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9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과제 중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소감문과 사진(인증샷)을 붙여 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요즘(대학생이 된 딸은 얼굴 보기도 힘들다), 한 끼라도 식탁에 둘러앉아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실상은 다르다!
인증샷이 포함된다면, 아내에게는 일이 시작된다.
평상시 먹듯 락앤락에 담긴 반찬을 식탁에 깔아놓으면 왠지 격이 떨어지는 듯하여, 다양한 연출이 필요하다. 손님이 오면 사용하는 접시와 세트로 된 밥, 국그릇이 등장하고 반찬도 예쁘게 담아내야 한다. 물론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반찬의 가짓수도 고려해야 한다.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에서처럼 식탁만 찍는다면 여기서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밥 먹는 인증샷이라니...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머리도 손질해야 하고, 옷도 깔맞춤으로 입어야 하니까. 왜 이런 과제를 해 오라고 하는지 헐~.
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가족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횟수가 주 4회 이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2배 이상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가족 간의 대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사회 적응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화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부부는 15년 이내 이혼할 확률이 94%나 된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 간의 대화는 행복한 삶을 위해 꼭 실천해야 하는 기반인 셈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밥상 앞에서 아이들 버릇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간혹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밥상 앞에서 자연을 만나고 음식을 준비해준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에게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는 감사의 기도로 시작된다고 한다. 자녀는 자연스럽게 밥상에게 전통을 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밥상 앞에서는 어떤 잘못이 있어도 절대 아이를 혼내는 일이 없다. 꾸짖을 일이 있으면 식사 이후로 미루는데 유대인들은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 녀석의 과제를 통해 잠깐이나마 우리 가족의 식사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하루 일과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는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다음 날 저녁 아들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 물었더니, 사진에 나온 나를 보고 “할머니니?”라고 물었단다. 머리에 헤어 제품을 바르지 않고 사진을 찍었더니 덥수룩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할머니까지는 아니었는데... 바로 깔끔하게 이발을 했다.^^
마지막으로 밥상머리 교육 실천 지침 10가지를 참고하시길.
□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 식사의 날’을 갖는다.
□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 가족이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먹고 정리한다.
□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방식으로 열린 질문을 한다.
□ 부정적인 말 대신 공감과 칭찬의 말을 많이 한다.
□ 아이의 말은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
□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 식사가 되도록 노력한다.
출처 : 서울대 학부모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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