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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증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내 몸의 일부를 가시에 찔려본 체험을 순간적으로 떠올려볼 때 ‘정말 아프겠구나’ 하고 얼굴을 찌푸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고통이 나에게 전이되어 잠시나마 내가 타인이 되어 볼 수 있는 거겠지요. 
 
지난 초겨울부터 시작된 감기는 해를 넘겨 봄이 되어서야 나았네요. 독감도 아니고 폐렴도 아니라는데 유독 기침이 심했지요. 하도 낫지 않아 여러 내과를 전전하고 한약을 먹어보기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큰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하고 처방을 받았지만 금방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다 보니 성가대 연습도 힘들고 성가대 설 때마다 기침이 터질까 봐 걱정이 되더군요. 옛말에도 기침과 연애는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는 이런 생각이 간절했지요. (이놈의)기침만 떨어지면 뭐든 하겠다, 라구요.

기침을 할 때마다 생각나는 한 분이 있었습니다. 말을 잇기도 어렵고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기침을 하면서 무언가 더 주지 못해 안달복달하던, 폐에 남아 있는 마지막 진액 한 방울까지 동원하여 말씀을 토로하던 바로 그분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예수님의 속 사정을 잘 이해하시는지, 십자가의 고통을 현장 체험처럼 전할 수 있는 것인지, 하나님의 ‘하’자만 들어가도 가장 좋은 것으로 드리고 싶다고 저토록 애를 태우는지, 그 모습 그 목소리 생생하기만 합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다 해도 봄을 이길 수는 없듯이 연약한 기관지도 따뜻한 공기를 받아들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침은 잦아들었네요. 심폐를 튼튼하게 한다는 요가를 잠들기 전에 하는 습관을 들이고 면역력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 먹기 시작했지요. (이놈의)기침은 뚝 떨어졌는데 ‘뭐든 하겠다’던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던 듯 외면을 하는군요.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육체로 체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이해이고 더욱 가까운 이해라는 생각 말입니다. 배가 고파보고, 몸이 아파보고, 가시가 박혀보고, 피를 흘려봐야 알 수 있는 이해 말입니다.

타인의 고통이란 그렇습니다. 대못에 박히는 잔혹한 고통도 내 손톱 밑의 가시보다 못 합니다. 인류의(나의) 죄악을 대속하느라 짓뭉개진 예수님의 육체적 고통과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처절한 고독은 너무나 자주 헌신짝처럼 내버려집니다. 보다 더 안락한 것을 욕망하느라 나는 너무나 쉽게 배신하고 의심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며 섭섭하다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아직도 타인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이해한다면 그리고 믿는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속 사정을 헤아리고 고통과 고독이 전이되고 가장 좋은 것을 예비하여 드리고자 노심초사해야 마땅하지만 어리석게도 예수님을 타인으로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은 봄처럼 따뜻하고 향기롭고 인내력이 탁월합니다. 한 번도 나를 타인처럼 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나를 이해했고 끝까지 사랑합니다. 비겁하고 저열한 나를 여전히 참아주시고 기다립니다. 예수님이 침묵한다고 느낀 건 내가 예수님에 대하여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고 예수님이 차갑다고 느낀 건 내가 예수님께 차갑게 대했기 때문이고 예수님이 멀다고 느낀 건 내가 예수님을 멀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 아버지께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할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지만 예수님의 고통의 핏자국에 한 걸음 다가서서 따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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