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열지 않음

글 수 181
등록일

2016.03.20


pkblog_body_54.jpg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물 밖 세상을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담을 담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삶의 경계선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시원스러운가?
28년간이나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던 5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무너진 날, 1989년 11월 9일의 감격은 전 세계인에게 선사한 하나님의 축복의 이벤트였다. 그 무너진 장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장벽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그러나 거대한 장벽도 언젠가는 무너지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가 30년 가까이 돼가지만 여전히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마음에는 콘크리트 장벽이 있던 곳에 경제력의 격차와 편견이라는 담을 대신 쌓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게으르고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동독 출신을 바라보는 서독 출신들의 편견.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로 서독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독 사람들. 서로를 향해 이처럼 편견으로 비난할 때 각자에게 자신도 모르는 벽이 점점 높이 세워지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맨 몸뚱어리 하나로 수천 년 켜켜이 쌓아 올린 분열과 편견과 증오의 담을 홀로 부수느라고. 얼마나 간절히, 얼마나 과감히 자신의 몸을 내리쳐 세상의 담을 허물려 하셨는지, 땅이 진동하여 바위가 터지고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둘로 찢어지고 말았다. 2천 년 동안 절대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던 지성소가 열렸고, 영혼을 가두어 무지의 감옥으로 이끌던 육체를 깨뜨려 부활의 새 생명을 선물로 주셨다. 사도바울은 이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원수 된 것을 자기 육체로 폐하셨다”(엡 2:14-15)고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 주님에게 참으로 멋진 별칭을 붙여주었다. 화평케 하는 자요 화목의 사도, 예수 그리스도!
 
민족과 민족이 하나 되고 국가와 국가가 화해하며, 집단과 집단이 진정 화합하는 것도 사실은 나와 너의 화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르틴 부버는 그의 저서 ‘나와 너’에서 하나님(너)과 나와의 하나됨의 관계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관계이며 구원으로 보았다. 사람은 ‘나’를 중심으로 상대를 완전한 인격체인 ‘너’로 존중하지 않고 ‘그것’(it)으로 대하려 한다. 사람을 ‘그것’으로 대하는 자는 상대를 오로지 대상으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자다. 이들 사이에는 결코 허물 수 없는 강력하고도 견고한 담이 가로막고 있다. 이것이 인류 역사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 수많은 차별과 학대와 억압과 파괴와 죽음을 가져온 원인이었다.

 

38선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38선보다 더 견고하고 강력한 아집과 이기심과 욕망의 담을 발견한다. 38선으로도 모라랐는지 동서(영호남)로 갈라지고, 학연과 지연으로 갈라지고, 빈부의 정도에 따라 유유상종하며 수많은 담을 쌓고 선을 그으며 서로와 서로를 구분 짓고 편을 가르는 세상! 주님께서 ‘십자가’로 힘겹게 이루신 담장 없는 세상, ‘나와 그것’으로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만드신 그 십자가의 위력, 당신의 육체를 과감히 던지신 그 용기와 희생을 우리는 어찌 이처럼 매몰차게 외면하고 있는가!

 

고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아 기름으로 반죽하여 ‘한 덩어리’로 하나님께 드렸던 소제를 생각해 보라. 나와 너 사이에 막힌 담이 있다면 어찌 한 덩어리 반죽이 가능하겠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 지극히 거룩한 그 소제물은 이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으로 막힌 담을 허물고 나 자신을 희생하여 ‘고운 가루’로 만들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순절의 절정인 고난 주간을 앞두고 우리 주님의 발자취를 묵상하면서 세상의 그 거대한 편견과 교만과 탐욕의 벽에,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당신의 온몸이 으깨지고 바스러질 때까지 던져 담을 허무시는 그 처절한 모습을 발견한다. 2천 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막힌 담과 마주하시며, 십자가에 당신의 온몸을 내어맡기듯 오직 당신의 육체 하나로 무너뜨리는 주님을 본다. 

십자가의 망치로 내 속에 있는 담을 먼저 허물고, 말씀의 맷돌 들어 고운 가루 될 때까지 갈고 갈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형상으로 빚어지는 교회, 그런 평강제일교회는 담이 없는 교회다. 둘로 갈라섰던 서로가 이제 하나 되어 화목의 직분을 감당하는 교회, 그것이 사도바울이 그리고 있는 천국의 모습이요, 우리 주님이 영원히 왕 노릇하는 하나님 나라다.

 

 

ac348b7e523a7e6d1744c0fbecdacdb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61

#48. 온전한 주일 성수 _ 김태훈 file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처음 며칠은 시차가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고, 체류 기간이 길어져 몸이 현지 시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즈음이면 집 밥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

 
60

#152. 본(本)이 되어야... file

구속사 시리즈 10권을 통해 사관학교를 등록하고 환경과 여건에 맞는 많은 반들을 수강하고 있다. 10권 “하나님 나라의 완성 10대 허락과 10대 명령”을 통해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 아브라함의 생애, 복의 근원. 그것은, 본(本...

 
59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58

#03. 슬픔의 절정에 춤을 준비하는 사람들 _ 홍미례 file

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57

#01. 금순이를 찾아서 _ 지근욱 file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

 
56

#53.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하는 남아있는 자, 하나님의 기쁨 _ 박다애 file

2016년도 주일4부예배가 청년연합찬양집회로 시작되었다. 청년 기관에서 각각 찬양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샤론찬양선교단(외치는 자의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55

[평강인터뷰]참평안_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file

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평강제일교회는 설립자인 휘선 박윤식 목사의 가르침에 따라 수십 년 동안 목요 구국(救國)예배를 드리고, 모든 공적 예배에서는 나라와 민족을 첫 번째 기도 제목으로 삼고 기도하는 교회다. 나라 사랑의 달 6월을 맞아 “부름 받은 ...

 
54

#151. 감사와 사명 file

사명使命, 부릴 사使 목숨 명命, 국어사전에서는 '맡겨진 임무'라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이 땅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존재 이유를 설명 할 수 있는 단어인 셈입니다. 아마도 이 사명이 가장 중요시되는 직업은 ...

 
53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52

[참평안_인터뷰]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file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3년 만에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서 하계대성회가 개최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하늘길을 뚫고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4개 국가에서 총 39명의 해외 성도와 교역자가 평강제일교회와 여주 평강제일연수...

 
51

#156. 이길 밖에는 대안이 없어요? file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가 심심치 않게 주어집니다. 혈압이 높으니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선택이고, 종합 검진을 받고, 아찔한 숫자들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자, 운...

 
50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49

#102.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_ 정유진 file

아뿔싸, 또 코가 꿰었다! 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 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 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

 
48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47

#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

 
46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45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44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43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42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