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에세이

HOME > 평강미디어 > 평강에세이
글 수 175
등록일

2015.03.12

pkblog_body.jpg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전쟁의 초반 열세를 뒤집고 평양을 넘어 북진하던 연합군과 국군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전세가 불리해진다. 흥남철수작전의 성패는 고립된 미군과 국군 병력 10만 5천 명을 온전히 철수시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된다. 북한 정권의 통치를 피해 흥남 부두에 몰려온 9만 명의 피난민들이다. 이들을 외면하면 북한군에게 배신자로 간주되어 학살당할 것이 자명했다. 흥남철수작전에 동원된 200여 척의 배 중에서 마지막 남은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60명 정원에 선원 43명이 타고 있었으니, 13명만 더 태울 수 있다. 미군 고문관이었던 현봉학 씨가 피난민들을 모두 태워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레너드 P. 라루 선장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울 것을 명령한다. 피난민들도 자신의 짐을 버렸고, 모두 1만 4천 명이 승선한다. 식량도 없이 혹독한 해풍을 맞으며 28시간 항해했고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한다. 항해 도중 태어난 아기 5명까지, 승선했던 인원보다 5명을 더 내려놓았다. 당시 상황을 라루 선장은 이렇게 회고한다. "때때로 그 항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나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God's own hand was at the helm of my little ship)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pkblog_body1.jpg


또 다른 배를 본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국민들을 깊은 슬픔의 바다에 잠기게 하는 세월호. 2014년 4월 15일 출발 당일로 가 보자. 세월호는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平衡水) 2,417톤을 채워야 했지만, 실재로는 약 1,042톤을 채웠다. 화물 최대 적재 한도는 1,077톤이지만 2,142톤을 실었다. 사람을 더 태우기 위해 선실을 증축했고 무게 중심이 51센티미터 높아졌다. 이렇게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출항 당시 화물 1,065톤을 더 실었고 과적을 숨기기 위해 평형수 1,376톤을 버렸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평형수를 버리고 돈벌이가 되는 화물을 더 채운 결과가 어떠했으며, 그 욕심의 꼭대기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어찌 되었는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대한민국이 수개월을 표류했다.

물질을 버리고 생명을 채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얼마나 손해 보았을까? 피난민들은 영하 30도의 추위와, 그보다 더 혹독한 북한 통치를 뚫고 승선했다. 그분들과 전쟁 후 이 땅의 어르신들이 맨 주먹으로 어떤 삶을 살아냈고 조국 발전에 어떻게 일조했으며 오늘날 우리 후손들이 누리는 자유와 풍요가 그분들의 희생과 무관하지 않음을 최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재조명하고 있다.

눈을 감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찬 흥남부두, 부모 손에 끌려다니다 그 손을 놓치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본다. 목을 놓아 불러보고 찾아보는 부모들의 모습도 본다. 우리도 그 현장에 그 배의 선장이라면 모든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부모 잃고 울고 있는 금순이를 한 명이라도 더 태우지 않겠는가?

눈을 떠본다. 2015년, 세상은 흥남부두보다 더 추워졌고, 어둠은 여러 모양과 시험으로 우는 사자처럼 택한 자녀까지 넘어뜨리려 한다. 이 혹독한 영적 전쟁터에 우리가 수천 척, 수만 척의 신령한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되어야 한다. 굳세게 기다리는 금순이처럼 곤란한 지경에 처한 하나님 아버지의 잃어버린 자들이 넉넉하게 승선할 수 있도록 크고 넓은 배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짐은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재료로 크고 넓은 방주를 건축해야 한다. 우리에게 9만 명의 피난민이 아니라 세계 열방이 몰려오는 비전을 주셨다. 좁디좁은 배 한 척에 내 가족 몇 명과 내 물질만 채우고 더는 태울 수 없다며 어디론가 노를 저어 간다면 그 노력과 수고가 결국 헛되지 않겠는가.


essay0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75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430
74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488
73

#74. 공짜는 없다 _ 지근욱 file

몇달전 중국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로밍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 서비스도 문의했다. 중국에서도 개인적,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카톡을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데이터 무한 사용 기준으로 하루에 1만원, 5일이면 5만원이라는 설명이다...

 
2016-08-13 540
72

#73. 집중과 몰입의 애티튜드 _ 하찬영 file

사명감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나 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워크샵(영화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약 6개월 코스였는데 비용이 ...

 
2016-07-31 555
71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440
70

#71. 사드 단상 _ 송인호 file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면, 7월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63주년이 되는 달이다. 전쟁 통에 태어나거나, 해방 전후 태어난 분들도 이제 어언 70대에 도달하셨고 헤어진 이산가족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사랑 웅변대...

 
2016-07-18 383
69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25
68

#69. 맥추절과 진심 _ 김형주 file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7월 첫째 주, 맥추절이 돌아왔습니다. 맥추(麥秋)라고 하면 자연히 보리추수가 연상되지만, 히브리 원어에 맥추는 카찌르(קָצִיר)로 추수, 수확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이 ...

 
2016-07-02 486
67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488
66

#67. 말쟁이가 없어지면 _ 홍봉준 file

말쟁이가 없어지면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잠 26:20)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맛깔스러운 비유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에 불이 ...

 
2016-06-18 540
65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874
64

#65. Jesus Take the Wheel _ 원재웅 file

지난주 화요일 새벽 1시 즈음이다. 일을 마치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100m앞에서 달리고 있는 화물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양옆 차선...

 
2016-06-05 507
63

#64. 쉽게 쓰여진 글 _ 강명선 fil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잘 도 한다. 내 생각 내 삶의 단상을 기록하는 나의 카카오 스토리에는 쉽게 쓰여진 글들이 많다. 문득 나타난 한 풍경 앞에 시간을 정지 시키...

 
2016-05-29 529
62

#63. 휘선사상 _ 김태훈 file

言行一致(언행일치).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처음 배웠던 사자성어로 기억한다. 교내 서예대회의 주제 글이었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써 주신 대로 심혈을 기울여 따라 ‘그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완전 입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

 
2016-05-21 555
61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180
60

#61. 어머니의 기도 _ 박남선 file

새벽 어스름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저의 하루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고백 소리를 들으며 시작됩니다. 따뜻한 아침상을 정성스레 차려주신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표현도 없이 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자리에...

 
2016-05-08 797
59

#60. 남자가 민첩할 때 _ 지근욱 file

휴일이나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붙이고 리모컨과 삼위일체가 되는 남자들. 아내의 눈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청소기를 시끄럽게 돌리며 소파에 가로로 누운 남편과 근접전을 펼치지만, 몸만 조금 비틀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잔소리가 폭발하면 그제야 일...

 
2016-05-01 514
58

#59.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_ 하찬영 file

사회생활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마련인데, 나 같은 싱글 아재, 독신 남성에게 물어보면 서로 난처해지는 질문들이 있다. 보통 “아이가 어떻게 되세요?”부터 시작되는데, “결혼 안 하셨...

 
2016-04-25 505
57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478
56

#57. 재수 없다 _ 송인호 file

그간 너무 내가 게을렀다. 예전엔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찾아 다녔다는데, 어느새 이 교회를 바라보노라면, 고양이가 되어 버린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 이단으로 몰아쳐서 짭짤한 듯 하다가도 몇 년전 12월 17일, 결정적으로 패퇴하지 ...

 
2016-04-10 580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