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간 열지 않음

글 수 181
등록일

2015.03.12

pkblog_body.jpg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전쟁의 초반 열세를 뒤집고 평양을 넘어 북진하던 연합군과 국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전세가 불리해진다. 흥남철수작전의 성패는 고립된 미군과 국군 병력 10만 5천 명을 온전히 철수시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된다. 북한 정권의 통치를 피해 흥남 부두에 몰려온 9만 명의 피난민들이다. 이들을 외면하면 북한군에게 배신자로 간주되어 학살당할 것이 자명했다. 흥남철수작전에 동원된 200여 척의 배 중에서 마지막 남은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60명 정원에 선원 43명이 타고 있었으니, 13명만 더 태울 수 있다. 미군 고문관이었던 현봉학 씨가 피난민들을 모두 태워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레너드 P.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울 것을 명령한다. 피난민들도 자신의 짐을 버렸고, 모두 1만 4천 명이 승선한다. 식량도 없이 혹독한 해풍을 맞으며 28시간 항해했고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한다. 항해 도중 태어난 아기 5명까지, 승선했던 인원보다 5명을 더 내려놓았다. 당시 상황을 라루 선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God's own hand was at the helm of my little ship)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pkblog_body1.jpg


또 다른 배를 본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국민들을 깊은 슬픔의 바다에 잠기게 하는 세월호. 2014년 4월 15일 출발 당일로 가 보자. 세월호는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平衡水) 2,417톤을 채워야 했지만, 실재로는 약 1,042톤을 채웠다. 화물 최대 적재 한도는 1,077톤이지만 2,142톤을 실었다.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선실을 증축했고 무게 중심이 51센티미터 높아졌다. 이렇게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출항 당시 화물 1,065톤을 더 실었고 과적을 숨기기 위해 평형수 1,376톤을 버렸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평형수를 버리고 돈벌이가 되는 화물을 더 채운 결과가 어떠했으며, 그 욕심의 꼭대기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어찌 되었는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대한민국이 수개월을 표류했다.

물질을 버리고 생명을 채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얼마나 손해 보았을까? 피난민들은 영하 30도의 추위와, 그보다 더 혹독한 북한 통치를 뚫고 승선했다. 그분들과 전쟁 후 이 땅의 어르신들이 맨 주먹으로 어떤 삶을 살아냈고 조국 발전에 어떻게 일조했으며 오늘날 우리 후손들이 누리는 자유와 풍요가 그분들의 희생과 무관하지 않음을 최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재조명하고 있다.

눈을 감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찬 흥남부두, 부모 손에 끌려다니다 그 손을 놓치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본다. 목을 놓아 불러보고 찾아보는 부모들의 모습도 본다. 우리도 그 현장에 그 배의 선장이라면 모든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부모 잃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한 명이라도 더 태우지 않겠는가?

눈을 떠본다. 2015년, 세상은 흥남부두보다 더 추워졌고, 어둠은 여러 모양과 시험으로 우는 사자처럼 택한 자녀까지 넘어뜨리려 한다. 이 혹독한 영적 전쟁터에 우리가 수천 척, 수만 척의 신령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되어야 한다. 굳세게 기다리는 금순이처럼 곤란한 지경에 처한 하나님 아버지의 잃어버린 자들이 넉넉하게 승선할 수 있도록 크고 넓은 배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재료로 크고 넓은 방주를 건축해야 한다. 우리에게 9만 명의 피난민이 아니라 세계 열방이 몰려오는 비전을 주셨다. 좁디좁은 배 한 척에 내 가족 몇 명과 내 물질만 채우고 더는 태울 수 없다며 어디론가 노를 저어 간다면 그 노력과 수고가 결국 헛되지 않겠는가.


essay0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81

#04. 두 배 _ 최주영 file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지금보다 ‘두 배’로 속을 썩인다면 어떨까? 부모 중 열에 아홉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

 
80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79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78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77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76

#22. 평강제일교회의 소리 _ 지근욱 file

가수 박진영이 홀로(?) 열심히 설명하는 세계가 '공기 반 소리 반'이다. 소리의 세계도, 진위(眞僞)가 분명한 하나님 소리와 사람 소리가 반반씩은 존재한다. 영적으로 혼탁한 시기는 사람 소리가 커져서 세상을 덮을 기세지만, 하나님의 소리는 작지만 큰 능...

 
75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74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73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72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71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70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69

#140. 신앙전수의 길 _ 김신웅 file

2017년 11월 17일, 평소와 같이 아침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 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친할머니의 임종 소식이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슬픔이 찾아오면서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20대 초반...

 
68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67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66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65

#51. 2월이 존재하는 이유 _ 강명선 file

요즘 달력을 자주 본다. 2월이기 때문인가. 겨울이 지겨워서 빨리 이별하고 싶어지는 달이다. 나는 마침 이른 봄방학을 맞이하여 한 달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불안과 염려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아주 묘한 ...

 
64

#134.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_ 강명선 file

우리 아빠는 참 복도 많다. 아내를 잘 만났다. 별로 잘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는 아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은데 환갑이 지난 지금도 아빠 곁에 있다. 옆에 꼭 붙어있다. 7남...

 
63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62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