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75

pkblog_body_34.jpg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한번 곱씹어 보고 싶다.

포기한 학생은 누구?

그 어느 학생인들 좋은 대학의 특권을 누리며 4년을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랴. 가능하면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에 가고자 모두가 지금껏 뛰어왔을 것이다. 교육의 목표를 '대학 입학' 하나에만 맞추고 있는 풍토가 사실 말도 안 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믿는 성도들이 '천국 입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달려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신앙인이라면 이 현실에 대해 더더욱 실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입시를 포기한 학생은 누구일까?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극도의 미안함을 느낀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잠시나마 상상하며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는 건 누구일까? 바로 입시의 결론만 가진 채 3년 내내 말장난만 일삼던 바로 그 수험생들이다.


"올해 수능은 00월 00일쯤 본대." (11월쯤 본다는 것은 감으로라도 알 수 있다.) 
"OO학원 다니면 성적이 오른대." (수많은 설명회, 세미나를 전전긍긍하고 다녔던 그들이다.) 
"OO선생님 교재로 공부하면 만점이라며?" (그 강사가 그 강사다.) 
"우리 학원으로 바꿔서 이 수업 한번 들어봐, 답이 그냥 보여 ..." (새로운 하늘과 땅(?)의 깊은 말씀 타령하는 최근 몇몇 사이비 집단들의 천박한 풍토 그대로다.)


trd022tg30812d.jpg


하나같이 종착역에 서서 마치 이미 그 모든 과정을 다 겪은 도사라도 된 듯하다. 시험을 보는 대상은 바로 자신임에도, 마치 제삼자인 양 여유를 만끽하는 거만함 속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바로 '포기자'들이다.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도무지 하지 않았던 게으른 학생들이며, 이 교재만 손에 쥐고 있으면 나의 머리가 순간 수능 최적화 두뇌로 바뀌어 버릴 것이라는 환상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던 이들이다. 어떤 인터넷 강사가 잘 가르치나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저질 커뮤니티 속에서 하루 종일 개헤엄만 치다가, 퉁퉁 불어터져버린 자신의 살가죽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나는 잘 될 것이다'라는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결론만 많이 아는 자들은, 누군가가 2배 성장의 큰일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단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스스로 크게 만족한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박수 치는 일에는 즐거워하나 정작 자신이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픈 진짜 욕심은 전혀 없다. 시험문제가 지금 나에게 출제되고 있는지 아닌지 인식조차 하지 못할뿐더러, 그 많은 문제 중 90% 이상이 매력적인 오답을 갖고 있는 고난도 문제라는 냉혹한 현실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와는 정 반대로 성경의 정도(正道)를 걸었던 위인들의 흔적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 만약 천국 입시가 수능처럼 D-30을 앞둔 시점이라면, 고액과외라도 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익혀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설령 나는 넋을 놓고 있다 하여도, 집이라도 아니 당신의 신장이라도 팔아서 고액과외를 시켜주고 싶은 심정이 바로 우리 아버지의 심정일 것이다. 

수능에 실패한 수험생들은 재수라도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치를 '딱 한 과목 수능'에는 재수란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하루 종일 수험장 철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는 나보다 더 떨리는 가슴으로 협심증 말기 환자의 아픔과도 같은 심한 통증 속에서 오직 나의 합격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단순히 한국의 저질 교육 문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림자가 너무나 구체적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되면 성경 한 구절이라도 더 외우려 하고, 구속사의 한 테마라도, 숫자 하나 히브리어 단어 하나라도 더 익혀보려 오버(?) 하게 된다.

외운 내용을 혼자서 칠판에 쭉 써본다. 오늘따라 글씨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리도 긴 것을 15분 동안 어찌 요약을 할까?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로몬 성전 건축기간이 왜 7년 6개월이 아니고 6년 6개월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나의 구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그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가, 그만큼 외우고 연습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러한 내용을 두 사람 이상에게 제대로 전해본 경험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그들과 이에 대해 침 튀기며 논쟁하다 처절히 깨지면서 내가 그저 '대충 아는' 천국 수능 꼴찌 등급에 불과함을 절감했던 적이 있는지, 진지하게 우리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수능! 앞으로 D-30. 나는 준비된 수험생인가? 

758f741258277ecd095cb18e7c5e2fae.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15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447
114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448
113

#36. 바벨 _ 최주영 file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

 
2015-10-31 449
112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451
111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2016-10-23 453
110

#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2017-12-01 453
109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455
108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457
107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457
106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2015-10-03 460
105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462
104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465
103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466
102

#150. 부끄럽지 않은 등재 file

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2018-02-14 468
101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471
100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475
99

#146. 하나님의 나라 file

“2018년은 별로예요. 왜냐하면 18이 있잖아요.” 새 해 첫 어린이예배에 참가한 꼬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럴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도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 나 역시 17이...

 
2018-01-30 477
98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478
97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486
96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487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