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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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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을 넘나들며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런, 운전자가 졸고 있구나라고 판단이 섰다. 바로 그 순간.

 

커다란 덩치의 화물차가 4차선에서 갑자기 1차선 중앙분리대를 향해 돌진한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상상이 교차했다. ‘드디어 사고가 나는구나.’ ‘사고가 나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내가 저 화물차 혹은 화물차에서 떨어지는 짐들을 피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룸미러를 통해 내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아마도 0.5초가 되지 않는 찰나였다.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2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느낌과 비슷한 전율이 올랐다.

 

그 큰 차가 중앙분리대에 거의 다다를 때 즈음, 화물차의 운전자가 정신을 차렸나 보다. 급하게 핸들을 돌렸는지 차선을 사선으로 달리던 차는 다시 정면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차의 중심을 잡더니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변경해 갓길로 가려는 듯 보였다. 나는 이때다 싶어 그 문제의 화물차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추월을 해서 다시는 만나기 싫다는 속도로 냅다 달려서 집으로 오는 길을 재촉했다.

 

바로 눈앞에서 대형 사고가 날 뻔한 장면을 목격한 뒤 갑자기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미국 팝가수 캐리 언더우드 Carrie Underwood가 부른 'Jesus Take the Wheel'이란 곡이다. 캐리 언더우드는 전 세계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이끌었던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4의 우승자이다. 시골의 평범한 여대생이던 그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고, 2005년 발표한 데뷔 앨범 ‘Some Hearts’는 약 7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번에 최고의 컨트리 여가수의 반열에 오른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하는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캐리 언더우드의 성공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다.

 

방송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후 첫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이 앞에 소개한 ‘Jesus Take the Wheel’이다. 이 노래는 6주간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면서 데뷔 앨범이 크게 성공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이 열광하며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Jesus take the wheel 예수님 운전대를 잡아주세요

Take it from my hands 제 손에서부터 맡아주세요

Cause I can't do this on my own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을 제가 할 수 없기 때문이죠

I'm letting go 저는 손을 놓습니다

So give me one more chance 그러니 저에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세요

To save me from this road I'm on 제가 지금 있는 이 길목에서 저를 구해주세요

Jesus take the wheel 예수님 운전대를 잡아주세요

 

예수님께 내 인생의 운전대를 맡긴다는 고백의 노래가 CCM 가수가 아닌 대중가수에 의해 불리어지고, 일반 대중음악 차트에서 오랜 기간 1위를 하며, 수 백 만장 음반이 팔리는 저들 문화의 기독교적 바탕과 뿌리가 무척 부럽기도 하다.

 

거룩한 성의를 입고 성전에서 부르는 성가가 있듯이, 그저 일상생활에서 청소하며 운전하며 흥얼거릴 수 있는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노래가 우리에게도 많았으면 좋겠다. 기독교 채널이 아닌 TV에서도 예수님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노래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대형사고 일보 직전의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예수님이 우리 인생의 운전대를 잡아주셨구나라고 고백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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