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Tx9jJIOKH8IGXm7kpHQa2.jpg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있는 경우 동양화나 한시 등이 대부분인데, 그 그릇에는 독특하게 영어 문장이 적혀있었다.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나를 붙드소서.
하나님이 내 삶을 붙드신다니 얼마나 든든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 좋은 걸 마다하고 내 삶을 내 맘대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라고 한꺼번에 매도해서 외면해버리기엔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대인의 삶속에 포기하기에 힘든 것들이 정말 많다. 하루하루가 비본질적인 욕망의 부산물들을 버리는 연습의 연속이다. ‘이렇게 힘들게 따라가다 보면 주님이 원하시는 어딘가에 도착하겠지.’ 하는 강한 믿음이 필요한 때가 바로 그즈음이다. 그렇게 내 손에 붙들고 있는 것들 버리기에 성공하면 하나님이 나를 붙들어 주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나를 틀에 녹여 넣으소서.
진흙 한 덩어리를 집어 든 옹기장이는 자신의 계획대로 원하는 모양을 빚어낸다. 다윗은 양이나 치는 양치기가 아니라 일국을 다스릴 왕으로 쓰임 받을 계획이었고, 사도바울은 그저 그런 바리새인 중 한 명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복음을 증거할 사도로서 쓰임 받을 계획이었다. 헌데 진흙 덩어리가 그걸 알 리가 있나.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니 맡기는 수밖에. 나의 미래를 맡기고 기도하며 걸어가다 보니, 중간에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뒷걸음질 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옹기장이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있었던 거다.

나를 만드소서.
한 덩어리의 진흙을 옹기장이는 정성껏 빚어낸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던 그릇의 형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잡혀가더니 어느새 그 아름다운 모양이 완성되어 간다. 진흙 덩어리는 기뻐한다. ‘나도 이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쓰임받는 아름다운 그릇이 되어가는구나.’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진흙 덩어리는 자신에게 다가올 엄청난 고난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1000도가 넘는 뜨거운 가마에서 두 번이나 구워내는 초벌구이와 재벌구이의 과정이다. 하나님이 나를 들어 사용하신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더니, 이건 상상도 못했던 고통이 덮쳐올 줄이야. 우리의 삶에 일천도가 넘는 불길이 질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로, 좌절로,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를 채우소서.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해일 같이 휩쓸고 지나갔다. 옹기장이는 뜨거운 가마 속을 헤치고 나를 찾아서는 붙잡아 일으키신다. 그리고는 네가 잘 참아냈구나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 닦고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부르신다. 그리고는 그의 방법대로 내안에 그의 것들을 채우신다. 말씀과 찬양과 감사와 헌신을 채우신다. 이제 드디어 주의 도구가 되었나보다. 그의 뜻대로 쓰임받기를 원했으니 하나님께서 채워주소서.

 

어려서 본 작은 그릇의 문구가 가끔 기억의 수면위로 떠올라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직도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힌바 되지 못하고 반항하고 있는지. 그분이 만들어 놓으신 틀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져 나오려 하고 있는지. 일천도 넘는 가마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리는 건 아닌지. 그분이 나를 채우시려고 하시는데 내안에 다른 것들로 먼저 채워놓은 건 아닌지.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w1KYt9Rleq.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26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4
125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742
124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7
123

#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 _ 김영호 file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 시골집의 향기였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빌라와 ...

 
2017-09-19 473
122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4
121

#127. 인생 2막을 시작하며 file

2017년, 어느덧 입추와 처서를 맞이하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때가 되었다. 올 해 벌써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 헉! 하고 놀랄만한 사건은 바로 곧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어린것...

 
2017-08-30 458
120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6
119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477
118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116362
117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20
116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22
115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5
114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77
113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14
112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53
111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7
110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9
109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30
108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470
107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46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