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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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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자들이 보내준 ‘공유하고 싶은 사물’ 또는 ‘내 인생의 사물’에 대한 사연을 소개해주었다.


각각의 사연을 귀담아듣고 있는 중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한테는 뭐가 있지?”
나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생각해냈다. 사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맞지 않지만, 그 순간 물리적 공간의 ‘집’이 떠올랐다. 이 집이야말로 나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애증의 사물인 것이었다.


중학교를 한창 다닐 즈음부터 나의 어머니는 물질적으로 기울어진 가정을 위해 다시 일터로 나가셨다. 온종일 힘들게 일을 하시는지, 부모님은 퇴근 후 쉬기도 벅차다고 하셨다. 이때부터 우리 집은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지도 않은 집인데 정리되지 않는 물건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집은 더욱 좁아져만 갔다. 집이 어질러져 갈수록 나의 자존감은 더욱 구겨지는 것 같았다. 결국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보는 경험도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그렇게 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작고, 좁고, 어질러진 집.
한편으로 이 집은 대학교 입학 후부터 지방에서 생활하며 20대를 살아갈 적에, 나에게 여러모로 큰 영향을 주었다. 학위 과정에 지쳐 고단한 삶을 살 때에도 가끔은 자극제가 되어 나를 움직이게 하였고, ‘집’ 밖에서 나만의 공간을 누리며 스스로 만족하고 콧대가 점점 높아지다 가도 가끔씩 이 집에 들를 때면, 다시 나를 다짐하고, 숨죽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가끔 나는 이 집(house & home)이 마치 사도바울이 주께 없애 주시기를 간구했던 육체의 가시와 같은 존재라고도 생각했다.


길고 긴 겨울과 꽃 피는 춘삼월을 지나 맞이한 가정의 달, 5월!
드디어 나는 이 가시를 뽑아 버리기로 했다. 우리 가정(home)에 단단하고 깊숙하게 박힌 가시의 모든 부분을 단번에 뽑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물리적 공간의 집(house)은 한번 제대로 뽑아볼 생각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나면 어릴 적부터 나를 지배해온 ‘내 인생의 사물’의 흔적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으나, 이 긴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 내 마음과 영혼에 새겨진 – 하나님의 말씀은 잘 간직되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시는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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