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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8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붙으면 점점 불길이 거세지지만, 그에 비례하여 나무가 빠른 속도로 타서 소멸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도 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비유 속에는 말쟁이의 권모술수와 분쟁이 얼마나 헛되고 찰나와 같은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말쟁이의 이간질과 비난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게 마련이다. 그것으로 인해 엄청난 분쟁과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그 순간만큼 말쟁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역시 세상이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자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말쟁이의 운명은 점점 끝을 향해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말쟁이의 특징은 혀만 움직이는 자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길 싫어하고, 온몸을 움직여 뭔가를 진행하는 일은 선천적으로 거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있고, 우주를 움직이는 권세가 있다고 착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들의 말에 수긍하고, 세 치 혀만으로도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는 허황된 자신감에 차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화려해질수록, 말쟁이의 불길이 뜨거워질수록 그들의 운명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 그들이다. 


말쟁이와 반대되는 사람을 ‘일쟁이’라 명명해 본다. 그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구상하고, 계획하여 실현해내는 사람이다. 일을 만들고, 조직하고, 건축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말하기 전에 끊임없이 구상한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자들이다.역사는 ‘일쟁이’들에 의해 발전해 왔고 수많은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창조되어 왔다. 에디슨은 말로서가 아니라 수만 번의 실패를 반복하는 노력과 행동으로 오늘날 전기시대의 발판을 놓았다. 어렸을 때 앓은 청각장애도 그의 행동에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을 돕는 발판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조선 정치의 중심지, 한양에서 말로 왜적과 싸운 것이 아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남쪽 변방 바다를 맨몸으로 막아 조선을 지켰다. 한글이 탄생하기까지 세종대왕은 집현전의 학자들과 수많은 밤샘 토론과 연구에 참여하며 백성의 말과 글을 만드느라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말은 쉽고 제약이 없지만 행동은 어렵고 한계가 많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초기에는 말 잘하는 자들이, 말을 많이 하는 자들이 각광받고 앞서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늘 승자는 행동하는 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자, 비전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자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잠언 기자의 통찰처럼 ‘다툼’은 말쟁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말쟁이들이 그치면 ‘다툼’도 자연스레 그치게 된다. 하지만 말쟁이들의 시비와 비난은 이에 맞서는 ‘응전’을 초래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번 말쟁이의 길에 접어들게 되면 고치기 어렵다. 말로 행동을 대체하고, 혀로 삶의 무게를 대신하다 보면 점점 말의 안락함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생의 발전과 인격의 성장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처음엔 부족하고 어리숙해 보여도 점점 다듬어지고 완숙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왜냐면 대개 일에 미친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한다 해서 일을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옆 사람들이 말을 하든 안 하든 자기의 계획과 구상을 관철시켜 나가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다듬어지게 마련이다. 일하는 자가 이 경지에 도달할 때, 자연스럽게 말쟁이의 말은 나무가 다 타서 불이 소멸하듯 사라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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