만에 요리가 안 나오는 이유 _ 지근욱 file

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

 
2015-10-10 485
131

#40. 당신 생각 _ 강명선 file

당신 생각 가을에는 커피가 더 맛있어진다. 따듯한 커피를 마실 때 그 진향 향기도 함께 마시게 되어 커피의 맛을 두 배로 누리는 기분이다. 여름에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목과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대신 그 향기는 사라진다. 나름 커피 애호가인 나는 오...

 
2015-11-29 488
130

#142. 워라밸(Work & Life Balance) _ 박승현 file

해마다 이맘 때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거나 다가올 새해를 내다보는 다양한 단어가 등장한다. 올 해 ‘욜로(YOLO, You Only Life Once)’가 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했다면, 2018년 트렌드 전망에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과 삶의 균형...

 
2017-12-26 492
129

#86. 에노스, 너무나 에노스적인 _ 하찬영 file

‘그렇다고 그가 수천억 대의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하거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혁명적인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돈에 눈이 먼 탐욕스런 인간은 아니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하는 위대한 혁명가는 더더욱 아니다. 이래저...

 
2016-11-08 493
128

#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493
127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498
»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0
125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500
124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501
123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05
122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2015-12-12 505
121

#36. 바벨 _ 최주영 file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

 
2015-10-31 508
120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10
119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2015-10-03 513
118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16
117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16
116

#134.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_ 강명선 file

우리 아빠는 참 복도 많다. 아내를 잘 만났다. 별로 잘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는 아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은데 환갑이 지난 지금도 아빠 곁에 있다. 옆에 꼭 붙어있다. 7남...

 
2017-10-27 518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