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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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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은 섭섭함의 표현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 하루 종일 신경 쓰일 것이 상상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한 가지 슬픈 것은 우리가 높고 낮은 온도차를 극복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져 버린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반복적인 차가움에 무뎌지고 누군가의 꾸준한 따뜻함에 고마움을 잊는다. 굳이 피곤하게 차가운 것을 따뜻하게 만들지도, 따뜻한 열기를 자신에게 옮기려 하지도 않는다.


일단 내가 지금 차갑고 싶어 차갑고, 상황이 좋아지면 따뜻해진다. 차가울 때 옆에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고, 따뜻할 때 있던 사람은 운 좋게 훈훈한 교감을 나누는. 이렇게 사람은 여름이 됐다가 겨울이 되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난 늘 사람들에게 뜨뜻한 온도를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나의 작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도 잔잔히 데워질 기회를 주셨다. 모의 면접 스터디 그룹에서 어떤 여자아이를 만났다. 나보다 한 살이 어렸는데, 얼굴도 옥수수알처럼 작고 피부도 깨끗하고 말도 잘했다.


그런데 뭔지 모를 쓸쓸함 같은 게 느껴졌다. 나는 그의 면접을 피드백 할 차례가 왔을 때 ‘하나님, 이 친구 마음에 힘을 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잠시 기도했다.


신랄한 비평이 오고 갈 때 즈음 “넌 이 세상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잖아. 난 그게 보이는데... 너 자신을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해줘”라고 나는 다소 뜬금없는 피드백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저녁을 먹자기에 만났는데 대뜸 고맙다고 하는 거다. 자신의 속사정을 들킨 것 같아 놀랐으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다 고마웠다면서.


알고 보니 2년 전 아버지가 간암 말기로 동생의 간을 이식받으셨다고 한다. 두 사람의 병원비 때문에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2년간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을 되찾아야겠다, 다짐하게 된 거다.


어쩌다 남의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우리는 감사하게도 온도의 기복 없이 항상 뜨거운 말씀을 가까이 두고 산다. 언제,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곳에서 들어도 우리 한 명 한 명의 가슴에서 살아 움직인다. 정체됐던 삶이 역동하고 뒷걸음질이 아닌 앞으로 한 보 나아가게 한다.


때가 타버린 나의 모습으로 다가가기 주춤해질 때, 먼저 그 주권적이고 일방적인, 변하지 않는 사랑의 말씀은 나를 이미 끌어안고 있었다. 이 뜨거움은 내가 무뎌지기엔 너무 강력하고 확실해 깨달을 때마다 부끄러울 뿐이다.


하나님의 오차 없는 경륜과 한없는 사랑으로 팔팔 끓는 말씀을 우리가 닮아야겠다. 특히 먹고살기 바빠 차가운 인간 계산기가 많아진다는 요즘, 말씀을 받은 나만큼은 내 주변의 사람들의 가슴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그런 아버지의 자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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