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등록일

2016.06.18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붙으면 점점 불길이 거세지지만, 그에 비례하여 나무가 빠른 속도로 타서 소멸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도 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비유 속에는 말쟁이의 권모술수와 분쟁이 얼마나 헛되고 찰나와 같은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말쟁이의 이간질과 비난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게 마련이다. 그것으로 인해 엄청난 분쟁과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그 순간만큼 말쟁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역시 세상이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자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말쟁이의 운명은 점점 끝을 향해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말쟁이의 특징은 혀만 움직이는 자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길 싫어하고, 온몸을 움직여 뭔가를 진행하는 일은 선천적으로 거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있고, 우주를 움직이는 권세가 있다고 착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들의 말에 수긍하고, 세 치 혀만으로도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는 허황된 자신감에 차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화려해질수록, 말쟁이의 불길이 뜨거워질수록 그들의 운명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 그들이다. 


말쟁이와 반대되는 사람을 ‘일쟁이’라 명명해 본다. 그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구상하고, 계획하여 실현해내는 사람이다. 일을 만들고, 조직하고, 건축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말하기 전에 끊임없이 구상한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자들이다.역사는 ‘일쟁이’들에 의해 발전해 왔고 수많은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창조되어 왔다. 에디슨은 말로서가 아니라 수만 번의 실패를 반복하는 노력과 행동으로 오늘날 전기시대의 발판을 놓았다. 어렸을 때 앓은 청각장애도 그의 행동에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을 돕는 발판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조선 정치의 중심지, 한양에서 말로 왜적과 싸운 것이 아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남쪽 변방 바다를 맨몸으로 막아 조선을 지켰다. 한글이 탄생하기까지 세종대왕은 집현전의 학자들과 수많은 밤샘 토론과 연구에 참여하며 백성의 말과 글을 만드느라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말은 쉽고 제약이 없지만 행동은 어렵고 한계가 많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초기에는 말 잘하는 자들이, 말을 많이 하는 자들이 각광받고 앞서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늘 승자는 행동하는 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자, 비전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자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잠언 기자의 통찰처럼 ‘다툼’은 말쟁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말쟁이들이 그치면 ‘다툼’도 자연스레 그치게 된다. 하지만 말쟁이들의 시비와 비난은 이에 맞서는 ‘응전’을 초래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번 말쟁이의 길에 접어들게 되면 고치기 어렵다. 말로 행동을 대체하고, 혀로 삶의 무게를 대신하다 보면 점점 말의 안락함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생의 발전과 인격의 성장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을 하는 사람은 처음엔 부족하고 어리숙해 보여도 점점 다듬어지고 완숙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왜냐면 대개 일에 미친 사람들은 누가 뭐라 한다 해서 일을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옆 사람들이 말을 하든 안 하든 자기의 계획과 구상을 관철시켜 나가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다듬어지게 마련이다. 일하는 자가 이 경지에 도달할 때, 자연스럽게 말쟁이의 말은 나무가 다 타서 불이 소멸하듯 사라지게 마련이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JhsrbyWkQShJJZMW1HAjysWo4j.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15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276
114

#63. 휘선사상 _ 김태훈 file

言行一致(언행일치).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처음 배웠던 사자성어로 기억한다. 교내 서예대회의 주제 글이었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써 주신 대로 심혈을 기울여 따라 ‘그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완전 입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2016-05-21 617
113

#64. 쉽게 쓰여진 글 _ 강명선 fil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잘 도 한다. 내 생각 내 삶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의 카카오 스토리에는 쉽게 쓰여진 글들이 많다. 문득 나타난 한 풍경 앞에 시간을 정지 시키...

 
2016-05-29 595
112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2016-06-05 584
111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086
»

#67. 말쟁이가 없어지면 _ 홍봉준 file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

 
2016-06-18 618
109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45
108

#69. 맥추절과 진심 _ 김형주 file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7월 첫째 주, 맥추절이 돌아왔습니다. 맥추(麥秋)라고 하면 자연히 보리추수가 연상되지만, 히브리 원어에 맥추는 카찌르(קָצִיר)로 추수, 수확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이 ...

 
2016-07-02 581
107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84
106

#71. 사드 단상 _ 송인호 file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면, 7월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63주년이 되는 달이다. 전쟁 통에 태어나거나, 해방 전후 태어난 분들도 이제 어언 70대에 도달하셨고 헤어진 이산가족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사랑 웅변대...

 
2016-07-18 458
105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08
104

#73. 집중과 몰입의 애티튜드 _ 하찬영 file

사명감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나 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워크샵(영화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약 6개월 코스였는데 비용이 ...

 
2016-07-31 631
103

#74. 공짜는 없다 _ 지근욱 file

몇달전 중국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로밍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 서비스도 문의했다. 중국에서도 개인적,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카톡을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데이터 무한 사용 기준으로 하루에 1만원, 5일이면 5만원이라는 설명이다...

 
2016-08-13 603
102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0
101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498
100

#77. 지리산 기도처를 다녀오며 _ 김태훈 file

“총무님, 도착하셨나요?” “예, 저는 좀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디쯤 오셨어요?” “지금 두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혹시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버스 못 떠나게 꽉 잡고 계세요” “네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천천히 오시라고는 ...

 
2016-09-05 900
99

#78. 신은 죽었다고? _ 강명선 file

쌀쌀한 여름밤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을 향해 걷던 길이었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4학년 2 학기를 맞은 아들에게 새 학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나는 못생겼어. 나는 ...

 
2016-09-18 470
98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497
97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56
96

#81. 사랑에 대하여 _ 홍미례 file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

 
2016-10-04 461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