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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된 다윗의 여정은 '고난과 인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집안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막내로서 목동 신세로 내던져진 다윗의 삶. 골리앗을 무찌르고 잠시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10년간의 더 큰 고난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윗은 알았을까? 도피 기간 중에 당한 고난이 드디어 끝나고 왕이 되어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싶은 순간, 고통의 싹은 내부로부터 움트고 있었다. 아들들의 반역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아버지이자 왕의 참담한 가슴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대표작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20년 고난의 여정을 통해 인생 자체가 고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고난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삶이 인생의 본질임을 노래하였다. 고난과 싸우다 싸우다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오디세우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독려하였다. 「참고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이보다 더한 고통도 참고 견디어 오지 않았는가!」 

낙엽이 지고 겨울의 찬바람이 귓전을 빨갛게 물들일 때 평강의 성도라면 12월 17일이 마음에 떠오르게 된다. 원로목사님의 천국 입성으로 휑해진 마음 한구석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더욱 힘들었던 2015년 한 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는 지금 현재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한 것들도 많이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도 우리는 늘 의미 있는 열매를 결실하곤 했다. 그 열매가 오늘 우리를 가능케 해준 은혜의 디딤돌이 되지 않았는가! 

인생은 흔히 말하듯 '고난이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작은 파도가 오는가 싶으면 그 뒤에 훨씬 큰 파도가 밀려온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밀려와 나를 흔적조차 없이 쓸어갈 것 같던 파도도 전진한만큼 후퇴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파도를 두려워하는 것은, 파도는 물러날 때도 전진하며 움직이기에 그 물러섬을 여전히 나를 향해 공격해 오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는 자가 결국 절망의 파도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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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면서 바다의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 배가 난파당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노를 젓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사이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몸을 끈으로 돛대에 묶은 채 항해하여 고비를 벗어났다. 파도의 위험보다 요정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훨씬 더 치명적임을 일깨워주는 일화이다. 이는 일찍이 이스라엘 백성들도 광야에서 겪은 바 있다. 척박한 땅 광야의 환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는 섞여 사는 무리였다. 그들의 원망과 불평의 소리는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백성들의 마음을 미혹시켜, 모세에게 저항하고 하나님께 반기를 들게 하였다. 광야의 항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척박한 환경도, 물과 양식이 없음도 아니고 이처럼 사람들의 귀를 통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모세가 아무리 율법의 밀랍으로 그들의 귀를 막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마음으로 들으며 가던 길 멈추지 않게 해도 원망과 불평의 사이렌, 온갖 욕망의 분출구가 된 그들의 소리는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만 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라는 문구에 마음을 연다.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눅 21:19)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음성이 세상의 소리,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며 노 젓는 선원들의 귀를 막아주는 신령한 밀랍이 될 것이다.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가져올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벧전 1:13)라고 외치는 베드로의 음성을 마음에 새기자. 욕심의 소리, 세속의 소리에 귀 막고 오직 말씀의 기둥에 나를 묶어 놓은 자만이 욕망의 파도가 울부짖는 광야를 무사히 건너 소원의 항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그때까지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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