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6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지진으로 인해 늦춰진 수능 일정에 따라 수시를 모두 끝내고 그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수시 기회를 놓친 친구들은 내년 1월 9일 마감하는 정시 지원을 위해 자신의 성적에 유리한 대학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12월은 차분히 한해를 마무리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마무리하고 싶어도 마무리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방학은 12월 말에 하거나 1월 초에 하는 학교마저 있어서 연말이라 해도 마무리 분위기를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수능 성적표가 나온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가시방석일 게다. 목표 달성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지만 공부만 하던 것을 하루아침에 그만 두려니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눈치이다. 그래서인지 여학생들은 미용이나 성형에 큰 힘을 쏟기도 한다. 염색을 금지하고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이미 몇몇 학생들은 제멋대로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되었다. 수능을 위한 공부만을 해왔기에 수능 문제풀이가 아닌 수업은 기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해마다 그 주체가 달라서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도 따라오려 하지 않는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뭐라도 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책읽기의 좋은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왜 읽어야하는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먼저 왜 읽어야 하냐면 국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 시험은 어려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비문학으로 분류되는 독서영역 지문이 어려웠다. 경제나 기술을 제재로 한 글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표현으로 바꿔 말하자면 ‘논설문과 설명문’ 유형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제시문이 길고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만점에 가까운 친구들이 여럿 있는 걸 보니, 잘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대부분은 집중력 있게 독해하는 훈련을 그 비결로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면 독서량이 꽤 많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될까? 아마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책을 제아무리 많이 읽어도 국어 성적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제대로 읽는 것’을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깊이 있게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책을 한 번 읽더라도 깊이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깊이 있게 읽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 아주 쉽다. 손에 형광펜을 쥐고 책을 읽을 때마나 마음에 들어오는 표현들에 밑줄을 그으면 된다. 가끔은 책에 내 생각을 메모하면 더욱 좋다. 필자의견에 공감한다든지, 아니면 어느 부분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든지 하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서 책읽기를 마치면 ‘밑줄 치고, 메모한 내용’들을 자신만의 노트에 메모하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된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부분을 수용하여 실천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함께 기록하고 실행에 옭기면 된다. 이런 정리된 노트가 늘어날수록 독서 포트폴리오가 강력하게 구축될 것이다. 대입 수시 종합전형에서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기억나지 않아 억지로 찾아서 구색을 맞추는 일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읽을 책은 많다. 성경, 구속사시리즈가 그 대표일 것이다. 하지만 읽는 분량에만 신경 쓰느라 내용을 깊이 있게 되새김하지 못했다면 이런 독서법을 권하고 싶다. 국어교사인 필자도 궁극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 바로 성경과 구속사시리즈를 이런 독서법으로 다시 읽는 것이다. 세상의 책들을 다 읽고 성경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읽어가면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문어발 식으로 읽을수록 뇌에 자극되는 내용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 아니겠는가?
하던 일을 갈무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은 마무리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12월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참으로 좋은 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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