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75

pkblog_body39.jpg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남모를 준비를 하며 흘린 땀과 눈물은 인생의 각 분기점을 지나는 밑거름이 됩니다. 동시에, 이런 분기점에서 사람들은 힘들어합니다. 고통스러워합니다.


'힘들다'라는 말은 이런 때에 자주 사용됩니다. 몸이 힘들 때에도 쓰이고 마음이 힘들 때에도 쓰입니다. 개중에는 '힘들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습관처럼 '힘들다' 말하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은 그런 입버릇은 좋지 않은 거라 조언합니다. 젊은 나이에 뭐가 그리 힘드냐며,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 합니다. 하지만 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힘든 순간을 견뎌야 함에는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무의미합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이든 남자이든, 각자가 이겨내야만 하는 아픔이 있고 어쩔 수 없이 기울여야만 하는 노력이 존재합니다.


바로 지난주, 수능이 끝났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끝날 것 같지 않던 길고 긴 시간이 마무리되고, 많은 학생들은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을 넘겼습니다. 돌이켜 볼 때 저는 수능이 끝나면 모든 것이 다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못 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은 생각이 참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대학 입학 전까지의 자유를 실컷 누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상황이 변하니 경험과 이해가 쌓임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심지어 지금은 '그땐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6t544.jpg


물론 이제 막 수능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한 시기를 넘긴 학생들은, 예전에 제가 그랬듯 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 있을 것입니다. 면접과 실기를 앞두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예상 점수를 손에 들고 심사숙고하며 학교를 고르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재수를 할지 말지 일찌감치 고민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커다란 분기점을 지나는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며 이해받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상황과 배경이 사람마다 다르니 내 처지를 온전하게 이해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동년배 친구들이라면 서로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또래가 주는 위로와 연장자가 주는 조언은 그 세월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큰 분기점을 앞서 지난 사람들이, 선배로서 윗사람으로서 이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순간마다 다양한 분기점과 갈림길이 있고, 그 앞에 서 있는 사람 또한 너무나 많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겠지요.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만날지라도 지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간구하면, 하늘의 지혜로 거뜬히 그 산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갈림길 앞에 섰을 때 주저하지 않고 앞서가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앞선 사람은 뒤따르는 그 손을 힘 있게 잡아주어서 힘든 순간마다 인생의 분기점을 함께 넘어가는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sBB47ZgjoYWzXLY7cWRissqxc4ier.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95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2016-06-05 459
94

#37.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_ 홍봉준 file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

 
2015-11-08 459
93

#60. 남자가 민첩할 때 _ 지근욱 file

휴일이나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붙이고 리모컨과 삼위일체가 되는 남자들. 아내의 눈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청소기를 시끄럽게 돌리며 소파에 가로로 누운 남편과 근접전을 펼치지만, 몸만 조금 비틀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잔소리가 폭발하면 그제야 일...

 
2016-05-01 457
92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456
91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454
90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452
89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452
88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446
87

#147. ‘기복신앙’ 극복법 file

‘서울투어’급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고 목이 꺾일 듯 졸며 다닌 여정을 한 지 수개월, 뒤늦게 30분이나 절약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주 이용하는 유형의 버스가 아니어서 정말 몰랐다. 괜히 억울하기까지 했던 것은 필요 이상으로...

 
2018-02-03 444
86

#137. 감사 _ 이승옥 file

감사라는 뜻은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설교 중 나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감사가 없는 것은 다 거짓이라는 것이다. 감사 없는 헌금, 감사 없...

 
2017-12-01 441
85

#47. 모르면 억울하다 _ 김진영 file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법'이라는 기준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준으로 삼기로 한 여러 가지 법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결론이 날 때가 종종 있고, 이로 인해서 ...

 
2016-01-23 441
»

#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

 
2015-11-22 441
83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440
82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436
81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435
80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431
79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428
78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427
77

#69. 맥추절과 진심 _ 김형주 file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7월 첫째 주, 맥추절이 돌아왔습니다. 맥추(麥秋)라고 하면 자연히 보리추수가 연상되지만, 히브리 원어에 맥추는 카찌르(קָצִיר)로 추수, 수확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이 ...

 
2016-07-02 427
76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423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