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열지 않음

글 수 181
등록일

2015.03.21

pkblog_body_kim.jpg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회사도 CSR 하시지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요즘 가장 핫한 단어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격식은 한 수 접고 공통적인 고민거리에 집중한다. “올해 연봉협상하셨습니까?” 이맘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네, 저희는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렇게 답하는 CEO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몇 퍼센트나 올려주셨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정확한 인상폭을 답변한 CEO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 수치가 너무 낮으면 인색한 CEO로, 너무 높으면 협상을 잘 못하는 CEO로 비칠까 싶은 노파심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열에 아홉은 “그냥 평년치 정도 인상했습니다.”라고 답하고 만다. 어떤 답을 들을지 뻔히 알면서도 모두들 궁금해하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로 인해 느끼는 중압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연봉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연봉의 인상폭은 협상의 기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연봉협상에 임하는 직원들의 유형은 직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자신의 전년도 성과는 물론 측정하기 어려운 정성적(定性的)인 노력에 대한 세부자료까지 작성해서 협상에 임하는 주도면밀형,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연봉도 올라야 한다는 막무가내형, 객관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소통불가형. 그러나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따로 있다. “그냥 알아서 주십시오”하는 무대책형. 협상에 임하는 방법이 어떻든 테이블에 앉아있는 양측의 입장은 대립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BSC(Balanced Score Card)를 그 기준으로 사용한다. BSC는 1992년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공동 개발한 관리기법으로 기업의 사명과 전략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측정 지표이다. BSC는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성장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조직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평가관리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재무적 관점은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을, 고객 관점은 신제품 출시 여부나 고객만족도를, 내부 프로세스 관점은 채권/재고 회전율을, 학습/성장 관점은 직원들의 역량개발 혹은 핵심인재의 확보 등을 평가 지표로 삼는다. 이러한 성과 지표는 회사 전체, 사업부, 팀, 개인 차원으로 세분화되고 연말에 집계된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관리해 온 성과 지표의 달성률이 기준이 되면 연봉협상은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연봉협상을 앞두고 회사 전체와 사업부, 팀, 그리고 개인의 BSC 취합 결과를 검토하면서, 내 신앙생활에도 BSC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기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당장 신앙생활을 네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신앙생활의 재무적인 관점은 무엇일까? 헌금? 전도? 그렇다면 고객 관점은? 일단 내 고객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했다.

테이블을 만들다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방법이야 어떻든 나는 신앙인으로서, 교구 총무로서, 장로로서 한 해 동안 마땅히 지키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성과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 왔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런 목표들은 내 머릿속 한편 구석에 대략적으로만 존재할 뿐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고 일단 적어 내려갔다. 막상 정리해보니 성과 지표로 책정해서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적어 내려간 성과 지표를 놓고 2014년 한 해의 신앙생활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만약 내가 이걸 들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면’… 

다행히도(?)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신앙생활의 결과와 열매를 놓고 매년 하나님을 대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한 번은 그런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는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없는 엄정한 심판의 자리다. 다시 한번 비장한 각오로 올 한 해 신앙의 성과 지표를 점검해 본다.



f11f1815c9ece57a58a00542fd1f2cc3.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41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139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138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137

#21.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아빠의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_ 박다애 file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 발발. 어릴 적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영화를 보고 엉엉 울면서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군인 하지 말라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저는 지금 전쟁이 난다면 50년대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

 
136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135

#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

 
134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133

#102. 거절 못하는 병 때문에 _ 정유진 file

아뿔싸, 또 코가 꿰었다! 평강 에세이 집필진을 해달란다. 안된다고 했어야 되는데. 글 쓰는 실력 없다고 거절했어야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고 그냥 수락해버렸다. 매번 원고 마감일에 임박해서 안 되는 글 쓰느라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

 
132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131

#156. 이길 밖에는 대안이 없어요? file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가 심심치 않게 주어집니다. 혈압이 높으니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선택이고, 종합 검진을 받고, 아찔한 숫자들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자, 운...

 
130

[참평안_인터뷰]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file

해외 성도들의 연수원 투어 3년 만에 여주 평강제일연수원에서 하계대성회가 개최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막혀있던 하늘길을 뚫고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4개 국가에서 총 39명의 해외 성도와 교역자가 평강제일교회와 여주 평강제일연수...

 
129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128

#151. 감사와 사명 file

사명使命, 부릴 사使 목숨 명命, 국어사전에서는 '맡겨진 임무'라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이 땅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존재 이유를 설명 할 수 있는 단어인 셈입니다. 아마도 이 사명이 가장 중요시되는 직업은 ...

 
127

[평강인터뷰]참평안_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file

나라를 위한 나의 기도는? 평강제일교회는 설립자인 휘선 박윤식 목사의 가르침에 따라 수십 년 동안 목요 구국(救國)예배를 드리고, 모든 공적 예배에서는 나라와 민족을 첫 번째 기도 제목으로 삼고 기도하는 교회다. 나라 사랑의 달 6월을 맞아 “부름 받은 ...

 
126

#53.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하는 남아있는 자, 하나님의 기쁨 _ 박다애 file

2016년도 주일4부예배가 청년연합찬양집회로 시작되었다. 청년 기관에서 각각 찬양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샤론찬양선교단(외치는 자의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125

#01. 금순이를 찾아서 _ 지근욱 file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

 
124

#03. 슬픔의 절정에 춤을 준비하는 사람들 _ 홍미례 file

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123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122

#152. 본(本)이 되어야... file

구속사 시리즈 10권을 통해 사관학교를 등록하고 환경과 여건에 맞는 많은 반들을 수강하고 있다. 10권 “하나님 나라의 완성 10대 허락과 10대 명령”을 통해 한 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 아브라함의 생애, 복의 근원. 그것은, 본(本...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