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열지 않음

글 수 181
등록일

2018.04.14

pkblog_body156.jpg

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가 심심치 않게 주어집니다.

혈압이 높으니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선택이고, 종합 검진을 받고, 아찔한 숫자들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자, 운동과 식이 요법을 택해 볼까?’ 하다가도 육신의 정욕에 약해져 ‘다이어트는 원래 내일부터 하는 거야!’ 부르짖기도 하며, 뼈를 묻겠다고 인터뷰 하고 들어온 회사를 다니다가도, 앞 동네, 옆 동네 회사의 사정을 들으면, 몰래 감춰둔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갈등보다 더한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 닥쳤을 때, 성경은 기도하고 아뢰어라 말씀하십니다. 또 이에 더해 평강의 성도들은, 매우 큰 가시적 혜택이 있었습니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기도하고 여쭤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씁쓸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다 정해 놓고 기도한다는 것 입니다. 다 정해 놓고 여쭤보는 것 말이죠. 사귀고 싶은 사람, 사고 싶은 집, 옮기고 싶은 직장 등등을 말입니다. 

이러면 반칙 아닌가요?

 

“뜻대로 하겠습니다.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하지만, 그 길과 뜻은 내가 다 정했으니 아버지는 대답만 하시고, 제 맘을 편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입니다. 이러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갈대아 우르를 떠나라 했을 때, 하란을 떠나야 했을 때,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를 먼저 조카가 택하게 했을 때, 아브라함은 정답을 미리 정해놓은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우리의 생각과 마음, 주관과 경험과 지식, 지혜와 경륜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주시는 길대로 걸어가겠다고, 막 찬송 부르고,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막 그랬잖아요. 그런데 내 삶을 돌아보면 진짜 아버지 원하는 대로 가겠노라! 마음 깊은 곳부터 결단하고, 기도하고 찾아뵈었는지 의심이 갑니다. 직장을 옮길 때도, 다 좋은 조건, 좋은 상황, 옮겨야 되는 당위성만 잔뜩 맘에 한가득 미리 정해 놓은 채 기도하고 찾아뵙는 내 모습을 아버지께서는 과연 어찌 보셨을까요? 

지금 와서 보니 너무 죄송스럽네요.


입으로는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 이니이다’ 고백하지만, 결국 나 자신이 등과 빛이 되어 “아버지! 그래 거기에요 거기, 거기 잘 좀 비춰 봐요.” 하는 삶이었다면 참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선택은 내가 다 해 놓고 말이죠. 



결국 아버지께서 마련해 주신 삶의 대안이 아닌, “이 길 밖에는 대안이 없어요. 아버지, 이 길을 잘 걷게 해 주세요!” 하는 것이 과연 아브라함의 길을 좇겠노라 하는 성도의 자세일지 오늘도 제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그저 아버지께서 주시는 길을 겸손히 받겠노라! 하는 참 성도가 되길 소원할 뿐입니다.



essay09_에세이소개_SIH.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21

#48. 온전한 주일 성수 _ 김태훈 file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처음 며칠은 시차가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고, 체류 기간이 길어져 몸이 현지 시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즈음이면 집 밥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

 
120

#150. 부끄럽지 않은 등재 file

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119

#73. 집중과 몰입의 애티튜드 _ 하찬영 file

사명감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나 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워크샵(영화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약 6개월 코스였는데 비용이 ...

 
118

#135. 담백한 마무리 _ 김진영 file

차가운 바람 속에서 2017년도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점차 가까워짐을 인지하게 된다.‘올해는 정말 다르다’라는 결심과 승리의 수 ‘17’이라는 설렘을 갖고 세웠던 2017년도 신년 목표를 펼쳐 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하나님의 은혜와 간...

 
117

#67. 말쟁이가 없어지면 _ 홍봉준 file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

 
116

#47. 모르면 억울하다 _ 김진영 file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법'이라는 기준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준으로 삼기로 한 여러 가지 법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결론이 날 때가 종종 있고, 이로 인해서 ...

 
115

#154. ‘천만 대박’영화의 시나리오 file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들해지고 말았지만, 오래전 그때 그 시절, 영화가 좋아 어쩔 줄 모르던 시기가 있었더랬다. 당시에는 원하는 영화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수단이 지금과 같지 않아서, 동네 상가에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보거나, 아니면 ...

 
114

#37.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_ 홍봉준 file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

 
113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112

#133. 나를 살게 하는 것 _ 박남선 file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눈을 뜬 이후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밀물처럼 우리의 뇌리와 마음에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것, 어떤 부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을 감기 전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바로 근심과 걱정이다. 먼지보다 자그마한...

 
111

#64. 쉽게 쓰여진 글 _ 강명선 fil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잘 도 한다. 내 생각 내 삶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의 카카오 스토리에는 쉽게 쓰여진 글들이 많다. 문득 나타난 한 풍경 앞에 시간을 정지 시키...

 
110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109

#45. 좌충우돌 오류동 정착기 _ 하찬영 file

"쓰레기 봉투가 없네, 마트 좀 다녀올래? 의자 옆에 바지랑 셔츠 다려놓았으니 넥타이랑 챙기고" 그는 그레이 컬러의 수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습니다. 마트에 갈 때는 어떤 타이가 어울릴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가 가장 아끼는 타이를 집어 듭니다. 시...

 
108

#57. 재수 없다 _ 송인호 file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

 
107

#147. ‘기복신앙’ 극복법 file

‘서울투어’급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고 목이 꺾일 듯 졸며 다닌 여정을 한 지 수개월, 뒤늦게 30분이나 절약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주 이용하는 유형의 버스가 아니어서 정말 몰랐다. 괜히 억울하기까지 했던 것은 필요 이상으로...

 
106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105

#60. 남자가 민첩할 때 _ 지근욱 file

휴일이나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붙이고 리모컨과 삼위일체가 되는 남자들. 아내의 눈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청소기를 시끄럽게 돌리며 소파에 가로로 누운 남편과 근접전을 펼치지만, 몸만 조금 비틀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잔소리가 폭발하면 그제야 일...

 
104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103

#74. 공짜는 없다 _ 지근욱 file

몇달전 중국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로밍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 서비스도 문의했다. 중국에서도 개인적,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카톡을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데이터 무한 사용 기준으로 하루에 1만원, 5일이면 5만원이라는 설명이다...

 
102

#43. 2015년 성탄에는 주 예수님 누울 자리 마련했습니까? _ 박다애 file

성탄절(聖誕節)=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 크리스마스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의 의미. 'X-MAS'라고 쓰는 것은 그리스어의 그리스도(크리스토스) XPIΣTOΣ의 첫 글자를 이용한 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노...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