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5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TUeuL6CMtV8YYOxkLismqAcOvIj17z.jpg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독교 사상을 관통하여 글을 뽑아내기 때문이기도 하고 뭔가에 꽂히면 좀체 바꾸지 못하는 제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그를 좋아하다 보니 러시아에 가보고 싶고 그가 살면서 집필하던 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를 개조한 도선생 박물관에 하루 종일 고요히 머물고 싶어집니다. 그의 책을 읽다가 표지 날개에 실린 깍두기만한 사진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의 책들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독파하는 기쁨이란...... 이런 모든 것이 다른 시공을 살던 그를 살아있게 하고  만남과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존재가 결정된다는 그의 의견에 변함없이 공감하게 됩니다. 
 
 어떤 분이 구속사를 읽고 놀라운 감동을 받았는데 저자이신 원로목사님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에 무척 가슴을 애달아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만나 악수하고, 기도 부탁을 드리고, 눈빛을 나누고, 대화를 나눈 사람이 너무 부럽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구속사 시리즈를 다 구해서 읽고 저자께서 기도하셨다던 산기도처를 오르고 저자의 숨결과 흔적을 찾아 연수원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열정이 고맙고 콧날이 시큰했는데 얼마 안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아니 살아있는 그와 만나고 있구나. 조금 더 지나니까 만나서 두툼한 손을 잡아보고 깊은 눈을 마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면서 그 사람의 순수함에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읽으셔야 했던 이유, 3년 6개월 7일을 부르짖어 받은 말씀을 50년이나 저장하였다 쓰신 이유, 오직 예수님과 말씀에 모든 것을 바쳐버린 삶의 이유에 대해. 존재의 결정 때문이 아니었을까......짐작해 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고 생을 출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창조주였고 구세주였습니다. 존재의 결정 때문에 죽음 당하시고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동시대에 살며 울려 나오는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말씀을 들은 적이 없지만 기록된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믿고 사랑합니다. 구속사의 저자는 보통 사람이 뭔가를 읽고 수를 세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의 성경읽기에 몰입하셨고 고립 가운데 오랜 시간 기도하셨고 칡넝쿨에 글을 쓰셨습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예수님 생애의 무늬와 향기와 촉감을 다 보고 맡고 만지고, 보혈에 싸인 영원한 생명과 죽지 않는 영혼과 깨닫는 영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뜻과 변치 않는 마음을 살과 뼈에 새겨 넣으셨겠지요. 그런 과정은 도저히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구속사만이 오롯이 대변합니다. 저자의 존재 결정과 삶이 옳았다는 것을.

 여전히 읽는 것에도 쓰는 것에도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집니다. 태양은 저렇게 강렬한데 저는 오슬오슬 추울 정도의 서러움을 낱낱이 느낍니다. 존재의 결정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 때문이겠지요.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WfEB1ZFDkVORaUUWBxbkDpsSa.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15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276
114

#63. 휘선사상 _ 김태훈 file

言行一致(언행일치).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처음 배웠던 사자성어로 기억한다. 교내 서예대회의 주제 글이었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써 주신 대로 심혈을 기울여 따라 ‘그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완전 입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2016-05-21 617
113

#64. 쉽게 쓰여진 글 _ 강명선 fil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잘 도 한다. 내 생각 내 삶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의 카카오 스토리에는 쉽게 쓰여진 글들이 많다. 문득 나타난 한 풍경 앞에 시간을 정지 시키...

 
2016-05-29 595
112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2016-06-05 584
111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086
110

#67. 말쟁이가 없어지면 _ 홍봉준 file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

 
2016-06-18 618
»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45
108

#69. 맥추절과 진심 _ 김형주 file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7월 첫째 주, 맥추절이 돌아왔습니다. 맥추(麥秋)라고 하면 자연히 보리추수가 연상되지만, 히브리 원어에 맥추는 카찌르(קָצִיר)로 추수, 수확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이 ...

 
2016-07-02 581
107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84
106

#71. 사드 단상 _ 송인호 file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면, 7월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63주년이 되는 달이다. 전쟁 통에 태어나거나, 해방 전후 태어난 분들도 이제 어언 70대에 도달하셨고 헤어진 이산가족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사랑 웅변대...

 
2016-07-18 458
105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09
104

#73. 집중과 몰입의 애티튜드 _ 하찬영 file

사명감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나 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워크샵(영화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약 6개월 코스였는데 비용이 ...

 
2016-07-31 631
103

#74. 공짜는 없다 _ 지근욱 file

몇달전 중국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로밍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 서비스도 문의했다. 중국에서도 개인적,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카톡을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데이터 무한 사용 기준으로 하루에 1만원, 5일이면 5만원이라는 설명이다...

 
2016-08-13 603
102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0
101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498
100

#77. 지리산 기도처를 다녀오며 _ 김태훈 file

“총무님, 도착하셨나요?” “예, 저는 좀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디쯤 오셨어요?” “지금 두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혹시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버스 못 떠나게 꽉 잡고 계세요” “네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천천히 오시라고는 ...

 
2016-09-05 900
99

#78. 신은 죽었다고? _ 강명선 file

쌀쌀한 여름밤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을 향해 걷던 길이었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4학년 2 학기를 맞은 아들에게 새 학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나는 못생겼어. 나는 ...

 
2016-09-18 470
98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497
97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56
96

#81. 사랑에 대하여 _ 홍미례 file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

 
2016-10-04 461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