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jpg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그토록 기다리는 관객들은 오지 않고 공연장은 썰렁하기만 하더군요. 빈자리에는 허허로운 마알~간 공기가 팔짱을 끼고 자기를 치워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반주해줄 피아노는 빨리 두들겨 맞고 싶다는 듯 성급하게 입을 반쯤 열고 허기진 표정을 짓습니다.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런 음악회를 하는지 그 이유를 더듬어보는 거죠. 공연을 흥미롭게 진행하고픈 ‘연주자’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아주 매우 안타까운 시간이 1초씩 째깍째깍 흐릅니다. 그리고 왠지 초조해집니다.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리허설을 마친 연주자들과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초조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이 좋은 음악회에 왜들 안 오는 거지?
이런저런 공상에 시간은 빼빼로 양초가 타들어가는 속도로 흘러갔습니다. 이윽고 5분 전, 조르주 쇠라의 점묘화 주인공들처럼 한 명 두 명씩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할렐루야, 어서 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너무 반가워 호들갑을 떨며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찬 관객이 100여 명. 하우스콘서트를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음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소리가 졸던 공기를 화들짝 깨우며 성악가들이 CTS홀을 소리의 전당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할렐루야! 



yaytg0196520.jpg




과거 클래식 음악은 그 시대의 성가곡 

저는 왜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회에 발길을 돌리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니, 우리 교인들조차 이 멋진 클래식 공연에 몇 분 오시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이 클래식 공연에 관심이 없는데, '우리 교회 주변의 주민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습니다.
정말로 클래식은 이 시대에 불필요한 바로크적 ‘장식음’일까요? 공연을 시작해야겠기에 그런 의구심을 떨치고, 피아노 앞으로 성큼 걸어가 건반을 ‘또로롱’ 눌러 쳤습니다.
건반을 영어로 키(Key)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열쇠’라고 하지요. 독일어로는 클라비어(Klavier)라고 하는데, 그래서 독일에서는 피아노를 ‘클라비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무엇을 여는 열쇠라는 것일까요. 바로 '우주(천국)'를 향한 열쇠입니다. 결국, 음악은 '천국을 여는 열쇠라는 뜻'입니다. 천국을 향한 열쇠가 음악에 담겨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이 열쇠를 외면할까요.
세상을 향한 음악회를 준비할 때 보통은 찬송가처럼 교회 색이 강한 곡은 탈색하고, 순수한 클래식만 연주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곤 합니다. 당연하겠죠. 교회 찬송가를 연주하면 ‘클래식 음악회’가 아닌 ‘교회 음악회’가 되는데, 일반 주민들이 올 리가 없겠지요. '클래식 음악회'라고 해도 잘 오지 않는 발걸음을 종교 연주회에 돌린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물론, 소프라노 ‘조수미’ 정도의 메가급 스타가 온다면, 볼 일을 누다가도 움찔 끊고서 달려오겠지요. 그런 사람이 아니고서는 클래식 공연은 누군가 초대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클래식 음악회’라면 그래도 10명 중 한 명은 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누가 데리고 와야 할까요. 바로 우리 교인들입니다. 우리가 클래식 음악회를 외면하면 지역 주민들은 더더욱 관심 밖이 되겠죠.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클래식 음악회로의 권면은 이웃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전도’가 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대부분 하나님의 음성을 기록한 음악들이니, 대놓고 찬송가를 연주하지 않아도 이웃이 클래식을 한참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슴을 열고 하나님 선율을 깊은 저수지처럼 받아들일 테니까요.
클래식 음악은 중세시대 이후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을 찬양하거나, 하나님의 은혜로 작곡한 곡이 대부분입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 ‘레퀴엠’,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 찬양의 노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아니 ‘Amazing Grace’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입니다. 이런 음악들은 사실상 그 시대의 찬송가이지만, 오늘날 콘서트 무대에 진설하면 아무도 ‘찬송가’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저 클래식 곡일 뿐이죠. 뚜껑을 열면 그 DNA는 찬송가가 되는 불멸의 클래식. 교인들이 이 음악을 먼저 즐겨 듣고, 이웃과 함께 온다면 전도는 저절로 이뤄지는 셈입니다. 

성도가 먼저 클래식을 알고 이웃을 초대했으면 

서양음악은 태생 자체가 기독교에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작곡가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년~1179년)은 ‘인간은 천사들과 함께 합창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며 ‘소리가 나는 악기’라고 믿고, 그 소리가 만방에 퍼지도록 하기 위해 120곡이나 작곡했습니다. 그 작곡 정신이 12세기 이후 지금까지 서양음악사에 면면히 흘러내려오고 있는 거죠.
힐데가르트 폰 빙엔 이후 긴 세월 동안 하나님은 특정한 사람에게 음악적 달란트를 넘치도록 붓고 위대한 곡을 창작해 세상 사람들에게 천국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보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작곡된 이 음악들은 온갖 소음에 지친 영혼들에게 태초의 순수로 잠시 여행을 떠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맞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온갖 쓰레기 같은 음악에 지친 영혼이 맑아집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세상의 소음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음성이 담긴 클래식에 귀를 열려 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조차도 말입니다.

 

이 위대한 클래식 음악에 대해 토마스 카알라일은 ‘음악이 천사의 언어라고 한 것은 틀림없는 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신학자 찰스 킹스레이는 ‘음악은 천사들의 스피치, 하나님의 스피치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갈대의 나부낌, 새냇물의 흐름... 당신이 진정 귀를 갖고 있다면 세상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인 바이런이 얘기했죠. 우주 만물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바, 그 자연의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진동하는 소리는 하나님의 음악입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진지하게 들어보시면 그 소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어때요. 이제 성도들이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공감하시겠죠? 앞으로 클래식에 관심을 두고 이웃 한 명씩을 꼭 초대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함께 듣고 나누는 열정을 가지시길 소망합니다.

 

 

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26

#41. 먹다 _ 원재웅 file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기아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의 관심은 '배불리' 먹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다. 각종 SNS에 올...

 
2015-12-05 483
125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2015-12-12 541
124

#43. 2015년 성탄에는 주 예수님 누울 자리 마련했습니까? _ 박다애 file

성탄절(聖誕節)=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 크리스마스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의 의미. 'X-MAS'라고 쓰는 것은 그리스어의 그리스도(크리스토스) XPIΣTOΣ의 첫 글자를 이용한 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노...

 
2015-12-26 671
123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65
122

#45. 좌충우돌 오류동 정착기 _ 하찬영 file

"쓰레기 봉투가 없네, 마트 좀 다녀올래? 의자 옆에 바지랑 셔츠 다려놓았으니 넥타이랑 챙기고" 그는 그레이 컬러의 수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습니다. 마트에 갈 때는 어떤 타이가 어울릴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가 가장 아끼는 타이를 집어 듭니다. 시...

 
2016-01-09 682
121

#46. 3일마다 가스불에 앉기 _ 지근욱 file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차에서 원로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다. 설교 때마다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몇 가지 비유가 있다. 예전에는 '또 저 말씀하시는구나...' 하며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아래 말씀은 그중 하나다. "죄...

 
2016-01-16 503
120

#47. 모르면 억울하다 _ 김진영 file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어떤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법'이라는 기준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기준으로 삼기로 한 여러 가지 법들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결론이 날 때가 종종 있고, 이로 인해서 ...

 
2016-01-23 629
119

#48. 온전한 주일 성수 _ 김태훈 file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처음 며칠은 시차가 맞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고, 체류 기간이 길어져 몸이 현지 시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즈음이면 집 밥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

 
2016-01-30 676
»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480
117

#51. 2월이 존재하는 이유 _ 강명선 file

요즘 달력을 자주 본다. 2월이기 때문인가. 겨울이 지겨워서 빨리 이별하고 싶어지는 달이다. 나는 마침 이른 봄방학을 맞이하여 한 달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불안과 염려의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아주 묘한 ...

 
2016-02-20 501
116

#52. 청년이여 일어나라 _ 원재웅 file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 이후로 고도성장을 해오던 우리 경제가 한꺼번에 휘청하면서 거리에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

 
2016-02-27 798
115

#53.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하는 남아있는 자, 하나님의 기쁨 _ 박다애 file

2016년도 주일4부예배가 청년연합찬양집회로 시작되었다. 청년 기관에서 각각 찬양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샤론찬양선교단(외치는 자의소리여 가로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2016-03-13 670
114

#54. 막힌 담을 허물고 _ 홍봉준 file

얼마나 답답했을까? 사방이 담으로 꽉 막힌, 교도소 담장과 감방 사이를 구분 짓는 벽들로 둘러싸인 것 같은 이 땅의 삶이란! 그것은 간단하게 ‘답답하다’, ‘갑갑하다’ 정도로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폭력이요 억압이다. 다...

 
2016-03-20 845
113

#55. 십자가를 생각하며 _ 김형주 file

고난주간 속에는 예수님의 33년 전 생애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을 약속받는 확실한 증거가 예수님의 부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당하신 예수님의 고난과 아픔, 죄악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측량하기 ...

 
2016-03-26 510
112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502
111

#57. 재수 없다 _ 송인호 file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

 
2016-04-10 677
110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83
109

#59.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_ 하찬영 file

사회생활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마련인데, 나 같은 싱글 아재, 독신 남성에게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지는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떻게 되세요?”부터 시작되는데, “결혼 안 하셨...

 
2016-04-25 636
108

#60. 남자가 민첩할 때 _ 지근욱 file

휴일이나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붙이고 리모컨과 삼위일체가 되는 남자들. 아내의 눈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청소기를 시끄럽게 돌리며 소파에 가로로 누운 남편과 근접전을 펼치지만, 몸만 조금 비틀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잔소리가 폭발하면 그제야 일...

 
2016-05-01 638
107

#61. 어머니의 기도 _ 박남선 file

새벽 어스름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저의 하루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고백 소리를 들으며 시작됩니다. 따뜻한 아침상을 정성스레 차려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표현도 없이 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자리에...

 
2016-05-08 896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08345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